[기고] 우리 모두의 정원, 어떤 나무를 심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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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리 모두의 정원, 어떤 나무를 심으시겠습니까?

김진경 충청남도선거관리위원회 공보팀장

  • 승인 2026-05-12 16:38
  • 신문게재 2026-05-13 18면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지방자치를 숲속 정원에 비유하며, 주민이 무관심하면 지역 사회가 쇠락하므로 유권자의 적극적인 참여와 안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지방선거는 우리 삶의 터전을 가꿀 적임자를 선출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이며, 투표는 일상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기 위해 주권자가 행사해야 할 핵심적인 권리입니다.

지역 공동체의 건강한 생태계는 단순한 방문객이 아닌 주인 의식을 가진 시민들이 행사하는 소중한 한 표를 통해 비로소 완성될 수 있습니다.

김진경
김진경 팀장
매일 걷는 골목길, 아이들 뛰어노는 놀이터, 아침마다 마주하는 분리수거함까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일상의 풍경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누가,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 걸까?

어느 숲속 마을에 주민 모두의 정원이 있었다. 정원은 스스로 만들어지지도, 저절로 아름다워지지도 않는다. 누군가는 허리 숙여 잡초를 뽑고, 희망을 담아 꽃씨를 뿌리고, 더 단단한 성장을 위해 가지를 치고, 또 미래를 내다보고 새 묘목을 심어야 한다. 어쨌든 모두의 땀방울과 정성으로 아름다운 숲속 정원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어느 날, 누군가의 들숨으로 숲속 정원의 아름다움을 그저 누리기만 하려는 '방관'의 포자가 들어왔다. 그 후로 '나 아니어도 누군가 돌보겠지'라는 무임승차하려는 마음이 다른 사람들에게 독버섯처럼 점점 퍼져 나갔다. 처음엔 별일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은 빛을 잃어가는 정원을 '난 정원 따윈 필요 없어'라며 외면했다. 발길이 끊긴 정원엔 잡초가 들불처럼 돋아났고, 덩굴은 나무들의 숨통을 조이며 하늘을 가렸다. 양분과 햇볕을 빼앗긴 나무들은 점차 시들어서 결국 버티지 못하고 말라 부러지고 썩어갔다. 생명력을 잃은 숲속 정원은 더 이상 휴식처가 될 수 없었다.

지방자치도 이 숲속 정원과 닮았다. 주인인 유권자가 정원 가꾸기에 무관심하면 우리 삶의 터전에는 '쇠락'과 '부패'라는 잡초와 덩굴이 무성해지고, 황폐해진 정원을 되살리는 데는 처음보다 몇 배의 땀방울이 필요하리라.

지방선거는 숲속 정원의 주인인 마을사람들의 손발이 될 '정원사'를 고용하는 날이자 어떤 나무를 심을지, 화단, 잔디, 조경석, 의자, 조각상을 어떻게 배치할지 정원의 밑그림을 설계하는 날이다. 후보자들은 저마다의 공약으로 주민의 선택을 기다린다. 어떤 이는 화려한 꽃나무가, 어떤 이는 듬직한 상록수가, 어떤 이는 유익한 과일나무가 좋다고 주장한다. 또 정원을 가장 잘 가꿀 적임자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정원사의 화술이 아니라 정원 주인의 안목이다. 정원 주인이 설계하는 대로 정원의 성격과 풍경이 바뀐다. 정원 주인은 마음에 드는 설계도를 고르고, 열심히 일할 정원사를 뽑으면 된다. 결국, 숲속 정원의 풍경은 정원사가 아니라, 그를 고용하는 마을 사람들의 손끝에서 결정된다.

루소는 '사회계약론'에서 "영국 시민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큰 착각이다. 그들이 자유로운 것은 오직 의원을 선출하는 기간뿐이다. 의원이 일단 선출되고 나면, 시민은 노예가 되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다."라면서 당시 영국의 의회정치를 비판했다. 간접민주주의인 대의제를 비판하는 말이었지만 어찌 보면 투표하는 순간에만 자유롭다는 말은 그 짧은 순간의 선택이 향후 4년의 자유와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강력한 경고로도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지방선거는 거창한 담론의 장이 아니다. 불 꺼진 가로등, 깨진 보도블록, 고장 난 신호등처럼 피부에 닿는 일상의 조각들을 맞추는 과정이다. 나의 한 표가 내 일상과 지역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믿음이 있다면, 투표는 미루거나 포기할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당연히 누려야 할 안전과 행복을 위한 의지의 표출이다.

마을주민은 숲속 정원에 잠시 들러 사진만 찍고 떠나는 '방문객'과 다르다. 마을주민은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숲의 일부가 되어 살아가야 한다. 내가 디딘 이 땅의 오늘을 가꾸고 내일을 책임지는 존재, 그 이름이 바로 '주인'이다.

독일의 숲 전문가인 피터 볼레벤은 그의 책 '나무 수업'에서 나무들이 뿌리를 통해 소통하고 양분을 나누며 숲 전체의 건강을 지탱한다고 말한다. 나무 한 그루가 숲이 될 수는 없다. 청년의 도전, 장년의 안정, 노년의 지혜가 나무뿌리처럼 얽혀 소통할 때, 우리 지역이라는 숲은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건강한 생태계를 이룬다.

이제 우리 손으로 우리의 숲속 정원을 직접 설계할 시간이다. 6월 3일, 우리 모두의 정원에 당신은 어떤 나무를 심으시겠습니까?./김진경 충청남도선거관리위원회 공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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