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아빠도 배워야 아이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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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아빠도 배워야 아이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다

이재홍 (100인의 아빠단 단원)

  • 승인 2026-05-13 15:46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2.증명사진_이재홍
이재홍 (100인의 아빠단 단원)
아이를 처음 품에 안았던 날, 나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아빠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마음과 달리 방법은 서툴렀다. 특히 아이가 말을 하지 못하던 시절, 나는 놀이의 중심이 '아이'가 아닌 '나'라고 믿었다. 내가 놀이를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한 채, 아이의 반응을 살피기보다 장난감을 건네며 시간을 보내는 데 그쳤다. 아빠라는 이름은 얻었지만, 정작 아이와 눈을 맞추는 법은 모르는 '일방통행식 보호자'였다.

변화는 2022년, 육아 공동체 '100인의 아빠단'을 만나면서 시작됐다. 네 살이던 아이와 함께 매주 주어지는 미션을 수행하며 깨달았다.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해주는가'가 아니라, 아이의 속도에 맞춰 '어떻게 함께하느냐'라는 사실이었다.

값비싼 교구가 아니어도 괜찮았다. 옷걸이와 휴지심, 풍선 같은 일상 물건은 훌륭한 놀잇감이 되었고, 아이와 눈을 맞추고 함께 웃는 순간 자체가 놀이가 되었다. 놀이는 아빠가 이끄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잇는 가장 강력한 언어였다. 내가 주도권을 내려놓자 아이는 점점 나를 찾기 시작했고, 우리는 비로소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 경험은 공동육아로 확장됐다. 뜻이 맞는 아빠들과 '꿈돌이아빠단'을 만들어 요리교실과 농촌 체험, 운동회를 직접 기획했다. 아이들은 더 자유롭게 뛰놀았고, 아빠들은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함께 성장했다. 혼자였다면 지치기 쉬웠을 육아의 길을, 우리는 함께였기에 지속할 수 있었다. 그 과정 속에서 나는 도움을 받던 초보 아빠에서, 경험을 나누는 '멘토 아빠'로 한 걸음 나아가게 되었다.

아이의 성장은 또 다른 변화를 가져왔다. 놀이 중심이던 일상은 점차 학습과 숙제로 채워졌고, 아빠의 역할 역시 함께 노는 존재에서 배움을 돕는 안내자로 확장됐다. 우리 가족은 여러 선택지 가운데,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 부모가 직접 아이의 학습을 함께하는 방식을 택했다.

퇴근 후 마주하는 아이의 하루는 때로 고단해 보인다. 그래서 나는 진도를 재촉하는 대신,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명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들인다. 아내와 함께 서점에서 교재를 고르고, 책 내용을 바탕으로 퀴즈를 만들어 함께 풀기도 한다. 놀이의 시간은 줄었지만, 설명을 들으며 반짝이는 아이의 눈빛 속에서 여전히 깊은 교감을 느낀다.

놀이가 오늘의 아이와 만나는 방식이라면, 교육은 내일의 아이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아빠가 아이의 현재뿐 아니라 미래까지 함께 고민할 때, 비로소 육아는 온전해진다.

이러한 변화는 개인의 경험에 머물지 않는다. 아빠 육아는 이제 하나의 사회적 흐름으로 확산되고 있다. '100인의 아빠단'은 지역마다 규모를 넓혀가고 있고, 다양한 부모 교육 프로그램 또한 점차 확대되고 있다. 나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꾸준히 배우며 부모로서의 역할을 다시 세워가고 있다.

이 과정은 아이뿐 아니라 나 자신을 변화시키는 시간이기도 했다. 아이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성장의 순간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아빠로서의 보람을 느낀다. 물론 감정이 앞서 아이에게 화를 내는 순간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이후다. 서툰 감정을 인정하고, 다시 손을 내미는 법을 배우는 것. 완벽한 아빠는 없지만, 배우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아빠는 아이에게 가장 든든한 울타리가 될 수 있다.

육아는 더 이상 개인의 몫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아빠들이 서로 배우고 의지할 수 있는 공동체와,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더 크게 자라고, 아빠들은 더 깊이 있는 '부모의 자리'에 서게 될 것이다.

이재홍 (100인의 아빠단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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