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반대편에 서니 감시도 받아…자연의 균형 깨는 일, 비겁한 학자는 되긴 싫었죠

4대강 반대편에 서니 감시도 받아…자연의 균형 깨는 일, 비겁한 학자는 되긴 싫었죠

자연은 인간이 필요해서 만든 것이 아냐… 언제나 스스로 균형을 이루려 해 세계는 자연형하천으로 돌아가는데 우리만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거죠

  • 승인 2012-02-28 14:16
  • 신문게재 2012-02-29 11면
  • 대담=김대중 정치부장(부국장) ·정리=이시우 기자대담=김대중 정치부장(부국장) ·정리=이시우 기자
[중도초대석]금강 파수꾼 대전대 허재영 교수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숱한 논란 속에서도 사실상 마무리됐다. 하지만 사업이 진행된 곳에서 잇따라 문제가 발생하는 등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일까? 그동안 꾸준하게 4대강 사업의 위험성을 제기해 온 전문가의 의견이 궁금했다. 그래서 허재영 대전대 토목공학과 교수를 찾았다. 허 교수는 대운하 계획부터 4대강 사업에 이르기까지 사업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충남도의 4대강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금강비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4대강 사업 반대에 뛰어든 계기와 하천 관리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 사진=이민희 기자
▲ 사진=이민희 기자

허재영 교수를 만난 지난 27일, 국토해양부는 4대강 보에 대해 안전 문제 등을 일제 점검한 결과를 발표했다. 백제보 등 3개 보에서 강바닥이 파이는 세굴현상이 발견됐다. 자연스럽게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우려가 먼저 나왔다.
“당초 4대강 사업은 4월까지 모두 완료한다는 계획이었어요. 하지만 최근 완공 시기를 12월로 연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상 주요 공사는 마무리됐지만 계속 문제 제기가 이뤄지고 실제 문제가 발생하니까 자신이 없어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4대강 사업 시작때 우려했던 피해가 벌써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까?
“금강비전기획위원회에서는 금강살리기 사업에 따른 생태계 변화 등을 조사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모니터링을 실시해 오고 있습니다. 아직 최종 결과가 도출되지는 않았지만 벌써 2가지 중요한 문제가 발생했어요. 작년 10월 세종보에 발생한 녹조 현상이 최근에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녹조현상은 유속이 느린 하천에서 녹조류가 늘어나는 현상인데 수중 생물에 나쁜 영향을 주죠. 또 보 상류에 벌써 퇴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겨울에는 특히 잘 발생하지 않는 현상들입니다. 자꾸 이런저런 상황이 발생하니 걱정이 앞설 수 밖에 없습니다. 걱정이 기우가 되길 바랄 뿐이죠.”

한 평생을 물길을 지켜보고 연구해 온 학자가 강에 대해 걱정하고 염려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4대강 사업에 대한 그의 행보는 단순한 걱정을 넘어선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에 대한 뜻을 나타내자 동료 교수들과 성명을 냈다. 4대강 사업이 시작되면서는 충남도의 4대강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4대강 특위가 종료된 뒤에도 금강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충남도의 금강살리기 비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강에 시선을 떼지 않고 있다.

-특별히 4대강 사업 반대에 나서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처음부터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 것은 아니었어요. 사실 일부의 주장처럼 4대강 사업은 하천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대단한 호기죠. 우리나라 건국이래 이처럼 하천에 관심을 가진 적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하천에 관심 갖는 일 잘된 일이긴 한데 4대강 사업은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을 띠고 있었어요. 여러가지 문제가 우려되니 급하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 것이죠. 반대를 위한 반대는 아니었습니다.”

-과거로의 회귀란 어떤 뜻입니까?
“인간이 강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과거에는 치산치수(治山治水)라고 해서 군자는 산을 다루고 물을 다뤄야 덕망을 갖춘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예전에는 치수를 해야 국민이 안전하게 살 수 있었기 때문에 군자의 덕목으로는 매우 중요했죠. 이 때문에 하천은 개발하고 관리할 대상이었죠. 그런데 치수사업을 했으면 효과가 나타나야 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치수만으로는 할 수 없다는 인식이 퍼져나갔습니다. 그러던 중 1970년대 독일에서 홍수가 일어나면서 치수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됩니다. 하천을 조정,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홍수가 그 믿음을 무너뜨린 것이죠. 이후 유럽에서는 하천을 가급적 자연상태로 두는 자연형 하천으로 개념이 변했습니다.”

산업화로 하천 오염이 늘어나자 우리나라도 이같은 개념이 도입됐다.
“우리나라도 자연형 하천에 대한 개념이 도입되면서 하천을 가급적 자연상태로 두자는 인식이 널리 퍼졌습니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치수와 이수(利水)만 생각했는데 산업화로 물이 오염되자 물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하천을 둘러싼 환경에도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이죠. 이 때문에 이전 정부는 2006년에 수자원 장기종합 계획을 세우는 등 친환경적인 환경정책으로 바뀌고 있는데 4대강 사업은 이같은 흐름을 거스르는 일이라고 판단했던 것입니다.”

이 판단으로 허 교수는 뜻하지 않게 정부 정책과 정반대 편에 서게 됐다. 한편으로는 연구와 교육에 집중하던 학자를 적극적인 활동가로 가는 물길을 터준 계기가 됐다.

-줄기차게 정부의 정책에 반대해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하천 전문가로 지역에서 홍수가 발생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문을 하기는 했지만 이처럼 활발하게 활동하지는 못했죠. 하지만 4대강 사업이 추진되면서 많은 경험을 해봤습니다. 처음으로 법원 증인석에도 서봤고 경찰의 감시도 받아봤습니다. 그렇지만 4대강 사업은 자연의 균형을 깨는 것이라고 봤습니다. 학자로서 피해가 우려되는 일에 아무 소리 안하고 지나가면 나중에 너무 비겁할 것 같았죠. 할말은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4대강 사업은 이미 완공된 사업인데 이제 어떻게해야 합니까?
“4대강 사업으로 생긴 보와 강 유역은 수자원공사와 국토관리청이 각각 관리합니다. 또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강 주변에 생긴 친수시설 등을 관리하게 되죠. 이로 인한 관리 비용이 꽤 많이 들어갈 것입니다. 충남의 경우 단순하게 계산하더라도 연간 500억원의 관리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만 실제 비용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가 전체적으로 따지면 비용은 크게 늘어날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미 설치된 보를 허물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실현성이 없는 얘기는 아니지만 여전히 국민적 손실은 크죠.”

그는 이같은 손실을 막고 하천과 주민의 미래를 위해 '하천 민주주의'를 제안했다.
“금강은 비록 국가하천이지만 금강을 끼고 사는 것은 지역민입니다. 관리주체가 국가라 해도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 반영돼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현재는 이같은 고려가 없습니다. 물론 하천관리 위원회 등이 있지만 전문가들의 판단만 있을 뿐 주민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습니다. 기술적인 틀은 맞지만 어차피 강과 함께 살아야 할 사람들은 주민들인데 이들의 의견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일본에서는 국가에서 댐을 만들겠다고 했다가 주민들의 반대로 계획이 철회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주민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형태의 유역 위원회를 만들어 강을 이용하고 관리하는데 주민들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강을 너무 괴롭힌 것 같습니다. 앞으로 하천을 바라보는 관점에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금강하구둑을 예로 들어보죠. 금강하구둑은 1993년부터 가동됐습니다. 당시에는 하구둑을 반대하는 의견은 거의 없었습니다. 을숙도 철새 생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철새가 밥먹여주느냐'는 여론에 묻혔죠. 하지만 20년이 지난 현재를 생각해보세요. 금강하구둑은 토사가 쌓이고 수질이 나빠져 거의 이용할 수 없게 됐습니다. 불과 20년만에 하구둑을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과거 학생시절 지도교수님께서 하천에 건설하는 다리를 설계하거나 계획하는 사람은 30~40년 지나면 사라지지만 다리는 100년 이상 간다고 하셨습니다.

자연에 변화를 줄 때는 멀리 내다보고 가능한 경우의 수를 면밀히 따져 본 뒤 실행해야 합니다. 또 자연은 인간이 필요해서 만든 것이 아닙니다. 인간이 자연을 이용하려고 할 뿐이죠. 자연은 언제나 스스로 균형을 이루려고 합니다. 홍수가 나서 일부가 변하면 균형을 맞추기 위해 스스로 변화합니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하천을 부분적으로 통제할 때는 최소한으로 한다는 하천 관리의 기본철학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토목공학 중 수리학은 제일 골치 아픈 학문으로 꼽힌다. 교량이나 도로 등은 정지해 있는 공간을 다루지만 수리학은 흐르는 물을 다루기 때문이다. 물이 좋아 수리학을 선택했다는 허재영 교수에게 4대강 사업은 새로운 물길이 됐다. 그의 물길이 어디로 흘러 스스로 균형을 맞출지 궁금해진다.

●약력

▲1955년 진주출생
▲1984년 부산대대학원 토목공학 석사,
1989년 일본오사카대대학원 토목공학 박사
▲1989년~현재 대전대 공과대학 토목공학과 교수
▲2011년~현재 충남도 금강비전위원회 위원장
▲저서:하천공학(희중당, 1997), 수리학(형설출판사, 1999) 등
▲논문:대청호 상수원보호구역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주민의식조사,
내만과 내해의 유동구조 및 수질구조에 관한 조사 외 다수

대담=김대중 정치부장(부국장) ·정리=이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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