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시각장애인에게 책 읽어주는 연극인

  • 문화
  • 문화 일반

10년째 시각장애인에게 책 읽어주는 연극인

  • 승인 2016-03-17 17:57
  • 신문게재 2016-03-17 21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신정임 씨, 한밭도서관서 도서 녹음 봉사
‘수중체조 지도자’ 박혜정 씨 대면낭독


17일 오전 연극인 신정임 씨가 대전 한밭도서관 시각장애인자료실 내 녹음실에서 도서 녹음을 하고 있다.
17일 오전 연극인 신정임 씨가 대전 한밭도서관 시각장애인자료실 내 녹음실에서 도서 녹음을 하고 있다.


17일 오전 대전 중구에 위치한 한밭도서관 시각장애인자료실. 문 닫힌 두 개의 녹음 부스에서 작지만 선명한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중 한 부스에선 10년째 도서 녹음 자원봉사를 하는 신정임(45ㆍ여)씨가 독일 작가가 쓴 베스트셀러 ‘오베라는 남자’ 속 인물 간의 대화를 실감나게 읽고 있었다. 마음에 안 드는지 같은 구간을 놓고 삭제와 재녹음을 반복했다.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책을 대신 읽어주는 자원봉사자가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신 씨처럼 한밭도서관에 등록된 녹음 자원봉사자는 약 60여명이며 이중 현재 30여 명이 활동 중이다.

신 씨의 본업은 ‘연극’이다. 신 씨는 “10여년 전 어린이와 특수아동에게 책 읽어주는 봉사를 하다가 여기까지 왔다”며 “내가 가진 장점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나눈다는 자기만족이 강한 것 같다”고 봉사활동에 발 디딘 이유를 설명했다.

책 한 권을 전부 녹음하기 까지는 빠르면 2달에서 3달까지 소요된다. 2개 부스에서 오전과 오후에 각각 2명과 4명이 녹음에 들어가 봉사자 1명당 일주일에 2시간씩 활동한다. 이렇게 도서관에서 녹음한 책이 5000여 권으로 과거 카세트 테이프 시절부터 녹음한 자료가 현재도 보존되고 있다.

같은 시간 중구 산성종합복지관에서는 봉사자 박혜정(61ㆍ여)씨가 시각장애인 노인 16명과 둘러 앉아 무언가를 읽고 있었다. 큰 목소리로 또박또박 ‘잠 잘 자는 방법’에 대한 건강 자료를 노인들에게 읽어주었다. 노인들은 가만히 박 씨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중체조 지도자인 박 씨는 2009년 한밭도서관에서 도서 녹음 자원봉사를 하다가 대면 낭독 추천을 받아 이곳으로 오게 됐다. 박 씨는 “초반에는 어르신들을 대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점차 보람을 느끼고 때로는 위로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언젠가 내가 앞을 못 보게 되는 날이 온다면 누군가 이 자리에 와야 하지 않겠냐”며 “내가 하는 그 이상의 것들을 배우는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김해정 한밭도서관 사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개인이 가진 능력을 쓸 수 있다는 것에 봉사자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며 “다행히 꾸준히 관심갖고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서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시민의 평안과 건강을 기원"
  2. 대전 임대아파트 건설현장서 60대 근로자 중장비 부품 깔려 숨져
  3. 6·3 조기대선 충청권 최종 사전투표율 35.38%…세종 전국 4위
  4. 대전문화재단, 국립대전현충원서 묘역 정화 봉사
  5. 대전하나시티즌, '하나 사이클' 캠패인 전개
  1. 정부부처 '지방소멸 대응' 전략...실제 현장서 성과 낼까
  2. [6·3 대선] 2일차 사전투표율 오후 2시 현재 대전 27.50%, 충남 26.40%
  3. 피해자 살해 후 13만원 훔친 김명현 '징역 30년' 선고
  4. 대전디자인진흥원 제3대 원장에 이창기 박사 임명
  5.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국제로타리클럽 의료기기 기증받아

헤드라인 뉴스


6·3대선 종반 민주 "우세" 국힘 "역전" 개혁 "선전"

6·3대선 종반 민주 "우세" 국힘 "역전" 개혁 "선전"

6·3 대선 종반, 최대승부처 금강벨트에서 혈전을 벌이는 3당은 29일 아전인수 식 판세 진단으로 각각 필승을 자신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신중함 속에서도 내심 대세론 이재명 후보의 우세를 점치고 있고 국민의힘은 김문수 후보의 인물론이 부각되고 있다면서 조심스럽게 골든크로스를 전망하고 있다. 반면, 거대양당 대안세력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자평하는 개혁신당은 이준석 후보의 차별성과 참신함을 내세우며 반란을 꿈꾸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코스피5000 위원장이자 세종시당위원장인 강준현 의원(세종을)은 이날 중도일보와 통화에서 "우..

6월 5일 `국악의날` 첫 시행…대전, 국악의 중심에 우뚝 서다
6월 5일 '국악의날' 첫 시행…대전, 국악의 중심에 우뚝 서다

국악은 오랜 세월 민초들의 삶과 호흡을 함께해온 우리 고유의 소리다. 그러나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국악은 때로는 전통의 틀에 갇히고, 때로는 대중과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아련한 과거의 유산으로만 여겨지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악의 날'의 제정은 한국음악의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국악의 날 제정과 국악의 현재를 고민하는 이 지면을 통해, 전통과 현대, 예술과 시민의 일상이 만나는 접점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2023년 대한민국 음악계에 한 줄기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바로 국..

대전시, 리얼 예능 `불꽃야구` 유치로 야구특별시 만든다
대전시, 리얼 예능 '불꽃야구' 유치로 야구특별시 만든다

지난해 1000만 관중을 돌파한 프로야구 인기가 올해 더 뜨거운 가운데 대전시가 리얼 야구 예능 프로그램 '불꽃 야구'를 유치하며 스포츠 마케팅에 집중해 주목을 끈다. 대전시는 29일 시청에서 콘텐츠 제작사인 스튜디오시원, 스포츠 ESG기업 ㈜국대와 함께 불꽃야구 유치 및 전용구장 운영을 위한 3자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대전시는 리모델링 공백기 중인 한밭야구장의 대관 및 행정적 지원을 담당하고, 스튜디오시원은 방송 콘텐츠 제작과 대전시 홍보를 병행한다. 또한 ㈜국대는 불꽃야구 관련 현장 운영 전반을 총괄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사전투표 행렬 사전투표 행렬

  • 신나는 단오체험 신나는 단오체험

  •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시작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시작

  •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소 ‘점검 또 점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소 ‘점검 또 점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