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 경제통] 4차 산업혁명에 일자리 뺏길라

  • 오피니언
  • 최충식 경제통

[최충식 경제통] 4차 산업혁명에 일자리 뺏길라

  • 승인 2017-07-05 11:33
  • 신문게재 2017-07-06 22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4차 산업혁명이 짧은 기간에 이렇게 산업계, 과학계의 핫이슈로 뜰 줄 몰랐다. 개 한 마리가 짖으면 온 동네 개가 따라 짖는다는 옛말(일견폐형 백견폐성·一犬吠形 百犬吠聲)이 떠오른다. 굉장히 미안한 비유인데, 한쪽에 치우쳐 그쪽으로만 향하고 있다. 특히 일자리 창출의 보물창고처럼 간주되다 보니 너무 장밋빛 일색이다.

밝은 면만 보면 실상을 제대로 보고 정책을 잘 짜는 데 방해가 된다. 18세기 기계혁명(1차 산업혁명). 19세기 전기혁명(2차 산업혁명), 1969년이 기점인 정보혁명(3차 산업혁명), 작년 다보스포럼 또는 2010년으로 소급될 4차 산업혁명은 네 번째로 세상을 바꿀 혁명적 변화가 일어난다는 뜻이다. 따라서 인공지능(AI)과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 대책이라는 등식은 반만 맞았다. 시장 퇴출이나 고용 불안의 그림자를 보지 않아 반은 틀리다.

▲ 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정부와 각 지자체가 실제로 지금 쏟아내는 대책도 그렇다. 나쁘게 평하면, 좋은 일자리를 위한 사회적 대응이라는 표현으로 정책의 부실함을 포장하는 듯 보인다. 만약 프레이와 오스본 교수의 선행연구 결과를 대충이라도 훑고 난다면 일자리의 감소를 먼저 걱정할 것 같다. 한국고용연구원 조사에서는 직업인 44.7%가 '내 직업 일자리'가 4차 산업혁명으로 감소한다고 봤다.

정신이 더 번쩍 드는 대목이 있다. 10년 안에 국내 일자리 중 70.6%가 로봇으로 대체된다는 전망에서 자유로운 직장인은 얼마 안 될 것이다. 요리사가 로봇 요리사에게 주방을 내줄 확률은 96%나 된다. 1시간에 초밥 4800개를 만드는 초밥로봇을 보고 기술시대를 공짜로 괜히 '혁명'으로 불러주는 것이 아님을 필자는 자각했다. 속도, 범위와 깊이, 시스템 충격, 파급력 모든 면이 급진적이고 근본적이다.

그래서 혁명이다. 신성장산업이라는 기회의 요소 이상으로 기존 산업 퇴조라는 반역적 혁명의 기류까지 섞여 있다. 스마트 공장, 무인(無人) 공장이 서면 일자리는 엿 바꿔먹듯 생산성과 바꿔야 한다. 청소원, 매표원, 주차관리원, 청원경찰 등 대체가 용이한 직업군, 선망하는 일자리인 의사, 판사, 변호사도 안전하지 않다.

기자도 대체 불가능의 직업이 아니다. “롯데는 23일 열린 2015년 프로야구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4-12점으로 크게 패하여 홈 팬들을 실망시켰다….” 기사 작성 로봇이 쓴 기사를 보고 이를 예감한다. BNK금융경영연구소 분석으론 영남의 동남권에서만 5년간 일자리 2만개가 사라진다. 직업 간 희비가 뚜렷한데 미래 유망 직종 일자리 창출의 근거 없는 자신감, 대책 없는 낙관주의로 가득하다. 지난 몇 달간은 그랬다.

지난주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 주관 세미나에서 대전·충남 제조업은 4차 산업혁명 초기 단계라는 진단이 나왔다. 자세히 보면 3차 산업혁명 단계에도 못 도달한 기업이 수두룩하다. 청와대 일자리 상황판에 시선이 쏠린 문재인 정부나 지역형 뉴딜을 꿈꾸는 각 지자체는 고용 변화의 속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기 바란다.

우리가 보는 그래프와 숫자엔 미래사회의 산업지형이 빠져 있다. 한국 내 일자리 63%가 자동화로 밀려난다는 다보스포럼의 전망은 경고에 가깝다. 초연결, 초지능의 초불확실성 시대가 코앞이다. 좋은 데만 정신이 팔려서는 사이버 공간에서 즐겨 쓰는 '현자(賢者) 타임'이 온다. 일자리 유연성과 안전망 없이 로봇과 인공지능에 일자리를 빼앗긴 어느 날 퍼뜩 허무함을 느끼는 '현타'가 온다면 그때는 늦다.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늦다. 엥겔스가 작명하고 토인비가 정착시킨 산업혁명은 급격한 사회경제적 변혁 과정에 주목한 거었다. 혁명의 과정은 4차 산업혁명에서 또 일어나며 그 혁명은 비합법적 수단을 내포하기도 한다. 일자리를 앗아간 방직기와 직물기계를 때려 부수던 '1차' 때의 러다이트(Luddite) 운동을 재연할 수는 없다. 새로 창출될 양질의 일자리 이상으로 소멸될 대량실업 직업군에 정책적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일자리 창출과 비슷한 비중의 일자리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

최충식 논설실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지방법원·검찰청' 8부 능선 돌파...과제와 기대효과는
  2. 개혁신당·조국혁신당, 충청공략 가속화… 첫 토론회와 당원 스킨십도 강화
  3. 어버이날 맞이 효 콘서트 대노복 노래자랑
  4. 이장우 시장 "소진공 이전 재고해야"
  5. [지식재산 날개다는 法] 특허법원 미완의 관할집중… 가처분·형사 논의 활발
  1. 대전 3대 하천 준설 두고 지역 환경단체 반대… 대전시 "응급조치 필요" 반박
  2. 충남도 '지적·측량분야' 미래기술 역량 확대 나선다
  3. [문예공론] 단풍나무의 노래
  4.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해요’
  5. 유성복합터미널 건립 연내 착공 추진

헤드라인 뉴스


[르포]키오스크는 늘어가는데… 디지털 배움터 예산 반토막

[르포]키오스크는 늘어가는데… 디지털 배움터 예산 반토막

"레몬 차…아이스…카드를 이렇게 넣고, 다음은…" 지난 3일 오후 대전 동구 판암동 한 카페 안. 지난 6개월간 대전 동구에서 진행한 디지털 격차 해소 교육을 받고 키오스크 이용에 능숙해진 전경숙(70)씨를 만나봤다. 이 교육은 동구가 디지털 취약계층 해소를 위해 관내 종합사회복지관과 협약을 맺고 진행한 '찾아가는 디지털 체험교육'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전씨는 키오스크를 꾹꾹 조심스럽게 터치하며 'TEA' 메뉴 카테고리를 찾아 '아이스', '매장 컵' 등 차례대로 선택하며 마지막 결제 단계에 카드를 투입, 메뉴 주문을 끝냈다. 한..

유명 브랜드 운동화가 2700원?... 구독료 결제 사기성 쇼핑몰 주의
유명 브랜드 운동화가 2700원?... 구독료 결제 사기성 쇼핑몰 주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명 브랜드 운동화를 할인 판매하는 것처럼 광고해 임의로 디지털 콘텐츠 구독료를 결제하는 사기성 해외쇼핑몰 피해가 발생해 주의가 요구된다. 8일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국제거래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이와 같은 피해 사례가 올 2월 처음 확인됐고, 4월까지 11건 접수됐다. 상담 내용을 보면 정체불명의 해외 쇼핑몰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서 뉴발란스, 아디다스 등 유명 브랜드 운동화를 2700~3600원 수준에 판매한다고 광고했다. 광고를 보고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6개 상자 중 운동화가 들어있..

충청권 최초 국제크루즈 `코스타세레나` 첫 출항… 7일간 일본·대만 여정
충청권 최초 국제크루즈 '코스타세레나' 첫 출항… 7일간 일본·대만 여정

충청권 최초의 국제크루즈선인 '코스타세레나'호가 처음 출항해 일주일간 여정을 떠난다. 충남도는 8일 서산 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2024 서산 모항 국제크루즈선 출항식'을 개최했다. 출항식에는 전형식 도 정무부지사, 백낙흥 도 정책수석보좌관, 성일종 국회의원, 이완섭 서산시장, 백현 롯데관광 대표이사 사장, 프란시스코 라파 코스타 아시아총괄이사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출항식은 축사, 관계자 감사패 및 꽃다발 증정, 축하 퍼포먼스, 기념촬영 등 순으로 진행했다. 이날 코스타세레나호는 2600명의 승객과 1100명의 승무원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5월의 여왕’ 장미 만개 ‘5월의 여왕’ 장미 만개

  •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신중히 문제 푸는 학생들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신중히 문제 푸는 학생들

  • 소외계층을 위한 사랑의 백미 기탁 소외계층을 위한 사랑의 백미 기탁

  • ‘덥다,더워’…어린이날 전국에 더위 식혀줄 비 예보 ‘덥다,더워’…어린이날 전국에 더위 식혀줄 비 예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