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에 묻힌 '독립영웅 魂'

쓰레기에 묻힌 '독립영웅 魂'

<승리의 역사를 가다>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2-25 1면
  • 총칭ㆍ상하이ㆍ난징ㆍ푸양=맹창호 기자총칭ㆍ상하이ㆍ난징ㆍ푸양=맹창호 기자
중국내 대한민국임시정부와 한국광복군 관련 유적(지) 80% 이상이 자취조차 찾을 수 없거나 일부 남아있는 흔적조차 관리소홀로 사라지고 있다. 이들 유적들은 아무런 표식도 없이 차례로 철거되지만 아직도 정부차원의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본보는 대한민국임시정부(임정)수립 90주년을 맞아 김구재단(이사장 김호연)과 공동으로 상하이(上海) 등 임시정부나 광복군 유적이 있는 중국내 21개 도시에 산재된 항일유적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조사내용은‘임정 승리의 길을 가다’란 제목으로 다음달 6일부터 매주 1회씩 17회 연속 보도된다.

30여일 간에 걸쳐 현지조사 결과 확인된 독립운동 유적은 모두 113곳. 이중 임정 및 광복군 관련 유적 93곳 가운데 원형을 유지하거나 복원된 곳은 겨우 14곳, 15%에 불과했다.

나머지 79곳 가운데 27곳은 도로나, 공원, 아파트단지로 바뀌어 아예 자취가 사라졌다. 22곳은 부지는 남았지만 건물의 원형자체가 없어진지 오래다. 유적을 기억해주는 것은 현지 노인들의 증언뿐이었다.

유적 일부가 보존된 30곳 가운데는 재개발 등으로 철거가 예고된 경우도 4곳에 달했다. 임정 유적은 대도시 일수록 급속도로 사라지는데도 우리정부는 이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 쓰레기로 뒤덮인 독립지사 묘지: 총칭(重慶) 화상(化尙)산에는 독립지사와 그들의 가족들이 묻힌 한인묘지가 야산을 따라 조성됐지만 수십년째 돌보는 사람이 없는 가운데 생활쓰레기에 뒤덮여 들개떼만 어슬렁거리고 있다. 시급히 이장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애국지사들은 죽어서조차 편안히 쉬지 못하고 있다.
▲ 쓰레기로 뒤덮인 독립지사 묘지: 총칭(重慶) 화상(化尙)산에는 독립지사와 그들의 가족들이 묻힌 한인묘지가 야산을 따라 조성됐지만 수십년째 돌보는 사람이 없는 가운데 생활쓰레기에 뒤덮여 들개떼만 어슬렁거리고 있다. 시급히 이장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애국지사들은 죽어서조차 편안히 쉬지 못하고 있다.

1940년대 임정이 있던 총칭(重慶)은 연화지 청사를 제외한 양류가와 석판가 청사는 흔적을 찾을 길이 없다.

특히 독립운동가들이 묻힌 화상산 공동묘지는 아예 생활쓰레기장이 되버렸다. 이국땅에서 조국을 위해 살다간 애국지사들의 묘소에는 쓰레기를 뒤지는 들개떼만 어슬렁거리지만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토교 한인촌도 철강회사에 밀려 사려졌다.

비교적 원형을 보존해온 한국광복군 총사령부(현재 미원이란 식당으로 운영중)는 올 연말이면 철거될 예정이다. 도로건설로 사라진 시안(西安)의 이부가 총사령부의 전철을 밟는 것으로 국군의 전신인 한국광복군총사령부 유적이 모두 사라지는 셈이다.

3번의 임시정부 주석과 의정원의장을 지낸 천안출신의 이동녕 선생의 치장(기江) 거주지도 주변에 아파트 신축으로 철거가 논의되고 있다. 항조우(杭州) 임정요인거주지 역시 2층 목조가옥의 원형이 일부 보존되지만 재개발로 내년이면 사라지게 된다.

▲ 철거예정인 광복군총사령부: 임시정부는 1940년 8월 17일 총칭(重慶)에서 광복군을 창설하고 총사령부를 설치한다. 사진속 건물은 총사령 지청찬과 참모장 이범석 등 지휘부가 사용했던 것으로 1층에는 미원(味苑)이란 식당이, 2층(원안 작은사진)은 창고로 사용되고 있지만 오는 10월 재개발로 철거될 예정이다.
▲ 철거예정인 광복군총사령부: 임시정부는 1940년 8월 17일 총칭(重慶)에서 광복군을 창설하고 총사령부를 설치한다. 사진속 건물은 총사령 지청찬과 참모장 이범석 등 지휘부가 사용했던 것으로 1층에는 미원(味苑)이란 식당이, 2층(원안 작은사진)은 창고로 사용되고 있지만 오는 10월 재개발로 철거될 예정이다.

임시정부가 처음 수립된 상하이는 1992년 중국과 수교를 맺은 이래 마탕루(馬當路) 임정청사만 복원됐을뿐 인근의 8개 관련 유적(지)이 지난 10여년 사이 모두 사라졌다. 1922년 1만명의 병사를 모을 것을 결의한 한국노병회결성지, 1932년 한국독립당 등이 대일전선통일동맹을 결성한 근검여사(勤儉旅社), 상해 망명인사 자재학교인 인성학교(仁成學敎) 등 주요 독립유적지는 이제 흔적도 없었다.

대한민국의 독립의지를 전세계에 알리고 침체된 독립운동의 기폭제 역할을 했던 홍코우(虹口)공원의거의 비밀회의가 열렸던‘흥륭다원’역시 오피스텔 신축으로 자취조차 없어졌다.

푸양(阜陽)의 광복군 제3지대성립장소는 나이트클럽으로 성업중이다. 난징(南京)의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천녕사)는 폐허상태로 방치되다시피 버려져 있다.

이처럼 임정유적지가 사라지고 있지만 유적매입 등 정부차원의 대책은 아직까지 마련되질 않고 있다. 소수민족의 정체성 확대에 민감한 중국정부 역시 한국의 독립운동 유적지지정에 배타적이어서 유적보존이 어려운 현실이다.

▲ 허물어진 총칭 오사야항 청사: 1940년 9월 총칭으로 임정이 옮겨온 뒤 3번째 청사다. 김구주석은 이곳에서 백범이하권을 집필했다. 현재 원형이 거의 허물어져 방치되고 있으며 중국 정부가 세워 놓은 표지석만이 이곳이 임정 청사였음을 알려주고 있다.
▲ 허물어진 총칭 오사야항 청사: 1940년 9월 총칭으로 임정이 옮겨온 뒤 3번째 청사다. 김구주석은 이곳에서 백범이하권을 집필했다. 현재 원형이 거의 허물어져 방치되고 있으며 중국 정부가 세워 놓은 표지석만이 이곳이 임정 청사였음을 알려주고 있다.

독립기념관이 사라져가는 독립운동 유적지에 기념물을 세우려 수차례 중국정부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하고 있다. 최근 각종 기록을 보관하는 중국 당안관은 접근조차 제한되고 있다.

난징대 유영승 한국학연구소장은“임정의 난징 주화대표단(대사관 성격)은 아직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한국정부나 기업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며“중국의 경제발전 속도만큼 독립유적은 빠르게 사라질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총칭ㆍ상하이ㆍ난징ㆍ푸양=맹창호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코레일, 동해선 KTX-이음 개통 첫 날 이용객 2000명 넘어
  2. [세상보기]가슴 수술 후 수술 부위 통증이 지속된다면
  3. 이장우 대전시장 "불퇴전진으로 대한민국 신 중심도시 충청 완성하겠다"
  4. 충청 출신 與野대표 지방선거 운명의 맞대결
  5. 대전 동구, 겨울철 가족 나들이 명소 '어린이 눈썰매장' 개장
  1. 2026 병오년, 제9회 지방선거의 해… 금강벨트 대격전
  2. 의정부시, 2025년 명장 2명 선정…장인정신 갖춘 소상공인 자긍심 높여
  3. 2026명이 벗고 달린 새해 첫 날! 2026선양 맨몸마라톤
  4. 대전 중구보건소, 정화조 청소 후 즉시 유충구제 시행
  5. 대전 서구, 행안부 지방 물가 안정 관리 4년 연속 최우수

헤드라인 뉴스


아동인구 감소 현실의 벽… 세종 국공립 어린이집 취소 `파장`

아동인구 감소 현실의 벽… 세종 국공립 어린이집 취소 '파장'

아동 인구 감소로 보육시설 운영난 가중과 폐업이 속출하는 가운데, 세종시 국공립 어린이집 개원이 취소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이 어린이집은 정원 수용률이 지역 최하위 수준인 산울동 복합커뮤니티센터 내 2027년 개원 예정이었으나, 시가 지난 6월 주민 의견 수렴 과정 없이 개원 최소 결정을 내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세종시는 "인근 지역 보육수요까지 감안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산울동 주민들은 "현실을 외면한 행정"이라며 원안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시는 이달 보육정책위원회에 안건을 재상정..

[현장] 응급실 시계에 새해는 없다네… 중증환자 골든타임만 있을뿐
[현장] 응급실 시계에 새해는 없다네… 중증환자 골든타임만 있을뿐

"응급실 시계에 새해가 어디 있겠습니까. 중증환자 골든타임만 있을 뿐이죠." 묵은해를 넘기고 새해맞이의 경계에선 2025년 12월 31일 오후 11시 대전권역 응급의료센터가 운영되는 충남대병원 응급실. 8살 아이의 기도에 호흡 유지를 위한 삽관 처치가 분주하게 이뤄졌다. 몸을 바르르 떠는 경련이 멈추지 않아 산소포화도가 떨어진 상태에서 호흡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처치에 분주히 움직이는 류현식 응급의학 전문의가 커튼 너머 보이고 소아전담 전문의가 아이의 상태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했다. 여러 간호사가 협력해 필요한..

"할아버지는 무죄에요" 대전 골령골에 울린 외침…학암 이관술 고유제 열려
"할아버지는 무죄에요" 대전 골령골에 울린 외침…학암 이관술 고유제 열려

대전형무소에 수감됐다가 6·25전쟁 발발 직후 불법적인 처형으로 목숨을 잃은 학암 이관술(1902-1950) 선생이 1946년 선고받은 무기징역형에 대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그의 외손녀 손옥희(65)씨와 학암이관술기념사업회는 2025년 12월 31일 골령골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터에서 고유제를 열고 선고문을 읊은 뒤 고인의 혼과 넋을 달랬다. 이날 고유제에서 외손녀 손옥희 씨는 "과거의 역사가 남긴 상처를 치유하겠다는 역사를 근간으로 하는 단체와 개개인의 노력 덕분에 사건 발생 79년 만에 '이관술은 무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오년 이색 도전…선양 맨몸마라톤 이색 참가자 병오년 이색 도전…선양 맨몸마라톤 이색 참가자

  • 맨몸으로 2026년 첫 날을 힘차게 ‘출발’ 맨몸으로 2026년 첫 날을 힘차게 ‘출발’

  • ‘붉은 말의 기운 받아 2026년도 힘차게 나아갑시다’ ‘붉은 말의 기운 받아 2026년도 힘차게 나아갑시다’

  • 구불구불 다사다난했던 을사년…‘굿바이’ 구불구불 다사다난했던 을사년…‘굿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