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무 교수 |
중학교 졸업 때까지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아 호롱불 밑에서 숙제를 하다 앞 머리칼을 태웠을 정도로, 어린 시절에 겪은 시골생활은 불편 투성이었다.
시골 정취를 맛보러 가끔 나들이 가는 것은 좋지만, 도시 아파트 생활의 편리함을 왜 아내는 마다하는 것일까?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란 얘기도 맞는 말이고, '언제 시작해도 지금이 가장 빠른 때'란 표현도 옳고 옳지만, 우리 부부의 나이를 생각하면 시골에 집을 짓겠다는 합의를 되 물리고 싶은 생각이 한두 번 드는 게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번이 아니면 기회가 영영 없잖은가. 운이 좋아서 천당에 가게 되면 최상의 주거환경이 주어질 것이고,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지면 그 불구덩이 속에서 무슨 일을 한단 말인가? 막상 인생의 마지막을 지내기 위한 집을 짓는다고 생각하니, 내 삶 속에서 지우고 싶은 후회스런 일들이 떠올랐다. 그중 하나가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늘 일을 핑계 삼아 아이들과 놀아준 적도 거의 없었고, 기억에 남는 가족여행을 하거나 멋진 추억을 만들어 주지도 못했다.
서경(書經)에 나오는 '극념작성(克念作聖)', 즉 후회하고 반성만 제대로 한다면 성인이 된다는 구절이 떠올랐다. 그래 퇴직 후에는 멋진 가장이 돼보자. 늦었지만 작심하고 잘하자. 우선 시골에 집을 짓자. 이왕이면 유지비도 덜 들고 주위환경에 어울리는 소박한 집을…. 아내의 표현대로 '있는지조차 모르고 지나칠 겸손한 작은 집'을…. (충남대 명예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