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문화의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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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문화의 속도

정용도 미술비평가

  • 승인 2019-06-24 14:21
  • 신문게재 2019-06-25 23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정용도
정용도 미술비평가
문화는 물질적인 실체가 없다. GDP나 GNP 같은 경제적인 지표들이 한 국가의 양적인 차원을 기술한다면, 문화는 정신적인 수준의 지표다. 경제 수준이 높다고 선진국은 아니다. 문화적 환경이 한 국가의 최종적인 모습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정직한 행동, 정의로운 판단,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관계에 근거한 시스템이 존재하는 사회가 문화적인 시민사회일 것이다. 이처럼 문화는 단지 예술적 결과물로 이루어지는 가시적 차원만을 말하지 않는다. 문화 역시 정치처럼 우리 인간의 삶 모든 것과 관계있고 또한 영향의 관계 속에 있다.

20세기 초 발터 벤야민은 사회의 인프라가 발전하면, 그것을 반영하는 정신 수준에 이르는 시간이 50년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이는 문화의 발전이 개인적인 반성과 사회적인 성찰이 내포된 과정이기 때문이다. 요즘 한국의 사회 상황을 보면 무언가 상당히 혼란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시대의 패러다임이 바뀌면 그에 따라 삶의 색깔도 변화돼야만 하는데, 뉴스에서 접하는 정치적 언급들과 사회에 관한 정보들은 오히려 시대의 변화를 번역 불가능하게 만든다.

2018년 통계로 보면 대한민국 국민의 90%가 넘는 스마트폰 이용자 중 20~30대의 모바일 콘텐츠 이용률이 40%가 넘는다. 물론 다른 세대 역시 차이는 있지만 모바일을 통해 정보를 접하는 추세는 계속 높아져 왔다. 현재는 신문과 방송의 시대에서 이미 방송과 결합한 인터넷의 시대로 바뀌었다.

1990년대 이후 한국사회는 인터넷과 통신 산업으로 인해 혁신적인 사회적, 경제적 동력을 얻게 되었다. 이후 근 30여 년간 우리 삶의 모습은 급격하게 변화됐다. 특히 젊은 세대는 SNS와 게임 같은 가상의 시뮬레이티드 된 공간을 통해 그들 자신의 심리적 공간을 삶의 차원으로 확장 시킨다. 이들 공간에서 중요한 것은 공정한 게임의 규칙이다. 오프라인에서와 마찬가지로 규칙을 어기는 유저들은 가상의 공간으로부터 추방당하거나 외면당한다. 가상공간에도 도덕적인 기준들이 작용하고, 삶의 공간과 마찬가지로 권선징악과 같은 윤리적 기준이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판단의 혼란만 있을 뿐 본래 진실은 단순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매체의 특성은 속도다. 흥미로운 것은 인터넷 신문이나 여타 사이트의 댓글들 내용을 보면 정보나 정보 발의자의 의도를 파고들어 비판하고 나름대로 대안을 제시하기도 하는 경우가 있다. 이슈에 대한 즉각적인 비판적 반응은 예전의 오프라인 공론의 장에서는 물리적인 한계로 인해 제한되어 있던 현상이다. 이것 역시 속도의 중요한 측면이다. 철 지난 이슈가 아닌 지금 우리들 목전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에 관한 핵심을 파고드는 의견들은 이슈의 주목도로 인해 훨씬 더 강력한 민주적인 동력들을 생산할 가능성이 아주 많기 때문이다. 우리 삶과 관련된 모든 것이 문화라는 거시적인 관점에 보면, 문화를 해석하고 적응하는 속도가 우리 삶의 질적인 차원들을 규정해줄 것이다. 정용도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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