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깊이 스며드는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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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깊이 스며드는 세월호

사회과학부 임병안 차장

  • 승인 2024-04-23 16:39
  • 신문게재 2024-04-24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임병안
임병안 차장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여러 승객이 탑승한 세월호가 가라앉는다는 소식을 들은 곳은 대전경찰청 기자실이었다. 기자실 작은 TV에 기울어진 세월호가 바다 위에서 표류하는 모습이 생중계됐고 정오께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기자들도 당황스러움과 어떻게 해야 할지 아비규환이었다. 방송사 기자와 통신사, 전국 일간지 기자들은 팽목항으로 현장 취재를 떠났고 사회부 기자들이 모이는 대전경찰청 기자실은 오히려 한적하게 발길이 끊어진 때도 있었다. 국민 마음을 울리는 중요 사건이 일어난 현장에서 직접 취재할 수 없고,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무기력감을 이때 심하게 느꼈던 기억이 있다. 정신을 다시 차리고 우리 지역에 세월호를 찾아 취재하고 보도하려 애썼는데, 실종자 생환에 희망을 걸고 수중 구조작업이 이뤄질 때 민간잠수부 자격으로 현장에 출동한 수중환경연합회 대전본부 김영기 본부장을 만나 진도 앞바다 상황을 전한 게 세월호 관련 첫 보도였다. 그리고 침몰 일주일 후 대전역에서 희생자를 기리고 실종자 무사귀환을 바라는 촛불집회가 처음 열렸는데 이곳에서 당시 11살 조현오 군이 "형, 누나 꼭 돌아오세요"라고 편지글을 썼고, 같은 날 심민규 군 등 대신고 3학년 학생 18명이 노란 리본 1200개를 직접 만들어 학교 앞 도마네거리에서 주민과 운전자들에게 나눠줬다.

4월 28일 대전시청과 충남도청에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는데 첫날 각각 1000여 명, 600여 명의 조문객이 찾아 헌화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 와중에 인터넷 사이트에 희생자를 비하하는 표현으로 희생자와 실종자를 모욕한 12명이 대전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일도 있어 기사로 타전한 기억이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6월 7일 처음으로 대전을 찾았을 때 300여 명의 시민이 대전역에 모여 촛불을 들었고, 색소폰으로 '천개의 바람'을 연주하고 '4월에 핀 국화'라는 시를 낭독해 유가족을 위로한 일도 있었다. 세월호 참사는 '2013년 7월 18일' 태안 해병대캠프 참사로 공주에서 학교를 다니던 다섯 학생이 희생된 지 1년도 안된 시점에 발생했다.

그해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8월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미사를 집전할 때 세월호 유족들은 경기도 단원고에서 진도 팽목항을 거쳐 대전까지 나무십자가를 어깨에 멘 채 찾아왔다. 전날 천주교 대전 유성성당에 도보행진으로 온몸이 새까맣게 그을린 고 이승현군 아버지 이호진 씨와 김웅기군 아버지 김학일 씨를 시민들이 맞이하던 풍경이 엊그제처럼 떠오른다.



그렇게 10년이 지났고 그때 그 기자실에서 4월 16일을 맞았다. 세월호 파란바지의 의인 김동수 씨를 대전에서 만나 그를 덮친 트라우마를 지역 독자들께 전하고 '당신에게 세월호란' 질문을 던지고, 대전현충원 기억식을 찾아간 것은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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