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혁신 패권시대, 특구의 비전과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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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칼럼]혁신 패권시대, 특구의 비전과 역할

최종인 국립한밭대 교수, 개교100주년 기념사업추진단 단장

  • 승인 2026-01-04 12:17
  • 수정 2026-02-10 17:51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최종인 한밭대 융합경영학과 교수
최종인 국립한밭대 교수, 개교100주년 기념사업추진단 단장
2026년 전세계가 기술혁신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IMF 위기를 극복한 뒤 국가연구개발 투자 대비 축적된 기술의 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연구개발특구(2005년)는 대한민국 미래비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아 왔다. 지난 가을 특구재단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출간된 책 '더 이노베이터 20'에는 특구와 함께 성장한 글로벌 혁신기업 20개 이야기를 재미있게 담고 있다. 이 기업들의 공통점에는 '기술-제품-시장(T-P-M)'의 상호연계와 선순환이 잘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성과를 토대로, AI 혁명기 한복판에서 준비되는 제5차 연구개발특구 육성종합계획(2026~2030)은 어떤 혁신클러스터의 미래상을 담아야 할까?

필자가 30년 가까이 연구해 온 세계적 혁신클러스터로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RTP)'는 좋은 사례가 된다. 이곳은 실리콘밸리처럼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곳이 아니라 지방정부가 계획을 통해 만든 곳이기에 전세계 많은 나라들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최근 50년을 내다보는 'RTP 3.0'이 발표되어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전통적 교외형 오피스 파크와 차별화 연구단지에서 벗어나 도시형·복합용도 혁신지구로 전환하자는 장기 비전·계획 때문이다. 세 가지 주요 내용을 보면 첫째, 비전과 시간 스케일이다. 50년을 내다보는 장기 마스터플랜으로 인구와 산업구조 변화, 기후위기와 주거·교통 문제에 대응하는 '다음 세대 RTP' 모델이다. 둘째, 공간 구조로서 기존의 단일 캠퍼스에서 혼합용도 혁신지구로의 변환이다. 기존의 '전통적 기업캠퍼스' 모델이 아닌 기존에 연구·개발(R&D) 전용으로 묶여 있던 토지규제를 풀어 연구와 주거, 상업, 엔터테인먼트, 공원·공공공간이 결합된 혼합용도·고밀 거점과 주거지 향상된 캠퍼스 유형의 도입이다. 셋째, Hub RTP와 15분 도시의 구축이다. IBM이 떠난 중심부에 Hub RTP를 만들고, 내부의 '다운타운' 역할로 개발해 오피스·생명과학 연구, 리테일, 주거, 호텔, 16에이커 녹지를 통합하는 보행중심 코어를 조성 중이다. 카를로스 모레노가 제안한 '15분 도시' 개념은 생태(ecology), 근접성, 연대(solidarity), 참여의 네 가지 축을 중심으로 한다. 일상 서비스와 편의시설을 도보·자전거로 15분 내 이용토록 하며 여기엔 지속가능성·포용성·혁신 경쟁력의 가치가 내재된다.

듀크, UNC, NC State 등의 대학과 연구소들은 RTP 3.0에서 '3대 축(지식·인재·창업)의 앵커'이자 장기 비전의 공동설계자이다. 특히 이들 대학이 만들어 내는 연구성과·인재·스타트업 등 3개 파이프라인이 RTP 3.0의 혼합용도 혁신지구, 허브 RTP, 신산업 클러스터를 실질적으로 채우는 원동력이다. 또한 RTP 3.0에서 AI 기술 수요(전력·냉각·제어)에 대응하는 인프라 투자를 최우선시한다. AI 기반 제조·에너지·산업 운영 및 AI 연구·개발·인재 생태계 구축도 강화하고 있다. 특히 RTP 3.0이 지향하는 '라이프-워크-플레이' 혼합용도 혁신지구의 특성상, AI는 단지 내부의 운영 효율화와 입주기업의 핵심 R&D·비즈니스 모델의 기반이 되고 있다. RTP의 성장 과정에서 리더십의 역할은 결정적이었다. 특히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통산 16년간 역임한 짐 헌트의 리더십은 상징적이다. 그는 1970년대 8년간 주지사를 역임, 임기 제한에 따른 휴지기를 거쳐 1990년대 다시 8년간 주지사를 역임하며 교육·과학기술·혁신클러스터를 아우르는 비전을 제시하고 일관되게 추진했다. 지난해 12월 중순 88세로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RTP 성장의 장기 비전과 통합 리더십은 오늘의 우리에게도 깊은 시사점을 던진다. 2026년 기술혁신의 패권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AI·반도체·에너지·원자재·데이터' 등을 둘러싼 미·중간 경쟁 심화와 동맹의 기술 블록화, 규범·표준 등에서의 경쟁이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강소특구, 광역특구는 글로벌 혁신특구를 지향하며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해 기술·인재·자본을 재배치하고 특히 '르네상스'형 인재양성과 정주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 미래설계가 이뤄지길, 새해 '혁신 패권시대 경쟁'을 바라보며 생각해본다. /최종인 국립한밭대 교수, 개교 100주년 기념사업추진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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