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AI 시대의 창업 해법: 기술을 타되, 가치는 로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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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AI 시대의 창업 해법: 기술을 타되, 가치는 로컬에

박정용 한남대 교수

  • 승인 2026-01-15 16:44
  • 신문게재 2026-01-16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박정용 교수
박정용 한남대 교수
2026년 새해를 맞아 인공지능 시대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아지는 요즘, 필자는 문득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이 세상을 뒤흔들었던 시점이 2016년 3월, 즉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이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로부터 10년, AI는 이제 우리 일상과 창업 현장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팀이 매년 발간하는 '트렌드코리아 2026'에서는 2026년의 소비자트렌드의 키워드를 'HORSE POWER', 즉 '말의 힘'으로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말은 동물이 아니라 그리스 신화의 켄타우로스를 의미한다. 켄타우로스는 상반신은 인간, 하반신은 말인 존재다. 트렌드코리아 2026은 AI 시대를 켄타우로스로 비유하는 것이다. AI라는 강력한 말(하체)을 타되, 인간의 지혜와 판단(상체)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 비유는 2026년 로컬 창업가들에게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정부가 딥테크와 첨단기술을 강조하더라도, 실제 소비 현장에서는 여전히 인간의 감성과 관계, 경험이 핵심 가치로 작동한다. 켄타우로스처럼, 기술(하체)을 활용하되 인간성(상체)을 잃지 않는 것. 이것이 2026년 로컬 창업의 방향이다. AI 도구를 적극 활용하되,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해야한다. ChatGPT 등의 AI서비스로 마케팅 콘텐츠를 만들되, 지역 이야기와 감성은 직접 담아야 하는 것이다. 즉 데이터 분석은 AI에 맡기되, 고객과의 진심 어린 소통은 직접 하면서 균형을 차별성과 경쟁력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트렌드코리아 2026'에서 제시하는 10대 키워드 중 로컬 창업가들이 특히 주목하면 좋을 키워드로 '필코노미'와 '근본이즘'도 눈에 들어온다. 첫째, '필코노미(Feel-conomy)'다. 기분이 경제가 되는 시대라는 의미다. MZ세대는 기분이 안 좋으면 빵집에 가고,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소비한다. 대전의 빵지순례 현상이 바로 필코노미의 대표 사례다. 성심당을 비롯한 대전의 베이커리들이 전국적 명성을 얻은 것은 단순히 빵이 맛있어서가 아니라, 그 공간과 경험이 주는 '기분'이 좋기 때문이다. 로컬 창업가들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넘어 '기분'을 판매해야 한다. 둘째, '근본이즘(Returning to Fundamentals)'이다. AI가 발전할수록 역설적으로 소비자들은 진짜, 원조, 근본을 찾는다. 대전의 전통 시장, 오래된 맛집, 장인의 손길이 담긴 제품들이 주목받는 이유다. 로컬 창업의 강점은 바로 이 '근본'에 있다. 수도권 대기업이 흉내 낼 수 없는 지역의 역사와 이야기,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경쟁력이 된다.

필코노미와 근본이즘으로 차별화할 수 있는 로컬 창업가의 강점은 기술이 아니라 감성과 진정성이다. 고객에게 어떤 기분을 선사할 것인가, 우리 지역의 어떤 근본적 가치를 보여줄 것인가. 이 두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있다면, 딥테크 쏠림 속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2026년 로컬 창업가들은 정부 지원사업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한다. 3.4조 원 규모의 지원이 딥테크 중심이라 해도, 지역 주도형 420개 사업은 로컬·청년·여성 창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대전은 중구 글로컬 상권 지원 55억 원, 라이즈 655억 원 등 지역 특화 예산이 있다. K-Startup 포털에서 자신의 단계와 분야에 맞는 사업을 찾아 지원하되, 사업계획서는 AI를 활용해 완성도를 높여야한다.

2026년은 기회의 해다. 역대 최대 규모의 정부 지원, AI 기술의 대중화, 그리고 로컬 가치에 대한 소비자의 높아진 관심이 동시에 존재한다. 10년 전 이세돌이 78번째 수로 알파고를 이긴 것처럼, 로컬 창업가들도 자신만의 창의적 수를 찾아낼 수 있다. 켄타우로스처럼, AI를 타되 인간성을 잃지 않는 것. 정부 정책을 활용하되 소비자의 마음을 읽는 것. 첨단을 배우되 근본을 지키는 것. 2026년 대전·세종 지역 창업가들이 이런 균형 속에서 새로운 도약을 이루길 기대한다.
박정용 한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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