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딴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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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딴짓

양홍석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장

  • 승인 2026-01-22 16:52
  • 신문게재 2026-01-23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양홍석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장
양홍석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장
필자는 주의력이 매우 부족한 편이다.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다 보면 이른바 '딴짓'을 자주하고, 그때마다 부모님과 선생님, 선배와 부장님에게 혼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꼭 해야 할 일을 앞에 두면 집중이 안되고, 헤매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은 몸과 마음이 부딪치던 시간들이라 믿고 싶다. 몸은 쉬고 싶은데, 마음은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 말이다. 매번 이런과정이 반복되면서 저는 남들이 하고있는 일들을 10년 이상 씩 늦거나 못하고 있다.

그런데 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딴짓' 이 과연 '딴짓' 이였는지. 인생이란 큰 틀에서 하나의 빌드업 과정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딴짓에 해당되는 것들을 나열해보겠다. 멍때리기, 잡생각, 엉뚱한 상상, 졸음 등 집중해야 할 때 집중을 못하는 경험들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마치 머피의 법칙과도 같다. 학창시절에는 해야할 과목에 집중하지 못하고 딴짓하다가 갑자기 잊어버린 숙제가 떠오르고 국어 공부하면 영어 공부하고 싶고 영어공부하고 싶으면 역사 공부가 하고싶을 때 공부가 잘되는 아이러니를 늘 경험했다. 업무를 대응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보고서를 작성하다보면 해당 업무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라야 하는데 다른 업무의 아이디어만 떠오르는 이 익숙한 경험들. 이 모든 경험들이 당시에는 쓸때없는 잡생각에 불과했다만 만약 하나라도 학업과 일처리에 전화위복이 되었다면 나쁜 일만은 아닐 것이다. 돌아보면, 여러분들이 가장 앞으로 나아가게 했던 순간은 집중하던 때가 아니라 오히려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던 순간에 찾아왔는지도 모른다. 딴짓은 일탈이 아니라, 생각이 방향을 다시 찾는 과정일 수 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예고 없이 찾아오고, 그 순간을 붙잡을 수 있다면 새로운 세계와 만날 수도 있으니까.

필자는 '딴짓'에 대한 그동안의 부정적 인식은 뿌리깊은 수직적 권위주의 사고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목표를 위해 수년간 모든 것을 참고 견뎌 성공에 이른 노력은 분명 존중받아야 한다. 다만 '4당5락', '퇴근 전 까지 보고자료 제출' 처럼 딴짓을 죄악시하는 분위기는 과거급제 중심의 양반 사회, 고시로 상징되는 소수 전문직 신화, 과열된 입시 경쟁이 남긴 오래된 성공 서사의 그림자일지도 모른다. 과연 그 성공한 사람들은 단 한 번도 딴짓을 하지 않았을까?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고정관념들을 다시 들여다봐야 할 시점이다. 하필 이 나라에서 유독 견고했던 관념들은 이제 인공지능(AI)의 등장과 무너지고 있으니까.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을 도저히 따라가기 어려운 현재에서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번뜩이는 '딴짓'이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 앞으로 여러분들은 딴짓을 절대 폄하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다음 생각으로 넘어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니까. 우리는 '딴짓'을 경계하면서도, 정작 '생각없는 일상'의 반복에는 너무나 관대하다. 그동안 권위적이였던 우리사회는 시키는 일을 시킨 대로, 정해진 시간 안에, 의심 없이 처리하는 태도를 성실이라 치켜 세웠다. 성실함이 그동안 대한민국 사회를 성장하게 한 기여는 인정하지만 급변하는 미래시대에 그 성실함이 과연 사회를 이끌어 갈 수 있는 힘이 될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딴짓을 죄악시 하는 사회는 결국 질문을 귀찮아하고 소통이 단절되는 사회가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잠시 멈춰 다른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순간일지도 모르겠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40년 전 한 전자회사의 광고카피처럼 딴짓에서 나온 생각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
양홍석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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