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인간의 뇌, 제2의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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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인간의 뇌, 제2의 자연

김준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 승인 2014-11-30 13:43
  • 신문게재 2014-12-01 18면
  • 김준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김준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김준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김준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마음의 문제는 과학과 종교, 그리고 예술의 오랜 화두였다. 그것은 인간의 본성에 접근하는 근원적인 질문으로서 종교와 철학의 주된 관심사였다. 다윈의 진화론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거치면서 마음이 본격적으로 과학적 탐구의 대상으로 자리잡은 이래 마음에 관한 이해는 인간이해의 방향을 좌우했다. 동시대 뇌과학은 뇌와 신경으로부터 나오는 마음에 대한 연구를 토대로 인간의 존재론과 인식론의 지평을 확장함으로써 인간이해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청하고 있다. 특히 인간의 의식에 관한 신경과학의 관점은 인간을 자연으로부터 구분하여 자아를 가진 독자적인 주체로 상정한 인간중심주의적 사유에서 벗어나 인간의 의식이 뇌작용에 근거한 자연과학적인 탐구의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의식과 무의식, 기억, 감정, 감각 등 뇌작용에서 나오는 마음의 문제는 매우 친숙한 예술적 소통의 소재이자 주제들이다. 하지만 예술이 다루는 이러한 문제들은 과학적인 개념과 거리를 둔 직관적 감성의 수준에 머물러왔다. 무의식에 관한 다다이스트들과 초현실주의자들의 실험은 인간의 정신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바탕으로 예술의 지평을 확산해왔다. 그러나 이후의 예술은 무분별하게 오해와 편견을 키우면서 무의식기반예술의 모래성을 쌓으며 벌거벗은 임금님놀이를 해왔다. 인간의 마음에 관하여 예술이 채택하고 있는 낡은 과학적 의제들은 현대미술의 병폐를 지탱하는 온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뇌과학기반예술은 무의식 오남용을 벗어나 인간의 마음에 대한 체계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차원의 예술을 열어줄 키워드다.

'프로젝트대전 2014:더 브레인'의 전시프로그램으로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인간의 뇌, 제2의 자연'은 뇌과학을 근거로 인간 의식의 본성을 다룬 제럴드 에델만의 저서 세컨드 네이쳐에서 따온 말이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며, 뇌는 인간 신체의 일부분이다. 따라서 뇌는 그 자체로 자연의 산물이며 자연의 일부이다. 에델만이 주장하는 바, '인간의 의식은 제2의 자연'이라는 생각의 근저에는 뇌가 수행하는 의식작용은 일종의 자연 현상이므로 자연과학의 탐구영역으로 볼 수 있다는 시각이 깔려있다. 근대적 인간관은 인간의 의식을 물리법칙에 따르는 물질세계와 달리 물리적 공간을 차지하지 않고 물리적 법칙과는 다른 세계로 보았지만, 물리적 세계와 사유하는 주체를 완벽하게 나눠서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의 분열을 야기한 근대철학은 패러다임의 전환을 맞이한 지 오래다.

이번 전시 '인간의 뇌, 제2의 자연'은 뇌과학이 밝히는 인간의 뇌와 신경의 구조에 관한 연구를 예술적 의제와 소재, 방법론으로 도입했다. '인간의 의식은 제2의 자연'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하여 '인간의 의식을 작동하게 하는 뇌 또한 자연'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는 이 전시 여섯 개의 섹션으로 나뉜다. 그것은 물질과 파동, 의식, 기억, 마음, 인지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인간의 뇌를 다룬다. 뇌과학과 예술의 언어를 융합하여 1)뇌라는 물질, 2)파동으로서의 뇌, 3)의식과 무의식, 4)기억의 지층, 5)뇌화한 마음, 6)감각과 인지 등 여섯 개의 섹션을 구성했다. 이 전시는 뇌를 통해 마음의 실체에 접급하려고 한다. 객관실체로서의 자연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의식이 인지하는 바의 그것 또한 자연이다. 요컨대 인간의 마음은 '또 하나의' 자연이다.

프로젝트대전은 과학예술의 관점으로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지향한다. 과학예술은 인간과 자연에 대한 인식의 과잉과 결핍의 상황을 넘어서 과학적 이해의 바탕 위에서 예술적 상상과 창의를 실천할 것을 제안한다. 특히 뇌과학은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에 관한 체계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임상병리학 수준의 마음에 관한 이해를 극복하고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갈 것을 권면한다. 이 프로젝트는 뇌과학의 관점을 빌려서 뇌라는 물질을 들여다보고, 뇌파를 매개로 뇌작용의 현상과 원리를 살핌으로써 의식의 문제를 비롯해 기억, 감각, 감정, 인지, 생각 등 인간의 마음작용 전반에 관해 다룬다. 이 전시가 추구하는 뇌과학기반예술은 인간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는 새로운 예술의 지평을 열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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