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터널'의 하정우 “비극을 극대화시키려면 코미디가 있어야”

  • 핫클릭
  • 방송/연예

영화 '터널'의 하정우 “비극을 극대화시키려면 코미디가 있어야”

시나리오에 대사없이 지문만 있기도… 애드리브로 공백 채워 넣으려 노력 정수의 고통보다는 '생존기'에 초점 … 상대배우가 없어 소품에 더욱 신경

  • 승인 2016-08-17 13:52
  • 신문게재 2016-08-18 13면
▲'터널' 스틸컷
▲'터널' 스틸컷
절체절명의 위기일수록 하정우의 유머 본능은 빛을 발했다. 영화든, 인터뷰 자리든 한결 같았다. 영화 '터널'은 절제된 유머 감각으로 그의 연기 내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어두운 영화관에서 스크린 속 하정우의 원맨쇼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나와 하정우가 무너진 터널에 갇힌 듯한 착각이 일어날 정도다.

“저는 그런 유머러스한 부분이 더 있었으면 좋았다고 생각해요. 감독님 스타일이 터널에 갇힌 평범한 영업 대리점 직원 정수가 겪는 고통이나 처절한 상황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생존해나가는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했죠. 분위기를 깨지 않는 범위 내에서 코믹하게 연기를 했어요. 저는 그게 상황의 아이러니함에서 나오는 코미디라고 봐요.”

'터널'의 시나리오에는 지문만 있을 뿐, 대사가 없기도 했다. 하정우는 그 공백에 무엇인가를 채워넣기 위해 노력했다.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죠. 시나리오에 대사가 없어요. 그러면 배우 입장에서는 분명히 여기에 뭔가 채워져야 되는 거니까요. 현장에 가서 상황을 보고 뱉어 보겠다고 이야기했어요. 보면서 조율하기로 했고요. 즉각적으로 머리에서 느끼는 생각을 말로 표현했습니다.”

'터널'의 메가폰을 잡은 이는 영화 '끝까지 간다'로 호평 받은 김성훈 감독이다. 하정우는 이미 '끝까지 간다'를 통해 김 감독 특유의 연출이 어떤 힘을 가지는지 알게 됐다.

“비극이 강해지려면 코미디가 배치 되어야 해요. 셰익스피어가 그렇죠. 아주 중요한 드라마가 펼쳐지기 전에 강박적으로 코미디를 붙여 놓습니다. 비극을 극대화시키는 정점으로 가기 위해 코미디를 곳곳에 심어 놓는 거죠. 감독님은 그 구조를 아주 잘 안다고 생각했어요. '암살'이나 '아가씨'도 마찬가지고 코미디 연기가 허용된다면 분명히 그런 지점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많이 찾으려고 노력해요.”

하정우는 '터널'의 포인트를 정수의 조난 적응기와 내부 상황과 외부 상황의 대비에서 일어나는 아이러니로 꼽았다. 영화 '마션', '127시간', '33', '캐스트 어웨이', '올 이즈 로스트' 등 극한 상황 속에서 생존을 다룬 영화들은 죄다 독파했다.

“고통받거나 힘든 것보다 정수가 그 안에서 적응해나가는 생존기가 중요하다는 의견을 나눴죠. 사실 '마션'에서도 기억에 남는 건 화성에서 감자를 재배하는 거잖아요. 물을 어떻게 나눠 마실까. 케이크를 어떻게 할까. 그러다가 또 개사료를 발견하고…. 그 안에서 정수는 밝게 적응해 나가는데 밖에서는 점점 포기를 하려는 상황이 대비되는 게 가장 큰 재미가 아닐까 싶어요. 다양한 재난 영화들에서 나온 기법들을 생각하고, 실제 생존자들의 경우를 따져가면서 현실적인 측면도 생각했죠.”

생각보다 훨씬 디테일한 부분까지 논의가 이뤄졌다. 케이크를 어떤 종류부터 조기축구회 상의에 새길 이름까지, 상대 배우가 없었기 때문에 주변 상황을 표현하는 소품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저는 초코 케이크를 좋아하는데 좀 싫어하는 케이크를 먹는 게 그 상황을 더 재밌게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생크림 케이크를 선택했고요. 가방은 어두운 곳에서 촬영하기 때문에 촬영 감독님 의견에 따라 밝은 색으로 선택했고, '거미손'이라는 조기축구회 닉네임도 실제 조기축구회에서 많이 쓰는 이름을 조사해서 나온 겁니다. 워셔액을 또 어떻게 처리할 지 고민을 했죠. 먹는 건 말이 안되니까 청소를 하자, 이런 식으로. 배우와 주고 받으면서 연기를 할 수가 없으니까 소품이나 설정 하나 하나를 굉장히 많이 준비했어요.”

물론 상대역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누가 뭐래도 하정우와 가장 좋은 호흡을 이뤘던 존재는 함께 조난된 강아지 '탱이'였으니까. 영화에서는 한 마리로 등장하는 이 강아지는 실제로 '곰탱이'와 '밤탱이', 두 마리가 연기했단다. 집에서 프렌치 불독을 키우는 하정우는 이들을 직접 집에 데리고 가서 친해지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고.

우여곡절도 많았다. 드라마 연기를 담당하는 '곰탱이'가 '욕'을 먹는 연기 이후에 하정우를 피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하정우는 액션 연기 담당인 '밤탱이'와 기적을 바라며 촬영해야 했다.

노컷뉴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랭킹뉴스

  1. 칠곡 왜관철교, 주민들 쉼터 역할
  2. 대전 중수청, 세종 임시 개청 후 옛 대전세무서 부지로 이전 추진
  3. 대천해수욕장, 126명 안전요원 총출동
  4. 학교 믿고 입주했는데…입주민 "교육청 중재 나서라"
  5. [르포] 선풍기도 없는 40.2도 정산부스… 폭염 속 공영주차장 근로자
  1. 부산 동구, 북항 해양레저에 시민 1000명 모였다
  2. 돌아오는 온통대전…자치구 지역화폐와 연계·통합 가능할까
  3. "서산 한우 관광 메카 만든다", 서산 운산 농어촌관광휴양단지 조성 본격 시동
  4. [교육부 하반기 업무계획] 국가인재위원회 신설… 거점국립대 3곳 성장엔진·AI 분야 패키지 지원
  5. [르포] 대청호 녹조 시작점 추소리 가보니…걷어내도 짙은 초록빛

헤드라인 뉴스


[르포] 대청호 녹조 시작점 추소리 가보니…걷어내도 짙은 초록빛

[르포] 대청호 녹조 시작점 추소리 가보니…걷어내도 짙은 초록빛

5일 오전 11시 충북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 대청호 수역. 수면은 평소 물빛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짙은 초록색으로 변해 있었다. 녹조가 뒤덮은 물 위로 오리들이 유유히 지나갔고 물가에는 각종 부유물이 떠다녔다. 수변 주변으로는 수많은 파리가 날아들었다. 플라스틱 컵으로 수면의 물을 떠보니 연한 초록빛을 띠었다. 물을 다시 쏟아낸 뒤에도 컵 안쪽에는 녹색 흔적이 남았다. 추소리 수역은 매년 여름이면 녹조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곳이다. 이날도 작업자들이 녹조방제선에 올라 수면을 뒤덮은 녹조를 걷어내고 있었다. 방제 작업은 하루 두..

`우린 비급여만` 건강보험 미청구 의료기관 대전 65곳 충남 31곳
'우린 비급여만' 건강보험 미청구 의료기관 대전 65곳 충남 31곳

건강보험 요양급여를 단 한 차례도 청구하지 않고 비급여 진료만 하는 이른바 '건보 청구 0원 의료기관'이 대전과 충남에서 10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비급여 진료만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의료기관은 대전 서구와 충남 천안에 집중되어 있고, 성형외과보다 일반의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건강보험 미청구 의료기관'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5년 기준 대전 의원급 의료기관 65곳과 충남 31곳이 연중 건강보험을 한 차례도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학교 믿고 입주했는데…입주민 "교육청 중재 나서라"
학교 믿고 입주했는데…입주민 "교육청 중재 나서라"

학교 신설 대체 이전을 전제로 추진된 한화포레나 유성 아파트 단지 내 초등학교 기부채납 공사가 중단되면서 입주민들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학교 개교를 믿고 입주를 결정한 입주민들은 5일 대전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공사 재개와 개교 일정 정상화를 촉구하며 교육청의 적극적인 중재를 요구했다. 한화포레나 유성 입주민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학교 공사 중단으로 학생들의 학습권과 통학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교육청과 시행사는 더이상 책임을 미루지 말고 학교를 정상적으로 개교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청권 식수원을 보호하라’…대청호 녹조 제거하는 방제선 ‘충청권 식수원을 보호하라’…대청호 녹조 제거하는 방제선

  • ‘전문 간호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전문 간호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 폭염에 도로 위 피어오른 ‘아지랑이’ 폭염에 도로 위 피어오른 ‘아지랑이’

  • ‘폭염에도 일을 쉴 수 없어요’ ‘폭염에도 일을 쉴 수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