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선풍기도 없는 40.2도 정산부스… 폭염 속 공영주차장 근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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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선풍기도 없는 40.2도 정산부스… 폭염 속 공영주차장 근로자

뙤약볕 피해 밖으로 나왔지만 별도 휴게공간 없어
차량 안내 탓 자리 못 비워 식사도 근무지서 해결
중구 “위탁계약상 근무환경 규정없이 수탁기관 관리”

  • 승인 2026-08-04 18:37
  • 신문게재 2026-08-05 1면
  • 이혜린 기자이혜린 기자

대전의 노상공영주차장 정산원들이 폭염 속에서 냉방 시설조차 없는 열악한 환경에 방치되어 있으나, 위탁 기관과 지자체는 예산 부족과 계약 규정 미비를 이유로 관리 책임을 미루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폭염 시 휴식 보장과 냉방 조치가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소규모 야외 노동자들은 여전히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위탁 업체뿐만 아니라 관리 감독 주체인 지자체도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근로자들의 안전과 휴식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진
4일 대전 중구의 한 노상공영주차장에 설치된 컨테이너형 정산 부스 외부 모습(왼쪽)과 냉방시설이 없는 내부 모습(오른쪽). 이날 오전 10시 51분께 부스 안 기온은 40.2도, 습도는 40%로 측정됐다. (사진=이혜린 기자)
4일 오전 10시 50분 대전 중구의 한 노상공영주차장. 대전에 폭염경보가 발효되고 낮 최고기온이 37도까지 오른 이날 주차정산원 이 씨는 뙤약볕 아래 놓인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차량을 기다리고 있었다.

요금 정산 공간으로 사용하는 컨테이너형 부스에는 에어컨은커녕 선풍기 한 대도 없었다. 기자가 디지털 온·습도계로 측정한 내부 기온은 40.2도였다.

이 씨는 차량이 들어오거나 나갈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안내하고 요금을 받은 뒤 다시 야외 의자로 돌아왔다.

그는 "부스 안은 너무 뜨거워 숨을 쉬기조차 힘들어 밖에 의자를 놓고 차량을 기다린다"며 "차량이 언제 들어올지 몰라 자리를 비우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식사도 대부분 주차장에서 해결한다. 이 씨는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경우가 많다"며 "냉방기기를 직접 설치해도 관리업체가 전기요금을 지원하지 않아 사용할 수 없고 마실 물도 각자 사 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인근의 다른 노상공영주차장도 냉방시설이나 별도의 휴게 공간이 없는 등 상황은 비슷했다. 해당 주차장은 대전 중구가 대전시교통장애인재활협회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으며 이 씨는 협회가 고용한 근로자다.

현행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근로자가 체감온도 31도 이상인 장소에서 장시간 작업할 경우 사업주가 냉방·통풍장치를 설치·가동하거나 작업시간을 조정하고 적절한 휴식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작업장소의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이면 사업주는 원칙적으로 매 2시간 이내에 20분 이상의 휴식을 줘야 한다. 다만 작업의 성질상 휴식을 부여하기 매우 곤란한 경우 개인용 냉방·통풍장치나 보냉장구를 지급하는 등 체온 상승을 줄일 수 있는 대체조치를 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체감온도 35도 이상에서는 매시간 15분씩 그늘에서 휴식하고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옥외작업을 중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체감온도 38도 이상에서는 긴급조치 작업을 제외한 옥외작업 중지를 강력히 권고한다.

다만 기자가 측정한 40.2도는 부스 내부 기온으로 습도를 반영한 작업장 체감온도와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법 위반 여부는 실제 체감온도와 작업시간, 휴식 또는 냉방장치 등 대체조치 제공 여부를 확인해야 판단할 수 있다.

대전 중구는 위탁계약에 정산원의 근무환경에 관한 별도 기준이 없다는 입장이다. 중구 관계자는 "위탁계약에는 위탁금액과 주차요금 등이 명시돼 있지만 근무 여건에 관한 규정은 없다"며 "휴게시간과 근무환경은 수탁기관이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회도 정산 부스의 열악한 환경을 알고 있었다. 협회 관계자는 "별도의 휴식시간을 정하지 않고 차량이 없는 시간에 근로자들이 알아서 쉬고 있다"며 "부스가 뜨거워 들어가지 못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스 확장을 중구에 건의했지만 예산 문제로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협회도 선풍기 등을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간간이 얼음과 물을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폭염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할 직접적인 의무는 이 씨를 고용한 협회에 있다. 그러나 공영주차장의 시설과 위탁계약을 관리하는 지자체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냉방시설 설치와 전기요금, 휴식 기준을 수탁기관의 자체 운영에만 맡길 경우 현장 근무환경이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어서다.

오임술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 노동안전국장은 "소규모 야외주차장에서 일하는 주차정산원들은 근무 인원이 적고 강도 높은 옥외 노동으로 인식되지 않아 폭염 대책에서 소외되기 쉽다"며 "위탁업체뿐만 아니라 주차장을 관리·감독하는 지자체도 관심을 갖고 휴식 여건 개선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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