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여행]단양 동굴탐험…5억년을 견딘 고수동굴의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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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단양 동굴탐험…5억년을 견딘 고수동굴의 신비

  • 승인 2016-08-25 14:01
  • 신문게재 2016-08-26 9면
  • 우난순 교열팀장우난순 교열팀장
▲ 고수동굴
▲ 고수동굴
용광로처럼 펄펄 끓는 태양의 파편들이 사정없이 대지에 내리꽂는다. 길가의 풀들은 말라 비틀어져 불이 붙으면 호로록 순식간에 타버릴 것만 같다. 티없이 맑은 파란 하늘을 목을 빼고 올려다봐야 물한방울 떨어질 기미가 없다. 과부 딸라 빚을 얻어서라도 남극으로 탈출하고 싶은 심정이다. 여름을 광적으로 좋아하건만 올 여름은 견디기 힘들다. 최소한의 삶을 연명하기 위한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간신히 버티는 중이다. 이 지옥같은 한 철, 단 몇시간이라도 놓여날 수 없을까.

남한강을 가로지르는 단양 고수대교를 건너 한발짝 한발짝 천근같은 발걸음을 뗐다. 정신줄 놓은 채 비몽사몽 고지를 향해 끈기있게 앞으로 나아간다. '크르르릉 크허어엉.' 아이, 깜짝이야.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했다. 괴물한테서나 나올 법한 울부짖음이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말 한 마리가 나를 향해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었다. 짙은 밤색의 건장한 수말이 길건너편 집 마구간에서 나한테 반갑다고 인사를 한 모양이다. '그런데 저 롱다리 말이 내가 말띠인 걸 어찌 알았누?' 격한 환영인사로 나를 맞이한 말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어 단숨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제 난 '지상에서 지하로' 사라질 것이다. 짜릿함에 온 몸에 전율마저 느낀다. 이번여행은 '동굴 탐험'이다. 더위를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뭐 그러면 어떤가. 난 지금 아가리를 딱 벌리고 어서 들어오라고 애원하는, 실로 5억년을 기다린 고수동굴과 역사적인 도킹을 하려는 참이다. 동굴에 들어서자마자 냉기가 온몸을 감싸고 돌았다. 습한 기운과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오싹함을 준다. 순간이 모여 영원을 이루는, 천장에서 물이 떨어져 형성된 종유석과 석순의 웅장한 자태 앞에서 나 자신이 한없이 왜소해 보여 무력감이 들었다.

고수동굴은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석회암을 천천히 녹여가며 만들어진 석회동굴이다. 총길이가 1395m나 되고 공개된 구간은 940m, 미공개된 구간이 455m다. 모든 천연동굴이 그렇듯 고수동굴은 내부온도가 평균15도, 습도 95%여서 무더위를 피하기엔 안성맞춤이다.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곳으로 선사시대부터 사람과 동물의 주거지였다고 한다. 좁고 어두컴컴한 길을 철제난간을 붙잡고 조심조심 걸어가면서 사람들의 탄성에 나도 덩달아 신이 났다. 지상과는 다른 신비스런 세상이 땅 속에서 억겁의 세월을 거쳐 지금도 활동중이라니 머릿속이 아득해진다. 여긴 진흙을 쳐바른 것 같고, 저긴 영락없는 처마밑 고드름이고, 머리 위는 미켈란젤로의 천장화가 펼쳐지고, 크고 작은 옹달샘은 언젯적 흔적일까. 손으로 더듬어봐도 가늠하기 어려운 과거와 현재의 간극을 메울 수 없어 안타까움이 앞선다.

칼 세이건은 불가해하고 매혹적인 수수께끼 같은 우주에 인간 존재의 철학적 명제를 던진 인물이다. 미로같은 동굴을 어떤 힘에 떠밀려 걸어가는 나 자신을 보면서 칼 세이건의 말이 떠올랐다. “이 세계는 어마어마하게 늙었고 인류는 너무나도 어리다.” 인간은 태양계의 구조와 운동을 통찰하는 신과 같은 숭고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몸의 뼈 마디마디에는 비천한 기원을 나타내는 지울 수 없는 도장 자국이 새겨져 있다는 사실 말이다. 인간의 역사는 몇 천년에 걸쳐져 있지만 실상 우리의 과거를 올라가 보면 엄청나게 길고 긴 시간이 우리 뒤에 놓여 있음을 지금 나는 깨닫는다.

오르락 내리락 구불구불 장장 두 시간에 걸쳐 마오쩌둥의 대장정을 방불케하는 판타스틱한 동굴 탐험을 마치고 다시 현실로 내던져졌다. 내 위장은 어서 밥을 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아 참! 후배 강우성 기자가 단양가면 마늘떡갈비를 먹어보라고 했지? 고수동굴 아래엔 식당이 즐비했다. 식당 안에 들어서자 한 무리의 어르신들이 메기매운탕을 먹으면서 소주잔을 부딪치며 왁자지껄 흥이 넘쳤다. 이 더위에 힘도 좋으시지. 우거지에 두부를 숭덩숭덩 썰어넣은 말간 된장국에 마늘떡갈비를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한번 먹어보라며 내온 더덕튀김은 인심좋은 주인장의 '싸비스'였다.

고수동굴에서 멀지않은 천동동굴은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많은 석순이 뚝뚝 잘려나가 있었다. 관리인의 말에 의하면 내부 공사를 하다 부러지기도 하고 관람객이 잘라 가기도 했다는 것이다. 인간은 자연에게 하등 도움이 안되는 존재인 것 같다. 우리가 늘 부르짖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은 가능한 걸까. 단양 읍내에 있는 다누리아쿠아리움도 그렇다. 인간의 눈요깃거리를 위해 좁은 공간에 갇혀 있는 민물고기와 수달의 공허한 눈빛을 보며 죄책감이 들었다. 언제쯤 푸른 남한강에서 그 수달이 자유롭게 노니는 걸 볼수 있으려나.

가는길-무궁화호 임시 열차가 단양까지 하루에 두 번 있다. 제천까지는 자주 있고 제천에서 단양가는 버스도 많다. 2시간 30분 소요, 요금은 1만2000원 정도다. 버스는 대전~충주~단양 코스다.


먹거리-단양은 마늘 주산지다. 그런 만큼 마늘 요리가 많다. 떡갈비, 전병, 순대, 만두 등. 남한강변이라 쏘가리매운탕도 유명하다. 고수동굴 관리사무소 직원이 메밀 매운칼국수를 추천했다. 그런데 고수동굴 아래 칼국수 식당이 마침 그날 휴무여서 못먹어 많이 아쉬웠다.

글·사진=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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