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청년들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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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청년들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 승인 2016-08-31 14:00
  • 신문게재 2016-09-01 30면
  • 김정숙 충남대 교수김정숙 충남대 교수
▲ 김정숙 충남대 교수
▲ 김정숙 충남대 교수
한 사찰에서 “헬조선의 절망에 빠진 지친 청년들의 몸과 마음에 안정과 쉼의 시간을 제공하고 희망과 열정을 충전하는 계기가 되도록” 청년 캠프를 연다는 신문기사를 읽었다. 그 대상은 25~35살 취업준비생이었다. '25~35'의 숫자를 보는 순간 마음이 아팠다. 수많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얻기 위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빼곡한 학원에서 강의를 듣는 그들의 고된 '등'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이엠에프(IMF) 경제 위기 전, 미디어에 그려진 청년들은 시대와 인간성을 고민하고 반항하는 인물이었다. 그 시선에는 기본적으로 '먹고사는' 문제로부터 다소나마 자유로운 '낭만성'이 담겨 있었다. 지금의 청년 세대에게 낭만성은 사치일 뿐만 아니라 삶 자체를 위협하는 자존감마저 사라지고 있다. 현실을 지옥이라 느끼는 '헬조선', 다른 나라에 가서 단기 직업을 얻기 위해 떠나는 '탈조선', 이생에서는 망한 삶이라 자조하는 '이생망'은 취업과 결혼, 그리고 출산을 포기하는 '삼포세대'를 넘어 '인간관계'와 '내 집 마련' 그리고 '꿈'과 '희망'마저 포기하는 '칠포세대'의 현실을 말해준다. 이 언어들에 극명하게 표명된 청년 세대의 자조와 절망의 감정은 '열정페이'와 '수저론'의 자본 권력과 결합되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청년 취업'은 2016년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 중 시급히 해결을 요하는 현안이다. 청년들과 관련된 비관적이며 모멸적인 신조어는 우리 사회의 건강성과 공공성의 가치를 비판적으로 돌아봐야 한다는 구호신호다. 인간의 감정과 관계망의 집약인 사랑과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얻기까지 스펙쌓기라는 명분으로 열정을 대가 없이 담보해야 하는 청년 세대가 처한 현실은 그간 누적되어온 사회구조적 문제와 서열과 능력을 종용하는 경쟁주의 시스템, 그리고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인식이 부재한 탓이다.

1930년대 윤동주 시인은 일찍이 '병원'에서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며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본다”고 고백했다. 1970년대 조세희 소설가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공에서 “아버지가 꿈꾼 세상은 모두에게 할 일을 주고, 일한 대가로 먹고 입고, 누구나 다 자식을 공부시키며 이웃을 사랑하는 세계였다.” 지나친 시련과 피로가 회복되는 세상을 꿈꾸는 일은 이토록 어려운 일인가.

물론 삶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청년 세대의 고통이 전적으로 사회구조의 문제라고만 볼 수는 없다. 청년 스스로가 자신들의 처한 삶의 조건을 성찰하고 비판적으로 직시하는 일 또한 필요하다. 그럼에도 청년 일자리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공동으로 모색해야 할 과제다. 스웨덴의 복지국가를 현대화했다고 평가 받는 올로프 팔메(1927~1986)의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의 삶을 누리며 나이를 먹어 쇠약해졌을 때도 삶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사회의 목적과 연대의 목적은 모두 사회의 자원을 활용하며 구성원이 그들의 삶을 성취하는 것이다.” 삶의 존엄성을 지켜나가야 할 청년들에게 청년 한 사람의 문제를 넘어서는 안전한 사회시스템이 필요한 이유이다. 미래의 삶을 견인할 청년 세대가 자존감과 능동적 자기 동인이 없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낙관적일 수 없다. 청년 세대가 주체가 될 수 있을 때 지속가능한 삶을 이루어갈 수 있을 것이다.

어김없이 취업의 계절이 다가온다. 대학가에는 채용 공고 플래카드가 붙고 있다. 제자들의 취업을 위해 또 나는 추천서를 쓰게 될 것이다. 가을 소슬바람이 청년들의 지친 등을 위무하듯,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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