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기억과 성찰, 역사로서의 영화

  • 문화
  • 영화/비디오

[김선생의 시네레터] 기억과 성찰, 역사로서의 영화

- 영화 <공작>

  • 승인 2018-08-30 09:23
  • 수정 2018-09-03 15:02
  • 한윤창 기자한윤창 기자
movie_image[5]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어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

어느새 가을입니다. 윤동주의 시 '자화상'이 떠오릅니다.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파아란 바람이 부는 가을. 영화는 한 사나이의 이야기입니다. 시에서처럼 밉다가, 가엾다가, 그리고 추억과도 같은 사람이 나옵니다. 반공을 표방하면서도 이면으로는 체제를 위해 북한을 이용하던 시절 '나랏일'에 부름 받아 쓰이다 버림받은 사내. 이는 어쩌면 우리네 슬픈 자화상과도 같습니다.



<실미도>(2003) 생각도 납니다. 국가란 무엇인가요? "국민이 곧 국가"라던 영화 <변호인>의 대사와 너무도 다릅니다. 체제를 위해, 정권을 위해 이용하다가 상황이 달라지자 폐기 처분 당한 그들 역시 대한민국 국민 아니던가요?

국가는 역사를 기록합니다. 소위 공식 역사입니다. 이데올로기를 위해, 국민 통합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택합니다. 고난을 극복하고 발전을 이룩한 위대한 나라. 이것이 국가에 의해 기록된 대한민국의 공식 현대사입니다. 일제에 의한 망국과 식민지 시기, 분단과 전쟁, 휴전과 북한과의 체제 경쟁, 그리고 마침내 이룬 한강의 기적.



그러나 공식 역사가 모든 것을 다 기록하지는 않습니다. 버려진 나머지가 있습니다. 그 나머지 가운데 하나가 영화에 담겼습니다. 개인사 혹은 이면사이기도 합니다. 영화를 통해 기록된 역사는 국가의 공식 역사와 다릅니다. 자랑하고 내세우지 않습니다. 기억하고 성찰합니다. 매끈하게 통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틈새와 균열을 드러냅니다. 사실의 한켠에 감춰졌던 진실을 보게 합니다. 이런 점에서 영화는 일종의 기억 장치입니다.

이 영화는 대세와 주류를 거스릅니다. 그러므로 저항이며 용기입니다. 그리고 이는 예술의 존재 이유 중 하나입니다. 분단의 현실은 여전합니다. 그 공고한 모순과 부조리의 벽에 던지는 작은 돌팔매질이지만, 영화 <공작>은 기억과 성찰의 또 다른 역사를 보여줍니다.

-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2018060801000609600026021[1]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월요논단]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 이번에는 대전이다
  2. 의정부1동 입체주차장 운영 중단
  3. 김동연 경기지사, 반도체특화단지 ‘안성 동신일반산단’ 방문
  4. 대전 갑천변 수놓은 화려한 불꽃과 드론쇼(영상포함)
  5. 천안 삼은1번가 골목형상점가, '길거리 오픈축제' 개최
  1. 갑천습지 보호지역서 57만㎥ 모래 준설계획…환경단체 "금강청 부동의하라"
  2. 최대 1만 500세대 통합재건축…대전 노후계획도시정비 청사진 첫 공개
  3. [2025 보문산 걷기대회] 보문산에서 만난 늦가을, '2025 보문산 행복숲 둘레산길 걷기대회' 성황
  4. '교육부→복지부' 이관, 국립대병원 교수들 반발 왜?
  5. ‘전고체 전지 개발지원센터’ 착공

헤드라인 뉴스


내포 농생명 클러스터 ‘그린바이오산업 육성지구’ 지정

내포 농생명 클러스터 ‘그린바이오산업 육성지구’ 지정

내포 농생명 융·복합산업 클러스터가 농림축산식품부의 '그린바이오산업 육성지구'에 1일 자로 최종 지정·고시됐다. 충남도에 따르면 이번 지정은 농식품부가 그린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추진한 것으로, 전국 11개 시도가 신청했고 최종 7곳이 선정됐다. 육성지구로 지정되면 국비 기반 공모사업 참여 자격과 기업 지원사업 가점 부여, 지자체 부지 활용 특례 등의 혜택을 받는다. 위치는 예산군 삽교읍 삽교리·상성리 일원 내포 농생명 융·복합산업 클러스터 부지로 지정 면적은 134만 2976㎡(40만 평) 규모이며, 오는 2030년 2028년까지..

`안전 지식왕`은 바로 나… 지난해 이어 2연패 퀴즈왕에 이목집중
'안전 지식왕'은 바로 나… 지난해 이어 2연패 퀴즈왕에 이목집중

충남 안전골든벨 왕중왕전을 향한 마지막 지역 예선전인 '2025 논산 어린이 안전골든벨'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논산 퀴즈왕은 지난해에 이어 2연패를 달성한 학생이 차지하면서 참가학생과 학부모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논산시와 중도일보가 주최하고 논산계룡교육지원청, 논산경찰서·소방서가 후원한 '2025 논산 어린이 안전골든벨'이 27일 논산 동성초 강당에서 개최됐다. 본격적인 퀴즈 대결에 앞서 참가 학생들은 긴장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지만, 본격적인 문제풀이에 돌입하자 침착함을 되찾고 집중력을 발휘해 퀴즈왕을 향한 치열한 접전이..

대통령실 “대통령 사칭 SNS 계정 확인… 단호히 대응”
대통령실 “대통령 사칭 SNS 계정 확인… 단호히 대응”

SNS에 대통령을 사칭한 가짜 계정으로 금품을 요구하는 범죄 정황이 확인돼 대통령실이 각별한 주의를 요청했다. 전은수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1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최근 틱톡(TikTok), 엑스(X) 등 SNS 플랫폼에서 제21대 대통령을 사칭하는 가짜 계정이 확인돼 국민 여러분께 각별한 주의를 요청드린다”고 전했다. 가짜 계정들은 프로필에 '제21대 대통령'이라는 직함과 성명을 기재하고 대통령 공식 계정의 사진·영상을 무단 도용하고 있으며, 단순 사칭을 넘어 금품을 요구하는 등 범죄 정황도 포착됐다고 전은수 부대변인은 설명했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

  • ‘사랑의 온도를 올려주세요’ ‘사랑의 온도를 올려주세요’

  • 대전 갑천변 수놓은 화려한 불꽃과 드론쇼 대전 갑천변 수놓은 화려한 불꽃과 드론쇼

  • 대전 제과 상점가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 대전 제과 상점가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