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같지 않다는 이유로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독자칼럼]같지 않다는 이유로

  • 승인 2021-03-28 12:07
  • 수정 2021-10-02 14:40
  • 이승규 기자이승규 기자
유혜인
한남대학교 정치언론학과 유혜인

시대와 국경을 뛰어넘어 여전히 유효한 질문들이 있다. 그것들은 불평등한 구조에서 나온다. 젠더, 인종, 계급, 성적 지향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 인식하고 나면 사람은 두 분류로 나뉜다. 자신이 우위라고 믿는 사람과 열위 즉, 약자이며 소수인 사람들. 우리는 같지 않다는 이유로 차별받고, 차별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지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격 사건으로 미국 사회와 정치권에 큰 파문이 일었다. 해당 총격 사건은 아시아계 증오 범죄로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이 희생됐다. 이에 워싱턴DC, 뉴욕시, 애리조나주 피닉스 등 추모객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집회를 열고 밤늦게까지 시위하며, 아시아계 인권 운동으로 번졌다. 이런 와중에도, 아시아계 증오 범죄는 또 일어났다. 시위대가 행진하며 도로 교차로를 건너려 하자 한 남성이 차를 몰고 두 차례 돌진했고, 인종차별 발언을 일삼았다. 이 외에도 증오 범죄 규탄하는 팻말을 들고 집회에 가고 있던 여성의 팻말을 빼앗고, 얼굴을 때리는 사건도 있었다.

혐오는 인종을 넘어 여성, 종교, 성 소수자 등 사회 전반에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증오와 폭력은 역사 내내 우리와 함께했다. 각종 차별과 폭력이 만연한 세상에 살고 있으므로 이런 일을 겪는 걸까. 그렇다면 어쩌면 나 또한 그럼 차별과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일지 모른다. 우리나라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정의'와 '평등'을 요구한다. 이는 아직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인종차별이 만연하다는 것이다. 고용허가제에서는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어 이주민들이 강제노동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산업재해 위험에 놓여 있는 공장에서 안전 장비가 없어도 아무 말 하지 못하고,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다. 최근에는 이주노동자에게만 코로나 19 진단검사를 강요한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명령이 차별이라는 인권위의 판단이 나오기도 했다.



우리는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아시아계 인종차별에만 분노하지 말고, 국내 인종차별에 대해서도 예민해져야 한다.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다"하며 그 본질을 피해 갈 것이 아니라 피해자를 위해 힘써야 한다. 우리는 과연 어떤 시각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바라보는가? 그들의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나 그들을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홍성수 교수는 '타인이 가지고 있는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말'이 혐오 표현의 본질이라고 했다. 과연 나는 타인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보고, 새롭게 비판적인 시각을 길러야 한다. 그게 현실을 재정비하고 불균형을 깨는 일이다. 우리는 같지 않다는 이유로 더는 차별을 침묵해선 안 된다. /한남대학교 정치언론학과 유혜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부산 광안리 드론쇼, 우천으로 21일 변경… 불꽃드론 예고
  2. 천안법원, 지인에 땅 판 뒤 근저당권 설정한 50대 남성 '징역 1년'
  3. 천안시, 자립준비청년의 새로운 시작 응원
  4. 천안시, 맞춤형 벼 품종 개발 위한 식미평가회 추진
  5. 천안시 동남구, 빅데이터 기반 야생동물 로드킬 관리체계 구축
  1. 천안도시공사, 개인정보보호 실천 캠페인 추진
  2. 백석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협력…지역 창업 생태계 활성화 기대
  3. "마을 앞에 고압 송전탑 있는데 345㎸ 추가? 안 됩니다" 주민들 반발
  4. 단국대병원 이미정 교수, 아동학대 예방 공로 충남도지사 표창 수상
  5. 세종청년센터, 2025 청년 도전과 성장의 무대 재확인

헤드라인 뉴스


이장우 "김태흠 지사와 충청 미래를 위해 역할 분담할 것"

이장우 "김태흠 지사와 충청 미래를 위해 역할 분담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적극 추진으로 급물살을 탄 대전·충남 행정통합의 단체장 출마에 대해 "김태흠 충남지사와 함께 충청의 미래를 위해 역할분담을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시장은 19일 대전시청 기자실에서 가진 오정 국가시범지구(도시재생 혁신지구) 선정 관련 브리핑에서 대전충남행정통합시장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에 "통합시장을 누가 하고 안 하고는 작은 문제이고, 통합은 유불리를 떠나 충청 미래를 위해 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출마는) 누가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당과도 상의할 일이다. 김태흠 충남지사와는 (이..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청양 목면초등학교 4학년 김가율 학생이 2025 충남 재난 안전 퀴즈왕에 등극했다. 충청남도, 중도일보가 주최하고, 충남교육청, 충남경찰청이 후원한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이 18일 예산 윤봉길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번 골든벨은 충남 15개 시군 퀴즈왕에 등극한 학생 및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이 모여 충남 퀴즈왕에 도전하는 자리로, 272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행사엔 전형식 충남도 정무부지사, 남도현 충남교육청 기획국장, 김택중 예산부군수,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 최재헌 중도일보 내포본부장 등이 참석해 퀴즈왕..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과 보령 소재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H5형)가 잇따라 발생했다. 충남도에 따르면 17일 충남 보령시 청소면, 천안시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폐사가 증가한다는 신고가 접수돼 동물위생시험소가 확인에 나섰다. 충남 동물위생시험소가 18일 확인한 결과, H5형이 검출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고병원성 여부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결과는 1~3일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성환읍 소재 농장은 과거 4차례 발생한 사례가 있고, 청소면 농장은 2022년 1차례 발생한 바 있다. 현재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사육 중인 가금류 22..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