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 1990년 설연휴 대전 시민의 안방 모습은?… TV 앞에서 명절의 추억을 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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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그랬지] 1990년 설연휴 대전 시민의 안방 모습은?… TV 앞에서 명절의 추억을 쌓다

설 특집 드라마로 가족 간의 사랑과 향수를 그리다
예능 프로그램, 웃음과 흥을 더하다
특선 영화, 명절 밤의 열기를 더하다
중도일보 편성표, 대전 시민의 명절 길잡이 역할

  • 승인 2026-02-14 07:34
  • 수정 2026-02-14 10:56
  • 금상진 기자금상진 기자
92년 방송편성표
1992년 설 명절을 맞아 방송 3사가 준비한 TV프로그램 편성표(중도일보DB)
1990년 1월 26일부터 28일까지 이어진 설 연휴, 대전의 안방은 TV가 뿜어내는 화려한 영상과 소리로 가득 찼다. 당시 본보(중도일보) 지면을 장식한 빼곡한 'TV 프로그램' 안내도는 귀성길의 고단함을 잊게 해줄 유일한 낙이자, 흩어졌던 가족을 하나로 묶어주는 강력한 매개체였다.

▲ 지상파 3사의 자존심 대결, '설 특집 드라마'

당시 편성표의 꽃은 단연 '설 특집 드라마'였다. KBS와 MBC로 대표되는 지상파 방송사들은 명절의 의미를 되새기는 따뜻한 가족극을 전면에 배치했다. 특히 1월 26일 방영된 KBS의 '바람소리'와 MBC의 '각시방에 사랑 열렸네' 등은 고향의 향수와 가족 간의 사랑을 밀도 있게 그려내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들 특집 드라마는 평소 보기 힘든 호화 캐스팅과 탄탄한 스토리로 무장해, 연휴 기간 내내 동네 사랑방의 주된 화젯거리가 되었다.

▲ '남편들의 가요열창'과 예능의 향연

예능 프로그램은 명절의 흥을 돋우는 일등 공신이었다. 26일 MBC에서 방영된 '설날특집 남편들의 가요열창'은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남성들의 숨겨진 끼와 해학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또한, KBS의 '코미디 하이웨이'와 같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들은 온 가족이 둘러앉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오락거리였다. 당시에는 '스타가족 한마당'처럼 연예인 가족들이 총출동하는 특집 프로그램들이 유독 인기를 끌었는데, 이는 가족 중심의 명절 문화를 충실히 반영한 결과였다.

▲ 안방에서 즐기는 대작, '특선 영화'

지금처럼 영화를 접할 통로가 다양하지 않던 시절, 명절 특선 영화는 극장 구경이 쉽지 않았던 시민들에게 최고의 선물이었다. 1990년 설에는 '맹진사댁 경사'와 같은 고전 한국 영화부터 '건파이터의 초대' 등 할리우드 서부극까지 다채로운 라인업이 안방을 찾아갔다. 특히 밤늦은 시간 방영된 외화 시리즈들은 젊은 층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며 명절 밤의 열기를 더했다.

▲ 대전 시민의 길잡이, 중도일보 편성표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편성표 옆에 나란히 자리 잡은 '리베라호텔' 등 지역 업체들의 광고다. 이는 대전 원도심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당시의 경제적 활력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시민들은 중도일보가 제공하는 상세한 편성표를 보며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미리 체크하고, 중간중간 실린 '볼만한 TV 프로' 소개 기사를 읽으며 명절 계획을 세우곤 했다.

36년 전, 조그만 브라운관 앞에 모여 앉아 웃고 울던 대전 시민들의 모습이 이 빛바랜 편성표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해 이제는 손바닥 안에서 모든 것을 보는 시대가 되었지만, 신문 지면을 손으로 짚어가며 다음 프로그램을 기다리던 그때의 설렘은 여전히 우리의 기억 속에 따뜻한 온기로 남아 있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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