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000일의 동행, 1,000개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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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000일의 동행, 1,000개의 질문

장종태 대전 서구청장·대전구청장협의회장

  • 승인 2021-03-29 10:05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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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태 청장
행상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던 할머니는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할머니의 재산은 다섯 평(16㎡) 정도의 땅이 전부였다. 더는 행상을 나갈 수 없는 처지.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받으려면 전 재산인 다섯 평 땅을 팔아야 했다. 딱한 사정을 듣고 나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구청과 시청을 뛰어다닌 끝에 할머니를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받게 해드렸다. 가끔 이야기하는 공무원 초년병 시절의 일화다.

자주 회상하는 일화가 또 하나 있다. 서구 변동이 첫 동장 부임지였다. 당시 동네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쓰레기 수거 문제였다. 지금이야 정해진 날 정해진 곳에 쓰레기를 내놓지만, 분리수거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보름가량 현장을 다니며 현황을 파악하고 주민의 의견을 들었다. 결국, 정해진 날에 쓰레기를 내놓고 수거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동네는 조금씩 깨끗해졌고 쓰레기 민원은 급격히 줄었다.



자랑하려고 또 꺼내 든 이야기가 아니다. 낡은 카세트테이프처럼 "나 때는 말이야"를 반복하기 위한 건 더욱 아니다. 그때는 어떤 문제든 열심히만 하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아무리 일이 많아도 밤새워 일하면 어느 정도 소화가 가능했다. 제도와 규칙이 지금처럼 촘촘하지도 않았거니와 사회적인 이해와 요구가 지금처럼 복잡하지도 않았다. 공복(公僕)으로서의 서비스 정신만 투철하면 좋은 공무원으로 인정받았다.

며칠 전, 민선 7기 취임 1,000일을 맞았다. 굳이 날짜를 따지며 일하지 않기에 동료와 후배 공직자들이 덕담을 건네줘서야 알았다. 돌아보면 수해와 코로나19 등 힘든 일도 많았다.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인 문제도 적지 않다. 그래도 지난 1,000일은 행복한 시간이었다. 힘과 마음을 합치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해 낼 수 있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깨닫는 행복한 동행의 시간이었다. 덕분에 취임하며 약속했던 많은 사업도 순항 중이다.



동시에 지난 1,000일은 질문의 시간이었다. 지역민과 지역사회가 던지는 질문에 매일 답을 찾아야 했고, 스스로의 질문에도 답을 구해야 했다. 과거와 유사한 질문도 있지만, 전혀 새로운 질문에 직면하기도 한다. 초짜 공무원 시절, 첫 동장 시절 받았던 질문과 차원이 다르다. 상당수는 법과 제도로 모범답안이 만들어져 있지만, 투철한 서비스 정신으로 밤새워 일해도 풀리지 않는 문제도 발생한다. 그만큼 사회가 복잡해지고 이해와 요구가 다양해졌다는 방증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주민은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그러한 요구를 받아 수행하는 공직자가 법을 위반할 수는 없다. 재해 등으로 피해를 본 주민은 보상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제도와 기준을 넘어설 수는 없다. 또한, 누구나 자신의 경제활동을 영위할 자유가 있다. 그렇다고 이웃의 안전과 공동체의 질서를 무시할 수는 없다. 어떤 행정을 펼칠 것인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되면 이런 질문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아무리 사소해 보여도 거슬러 올라가면 근본적인 질문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행정이란 무엇인가? 공직자란 무엇인가? 지방정부의 역할과 권한은 어디까지인가? 지방자치란, 주민자치란 무엇인가? 지난 1,000일 동안 이런 질문으로부터 자유로운 순간이 없었다. 만약 그 질문의 답을 혼자서 찾아야 한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 함께 고민하는 지역민들이 많기에 외롭지 않다.

그리하여 나는 앞으로도 계속 질문하려고 한다. 사람 중심의 함께 행복한 도시 건설은 어떻게 가능한가? 완성된 행복동행 대전 서구는 어떤 모습일까? 민선 7기 1,000일을 보내며 던진 질문이자 소회다.

/장종태 대전 서구청장·대전구청장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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