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포켓몬빵 찾아 3만리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포켓몬빵 찾아 3만리

송미나 대전중앙청과 대표

  • 승인 2022-04-10 08:35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송미나 중앙청과 대표
송미나 대전중앙청과 대표
주말 대전에 있는 한 대형마트에서 아침 일찍 줄을 서 있는 사람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준다. 번호순이 앞쪽인 어른들과 아이들이 번호표를 받고 환호한다. 그리고 순위에 밀린 번호표를 받은 이들은 불안한 눈빛을 교환한다. 10시 오픈에 맞춰서 대형마트의 직원이 "오늘은 양이 많지 않습니다. 40번 이하의 번호순만 가능하십니다"라고 말하자 여기저기서 아쉬움의 탄식이 터진다.

이번에는 ‘포켓몬빵’이다. 1500원 가격의 빵 하나를 구매하기 위해 어른도 아이들도 대동단결했다. 편의점 앞에는 "포켓몬빵 없습니다. 당분간 입고 불가능합니다." 마치 2년 전 마스크 대란 때의 약국 앞에 쓰여 있던 문구를 보는 것 같다. 또는 센스있는 문구도 보인다. "포켓몬 빵을 찾아 여기까지 왔구나! 자 그럼 다음 편의점으로 이동하렴!! 다 팔렸단다." 편의점주의 재치에 미처 빵을 구하지 못한 아쉬움도 잊고 잠시 웃음을 보이던 아들이 다시 자전거에 올라탄다. "아빠 다음 편의점은 어디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편의점 발주 수량은 제한된 상태고, 마트에서도 1인당 구매 수량을 정해놓고 있다. SPC삼립은 물량을 최대한 공급하기 위해 공장을 24시간 풀가동하고 있다고 한다. 마치 2014년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 현상을 다시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인증샷과 맛의 평가만으로 끝났던 허니버터칩과는 달리 빵의 맛보다는 추억의 소환과 부수적인 기념품이라 할 수 있는 포켓몬 스티커가 핵심이다. 사람들의 빵보다는 내가 뽑은 스티커의 종류가 인기 있는 포켓몬인지 아닌지에 더 열광한다. 그래서 한두 번의 허니버터칩의 구매에서 끝났던 소비자들과는 다르게 인기 있는 포켓몬의 스티커를 얻기 위해 샀던 빵을 또다시 찾아다니는 마니아층을 만들었다.



여기에 98년도 포켓몬 빵을 사 먹던 아련한 추억에 어른들도 어디 나도 한번 사볼까 도전장을 내밀었고, 손녀 손자들에게 인기 있는 조부모가 되고 싶다며 빵을 사러 나온 어르신들까지 가세한다. 코로나19의 무서움도 포켓몬빵을 사면 일정 부분의 로얄티를 일본의 포켓몬 회사에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도 이 열풍에 찬물을 끼얹지 못한다.

모든 기업은 경쟁한다. 그러나 포켓몬빵의 열풍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경쟁자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잠시 생각해본다. 기업들은 무한경쟁 시대에 제품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으로 가격과 품질에 집중해왔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품질로 대표되는 경쟁력이다. 하지만 지금 포켓몬 빵의 경쟁자는 무엇인가? 좀 더 맛이 좋은 빵도 아니고 좀 더 저렴한 빵도 아니다. 아련한 추억이, 인기 있는 스티커를 가진 친구들이, 포켓몬 스티커를 모두 모아 포켓몬 마스터라 불리는 인플루언서들이 모여 소비자들의 구매를 자극하고 있다.

남녀노소 모든 고객이 스스로 찾아다니고 홍보해주는 상품이라니 기업 입장에서 이보다 더 만족스러운 마케팅이 또 있을까? 어떤 기업이든 판매처를 늘리기 위한 마케팅에 엄청난 비용과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하지만 포켓몬빵의 경우 스티커를 획득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글을 올리고 영상을 올린다. 스티커를 다 모았다는 인기 있는 유튜버의 동영상은 며칠 만에 200만 뷰를 훌쩍 넘기고 편의점 50군데를 돌고 빵 6개를 구했다는 영상을 보면서 아이들은 부러움을 느낀다. 그들과 경쟁이라도 하듯 아이들은 다시 자전거의 페달을 밟는다.

아! 소비자가 공급자를 찾아다니는 제품이라니! 모든 기업의 꿈이다. 이 열풍이 언제까지 지속할진 잘 모르겠지만 이미 제품 출시 43일 만에 1000만 개의 빵이 팔린 SPC삼림의 입장에선 역사에 남는 순간이 될 것이다. 누군가는 기막힌 운이라고 하지만 이 운의 시작도 추억의 포켓몬 빵을 출시하기로 기획한 이에서 시작된 것이며 스티커에 번호를 매겨 놓음으로써 내가 모으지 못한 스티커가 몇 번인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게 한 아이디어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1500원의 가격, 이 모든 것이 함께 어우러져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지난 2년간의 지침 속에서 열광하는 것 하나쯤은 가슴에 품고 두근거리는 행복을 찾아 나서는 소비자들의 포켓몬빵 찾아 3만리는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송미나 대전중앙청과 대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신을 노리고 있습니다”…대전 서부경찰서 멈춤봉투 눈길
  2.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3. 대전·충북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총량 축소? 환자들 어디로
  4. 충남도, 국비 12조 확보 위해 지역 국회의원과 힘 모은다
  5. 경영책임자 실형 선고한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상소…"형식적 위험요인 평가 등 주의해야"
  1. 충남도의회, 학교 체육시설 개방 기반 마련… 활성화 '청신호'
  2.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3. 대전동부교육지원청, 학교생활기록부 업무 담당자 연수
  4.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5. 충남권 역대급 더운 여름…대전·서산 가장 이른 열대야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전국 4년제 대학 중도탈락자 수가 역대 최대인 10만 명에 달했던 지난해 수도권을 제외하고 충청권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학교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권에선 목원대와 배재대, 대전대 등 4년제 사립대학생 이탈률이 가장 높아 지역 대학 경쟁력에서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교육부 '대학알리미'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전국 4년제 대학 223곳(일반대, 교대, 산업대 기준, 폐교는 제외)의 중도탈락자 수는 10만 817명이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인데, 전년인 2023년(10..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출시 3개월여 만에 80만 개가 팔린 꿈돌이 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꿈돌이 컵라면'이 5일 출시된다. 4일 대전시에 따르면 '꿈돌이 컵라면'은 매콤한 스프로 반응이 좋았던 쇠고기맛으로 우선 출시되며 가격은 개당 1900원이다. 제품은 대전역 3층 '꿈돌이와 대전여행', 꿈돌이하우스, 트래블라운지, 신세계백화점 대전홍보관, GS25 등 주요 판매처에서 구매할 수 있다. 출시 기념 이벤트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과학공원 내 꿈돌이하우스 2호점에서 열린다. 행사 기간 ▲신제품 시식 ▲꿈돌이 포토존 ▲이벤트 참여..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충남 서산의 한 중학교에서 남성 교사 A씨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개월간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일부 피해 학생 학부모들은 올해 학기 초부터 해당 교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복된 부적절한 언행과 과도한 신체접촉을 주장하며, 학교에 즉각적인 교사 분리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학교 측은 사건이 접수 된 후, A씨를 학생들과 분리 조치하고, 자체 조사 및 3일 이사회를 개최해 직위해제하고 학생들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했으며, 이어 학교장 명의의 사과문을 누리집에 게시했다. 학교 측은 "서산교육지원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