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거리의 좌절과 희망] 인쇄업 갈등 현재 진행형…시장 공약까지

[인쇄거리의 좌절과 희망] 인쇄업 갈등 현재 진행형…시장 공약까지

서울, 대구와 함께 전국 3대 인쇄거리의 100년 역사
대전시청·법원 둔산이전, 충남도청 내포이전으로 쇠퇴
지방선거에 주요 공약 거론될 만큼 관심집중

  • 승인 2022-06-06 12:20
  • 수정 2022-06-21 17:12
  • 신문게재 2022-06-07 9면
  • 이유나 기자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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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동구 인쇄특화 거리에 인쇄소들이 모여있다.
텔레비전이 생기면 라디오가 없어질 것이라고 했던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라디오는 지금까지 그 존재감을 잃지 않고 있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며 인쇄업을 사양산업이라고 말하지만 종이를 찾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 E-Book이 나와도 종이책이 강세인 걸 보면 알 수 있다. 인쇄업은 대전의 전통적인 산업 중 하나로 인쇄특화거리가 형성돼있다. 대전 원도심의 인쇄거리는 세종시 출범과 함께 인쇄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에 들떴다. 한편으로는 세종시에 물량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세종시 인근에 인쇄산업단지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하지만 국방과학클러스터로 무산된 이후 이렇다 할 해결책이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기존 인쇄거리에 재개발 붐이 불면서 기존 인쇄업자들의 생업마저 위태로워졌다. 갈등이 극에 달하며 고소 고발까지 진행 되는 일도 벌어졌다. 이번 기획시리즈는 인쇄거리를 둘러싼 갈등을 짚어보고 인쇄업의 미래를 모색해 보고자 기획하게 됐다. <편집자 주>

[시리즈 순서]
1. 생존권 위기에 놓인 대전 인쇄 거리
2. 재개발 조합과의 갈등 무엇이 문제인가?
3. 100년 역사 대전 인쇄거리
4. 인쇄거리 전성기를 추억하는 사람들
5. 인쇄업은 사양산업일까? 종이를 찾는 사람들
6. 서울 인쇄거리&경기도 인쇄산업단지
7. 대구 인쇄산업단지 추진과 성공사례
8. 인쇄산업단지 유치 경제적 효과




1. 생존권 위기에 놓인 대전 인쇄 거리
서울, 대구와 함께 전국 3대 인쇄거리로 손꼽히는 100년 역사의 대전 인쇄거리가 위기에 놓였다. 대전시 동구 정동, 중동, 삼성동에 걸쳐 있는 인쇄거리는 대전지역 전체의 70%, 동구 전체의 93.8%인 750여 개의 인쇄관련 업소가 밀집되어 있으며, 인쇄를 비롯하여 제본, 사무용 문서, 옵셋, 상업용 스티커 제작, 광고 스크린 인쇄 등 모든 인쇄가 가능한 곳이다.

1960년대부터 본격 조성돼 80년대 전성기를 누렸으나 90년대 들어 대전시청과 법원이 내포와 둔산으로 이전하고 2012년 충남도청이 내포로 이전하며 본격 쇠퇴의 길을 걸었다. 구도심의 낡고 비좁은 환경, 인근 성매매 집결지 등 산업 환경도 열악했던 상황에서 두 기관의 이전은 인쇄거리의 생존 기반을 흔드는 치명타였다. 그나마 세종시 출범으로 인쇄물량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으나 수도권에 물량이 흡수되면서 이 또한 물거품 됐다.



지역 인쇄업체들은 상권 활성화에 대한 대안으로 세종 근처에 첨단 설비를 갖춘 인쇄산업단지를 지난 2007년부터 요구했으나 대전시의 무관심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대전시는 올해 3월 원도심 인쇄거리에 '도심형산업지원플랫폼'을 마련하고 인쇄협업공장, 인쇄박물관, 인쇄기획 사무실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인쇄업자들의 만족할 만한 해결점은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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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가 출범하며 인쇄 수요는 급증했지만, 지역 인쇄소는 기계가 노후에 물량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종이를 대신하는 시대에 인쇄업 자체가 사양산업으로 접어들었다는 주장이 있지만, 인쇄업자들의 주장은 다르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종이 수요가 일정 부분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QR코드를 통해 인터넷 동영상과 연결하는 등 종이매체와 영상매체, 통신의 장단점이 보완돼 융·복합되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 인쇄업계의 설명이다. 대한민국 국민 1인당 연간 종이 사용량은 189.2kg로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산업화가 한창이던 시절에는 대량 생산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소량 다품종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대전 인쇄거리 문제는 최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주요 공약으로 거론됐다. 온도차는 조금씩 달랐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후보 시절 대전인쇄특화거리를 '청년디자인특구'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원도심 인쇄거리에 인쇄발전연구원을 설립해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디지털 인쇄창업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상대 후보였던 이장우 대전시장 후보는 5만 평에 달하는 대전첨단인쇄출판정보산업단지 조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대전시장 선거에 이장우 후보가 당선되며 인쇄산업단지 조성에 기대감이 모이고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과거 동구청장 시절, 인쇄산업단지 조성을 긍정적으로 검토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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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동구 인쇄거리에 재개발을 예고하는 플랜카드가 걸려 있다.
인쇄거리와 인쇄산업단지를 둘러싼 쟁점은 복합적이다. 최근에는 개발 이슈가 더해지면서 이를 두고 업자들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쇠퇴의 나락으로 떨어지던 차에 개발 이슈가 갈등에 불을 지폈다. 임시상가라도 만들어 상권을 살리자는 재개발 찬성측과 현실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반대파의 갈등이다. 반대측은 임시상가가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고, 인쇄장비 자체가 정밀한 기계라 이동하는데 부담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쇄업은 동종 업종간의 협업이 필수적인 산업이다. 인쇄 소비층이 다품종 소량 주문형 인쇄와 개인화된 맞춤형 인쇄 등 세분화 되면서 인쇄업에 대한 변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행정기관의 미온적인 태도와 개발을 둘러싼 업체들 간 갈등, 회생의 불씨가 꺼져가고 있는 지금 100년 전통의 대전인쇄거리의 운명이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이유나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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