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전형 대안학교' 뭘 담아야 하나 ③ 국내사례 2. 산청 간디학교

[기획] '대전형 대안학교' 뭘 담아야 하나 ③ 국내사례 2. 산청 간디학교

③ 국내사례 2. 산청 간디학교

  • 승인 2022-08-16 10:06
  • 수정 2022-08-16 11:16
  • 신문게재 2022-08-17 8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일반적인 사회가 아이들에게 한 가지의 의견 또는 주제를 따라야 한다는 단합을 강조한다면, 대안학교는 각자의 생각을 주장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하는 곳이죠."

한 지역 교육 관계자의 말이다. 일반 학교는 '단합'을 중요시하면서 개개인의 생각보다는 통일된 생각을 더욱 질서 있다고 보는 반면, 대안학교에서는 각자의 생각을 주장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게 다른 점인 것 같다는 얘기다.

실제로 방문해 본 대안학교들은 학교의 운영 방안 중 일부가 학생들의 의견으로 이뤄졌다. 선생님이 없이 아이들이 직접 회의를 주도하며, 안건을 채택하고 여러 의견을 나눈다. 직접 정한 운영 방안 중 위반한 사례가 있다면 이조차도 어떻게 책임을 물을 것인지에 대해 학생들끼리 논의한다. 상을 줄 때도 아이들이 직접 수여하기도 한다. 일반 학교에선 볼 수 없는 풍경이다.

현재 대전교육청의 대안학교는 설립 구상 단계에 놓여 있다. 부지와 설립 계획에 대한 큰 틀은 정해져 있지만, 세부적으로 안에 '무엇을 담을 것'인지에 대한 세부적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타 시도의 대안학교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KakaoTalk_20220815_210445114
산청 ㅏㄴ디학교의 식구총회 모습.
[기획] '대전형 대안학교' 뭘 담아야 하나

③ 국내사례 2. 산청 간디학교



#. 산청 간디학교의 식구총회 시간. 총회가 진행되는 강당 한 켠 스크린에는 '선택이동학습 기획안 안내'라는 문구가 화면에 띄워져 있었다. 소개된 기획안만 22건이었다. 학생들이 주제, 테마, 장소 등을 직접 선정해 내놓았다. 주제 선정뿐만 아니라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의사 표현을 해야 하기 때문에 화면이 넘어갈 때마다 학생들은 여러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자신이 원하는 주제가 있다면 호응하는 식으로 말이다. 내용엔 △ 공예·목공 작업 △ 해양 쓰레기 줍기 △ 축구 △ 북스테이 △ 걷기 △농촌활동 △소수집단 연구 △미술관 탐장 △지리산 종주 등이 담겨 있었다. 주제 선정 또한 '주제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진행한다. 하나의 의견을 다수가 따라야 하는 건 아니다. 주제는 여러 개가 선정될 수 있으며, 좁혀진 선택안에서 또 선택할 수 있다.

KakaoTalk_20220815_210446495
산청 간디학교 모습.
산청 간디학교의 방문했을 때 본 첫 모습이다.

고등학교 이동학습을 생각하면, 학교에서 안내문을 제공하고 학생들은 이를 따르는 방식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하지만 이곳에서 본 모습은 정반대였다. 학교 안에서 결정되는 모든 사안을 교사와 학생이 논의하며, 학생들의 결정권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이 같은 학교의 총회는 1주일에 한 번 진행된다. 시작 시간은 정해져 있으나 끝나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충분한 대화와 토론을 통해 결론이 지어지게 되면, 그때 회의가 끝나게 된다.

회의의 주도권은 학생들에게 있다. 학생회 담당 교사가 안건을 조절하고 정리하기는 하나, 식후총회 또는 학생총회 안건을 분류해 주는 역할에 그친다.

산청 간디학교는 1997년 개교한 사립 고등학교다. 주입식 교육, 장시간의 수업, 입시 위주의 교육 등 기존 교육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27명의 학생과 10여 명의 직원으로 한국 최초 상설 대안학교로 문을 열었다. 식구총회 활성화, 기숙사 생활, 학생회 자치활동 지원, 학생이 조직하는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한 책임성 있는 인간 육성 등 간디학교가 중점을 두고 있는 교육 목표에서 알 수 있듯이,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발언할 수 있는 자립적인 모습으로 길러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KakaoTalk_20220815_210448223
산청 간디학교 모습.
학생들이 해당 학교를 매력적으로 느끼는 이유 중 하나로 '자유'를 꼽는다고 한다. 일반 학교보다 자유롭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 외에도 학교 구성원과의 갈등, 진보주의적 관점 등의 이유로 지원을 하기도 한다.

산청 간디학교의 관계자는 "고등학교 3년을 대학을 갈지, 안 갈지도 모르겠지만 대학을 위해 보내고 싶지 않은 아이들이 대다수"라며 "단순 대학을 위해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내가 잘하는 것 또는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한 욕구로 지원을 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위해 학생 능력을 고려한 수준별 이동수업 및 개별화 학습도 진행된다. 산청 간디학교의 철학은 '행복하자'이다. 학생들이 사랑과 자발성으로 행복한 사람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실제로 2017년 간디고등학교 학교컨설팅 졸업생 설문을 진행한 결과, 졸업생 530명 중 150명이 응답했다. 응답한 이들 3분의 2(약 66%)가 '지금 행복하십니까?'라는 질문에 '행복하다'라고 답했다고도 한다. 평균 20~30대 성인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 대략 29%만이 그렇다고 답한다고 한다.

학교는 학생들을 행복한 사람이 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교육을 진행하고, 아이들도 교내에서 자신의 자아를 실현해 나가고자 한다. 이 같이 학교의 철학이 아이들에게 반영될 수 있는 건 대안교육에 대한 철학이 무너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학교 관계자는 얘기한다.

대안학교를 설립하고자 했을 때 커리큘럼은 여기 저기서 참고하는 식으로 진행해도 사실상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교육철학은 그렇지 않다. 어떤 철학으로 교육을 진행해 나갈 것인지가 학교 설립에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산청 간디학교 관계자는 "학교의 교육철학을 무엇을 할 건지를 굳건히 해두지 않으면, 담당 장학사 등이 바뀌었을 때 교육 방식도 그때그때 변경될 수도 있다"며 "시작 단계에서 어떤 교육철학을 만들겠다고 분명히 해두면 본질적인 건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희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