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초대석] 김민철 콜마르브레드 대표 "끊임없는 노력과 자기 성찰이 성장 이끌어"

[중도초대석] 김민철 콜마르브레드 대표 "끊임없는 노력과 자기 성찰이 성장 이끌어"

2018년, 2015년 설탕공예 국가대표(Pastry Cup)
화학조미료 쓰지 않고, 최상급 재료로 기본에 충실
'베르그' 카페 브랜드 새롭게 열어 '대형체인점과 차별화'

  • 승인 2022-10-10 12:07
  • 수정 2022-10-11 11:06
  • 신문게재 2022-10-11 9면
  • 이유나 기자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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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 콜마르 브레드 대표가 제빵 철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이성희기자.
대전에서 열린 전국 최초 빵 축제 '빵모았당'에 10만 명이 다녀가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빵 축제에 참여한 지역의 작은 빵집들은 매진을 이어가고, 축제 이후에도 손님이 찾을 정도로 대전은 '빵의 도시'로 이름을 날렸다.

6.25 한국전쟁 때 미군이 서민들에게 무상 구호물자로 밀가루를 공급하면서 철도운송의 중심지였던 대전역이 구호 물품 집산지 역할로 많은 밀가루가 모였다. 이로써 자연스럽게 밀가루를 이용한 칼국수나 빵 등이 발전하게 됐다. 성심당도 한국전쟁 당시 대전역 앞 천막에서 찐빵집으로 시작했다.

대기업이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지역 골목 상권을 흔들고 있지만, 대전 빵집만은 예외다. 대전뿐 아니라 다른 지역 관광객까지 지역 기능장들이 만드는 빵을 순례하고 있다. 대전엔 맛있는 빵집이 많아 빵과 상향 평준화의 합성어인 '빵향평준화'를 이뤘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대전에는 성심당만큼 명성을 얻고 있는 빵집이 있다. 제과·제빵 국제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할 만큼 실력도 뛰어난 명장이다. 이에 중도일보는 그를 만나 빵에 대한 철학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1. 지난해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선정한 우수숙련 기술인에 선정됐다. 명장이 된 비결이 무엇인가.



끊임없는 노력과 자기 성찰의 결과인 것 같다. 지난 30년 가까이 뒤돌아보지 않고 한 우물만 판 결과라고 생각한다. 부족한 기술과 경험을 인지하고 공부를 계속 이어와 지금의 위치에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기본에 충실하고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아 손님들에게 계속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맛있는 빵을 만들기 위해선 빵을 부풀리고 통제할 줄 알아야 한다. 반죽이 막 끝나면 사람으로 치면 태어나는 때이고 빵이 구워져 나오면 만 60세라고 보면 된다. 그 사이 중년 30~40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빵을 잘 어르고 달래야 좋은 풍미를 얻을 수 있다. 사실 빵 레시피는 빵집마다 비슷하다. 빵을 통제하는 능력이 차이를 만든다. 그리고 버터, 밀가루 등 몇 가지 중요한 재료는 최상급을 써야 하고 숙성과 발효종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런데 많은 빵집이 이를 간과하는 것 같다.

2. 제빵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빵이 좋아서 시작했다. 지금도 빵이 좋다. 해남 땅끝마을 변두리에서 살며 슈퍼에서 파는 빵만 먹다가 어느 날 베이커리에서 일하는 작은 아버지가 크림이 발라져 있는 식빵을 가져오셨다. 처음 보는 빵을 먹어보고 깜짝 놀랐다. 당시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는 빵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그 생각이 변하지 않고 지금까지 왔다.

3. 어은동 본점에 이어 죽동에도 분점을 냈다. 그 이유는 무엇인지. 지점을 늘리며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앞으로 프랜차이즈화할 생각도 있는지.

본점 매장이 작아 고객들이 불편해해서 지금의 죽동점을 확장해 오픈했다. 규모가 커져 인력, 재고 관리, 체계와 메뉴얼을 정착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지금은 이런 노하우가 생겨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지난 9월 마지막 주에 죽동점 10분 거리에 '베르그'라는 카페 브랜드도 새롭게 열었다. 콜마르 브래드는 빵집 이미지가 강해 새롭게 카페로 시작했다. 체인을 염두에 두고 시그니쳐 음료와 호텔에 온 것 같은 고급스러운 디저트를 구현했다. 카페에선 고급스러운 디저트를 요구하는데 베이커리 카페를 만들려면 인원이 많이 필요하다. 한 명으로도 충분한 퀄리티를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크림은 협동으로, 제과는 OEM 생산해 현장에서 모아 조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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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 콜마르브레드 대표가 제빵 철학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사진=이성희 기자.


4. 왜 제과제빵이 아닌 카페 체인을 시작했나.

제과제빵은 노동 강도가 강하다. 그래서인지 근무할 수 있는 친구들이 줄어들고 있다. 제과제빵을 학교에서 배우는 친구들은 현장엔 오지 않고 제과제빵을 본업으로 삼지 않는다. 이는 기술직의 현주소기도 하다. 음식점은 식사 시간대만 바쁜데, 빵집은 출근과 동시에 계속 일해야 해서 요식업 중 빵집이 가장 힘들다. 특히 제빵은 기술이 많이 필요한 중노동이다. 예전과 달리 젊은 친구들은 과자로 멋 부리는 걸 좋아한다. 판매마진은 똑같은데 제빵은 빵을 반죽하고 성형하고 중간중간 발효가 필요하다. 제빵보다 제과는 생산량을 1.5배 정도 더 빠르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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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그 카페에서 판매중인 디저트


5. 국제 대회에서 입상하는 등 많은 대외활동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 열심히 하다 보니 소문이 나고 자신감이 붙어서 국제대회에 나갔다. 아직도 평가를 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일본 경연 대회는 개인 대회로, 2019년 '쿠프드몽드파티쉐리페스트리컵' 프랑스 대회는 팀을 이뤄나갔다. 쿠푸드 몽드 요리의 제과 월드컵으로 보면 된다. 4년에 한 번씩 열리고 프랑스 대통령도 올 정도로 규모가 크다. 요리의 본고장 유럽에선 참가만으로도 명예 있는 대회다. 단장 한 명을 포함해 4명이 설탕공예, 앙뜨르메, 초콜릿 공예, 접시 디저트, 아이스카빙, 아이스크림 카빙,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선보였다. 선수가 선발되고 차기 대회 주제와 규정, 주의사항이 나오면 본격적인 대회 준비에 들어간다. 실질적인 준비 기간은 2년이다. 주제에 맞게 작품을 구상하고 디자인과 콘셉트, 맛도 잡는다. 상의하는 데만 1년이 소요된다. 초반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만나지만 6개월 전부턴 합숙하며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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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 콜마르 브레드 대표가 케이크를 장식하고 있다. 사진=이성희기자.
6. 새로운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는가.

훈련의 효과다. 처음 대회 나갔을 때 엄청 실패했다. 창피해서 만든 빵을 그냥 갖고 내려올 정도였다. 그런데 대회를 자꾸 나가다 보니까 다른 사람 아이디어가 눈에 들어오고 재료 접목도 많이 해보고 하면서 데이터가 쌓였다. 텔레비전 요리프로그램에서도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다. 그렇게 해서 개발한 빵이 '끼리바나나'다. 우리 가게 대표상품이며 경연 대회 1등, 빵 축제 대표 상품 팬 투표 1위를 했다. 10년 전 단순했던 생크림 케이크를 화려하게 바꾸며 대전에 새로운 트렌드를 만든 것이 본인이다. 끊임없는 상상력이 만든 결과였다.

7.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많은 자영업자가 힘들어하고 있는데,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고통이 심하다. 예전과 달리 업체들이 다양화돼 조금만 발품을 팔아도 기존 재료보다 조금이나마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우리는 그나마 대량 구매를 하다 보니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 옛날에는 마진율이 높았지만, 지금은 재료비, 인건비 등 모든 게 올랐다. 베이커리는 재료 집약적인 산업이다. 식빵 하나를 만들기 위해선 재료가 기본적으로 12개나 들어간다. 재료가 적게 들어가는 빵도 최소 5가지는 필요하며, 크림이 조금 들어가면 재료가 20가지 넘게 필요해 원가가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손님들은 빵을 일반 음식처럼 생각하고 몰라주는 것 같다.

8. 빵에 대한 철학이 궁금하다.

빵도 음식이다. 먹을만한 제품 가지고는 절대 고객이 찾지 않는다. '아! 맛있다' 이런 말이 나와야 한다. 그리고 시각적으로 볼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그게 제품의 다양성인데 고객이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눈으로, 냄새로 인지하고 맛은 마지막이다. 그러나 맛이 따라주지 않으면 고객은 외면한다. 지역환원사업도 꾸준히 할 예정이다. 신생원과 천양원에 꾸준히 빵과 제과를 보내주고 있다. 지역에서 받은 사랑을 지역민을 위해 베풀고 나누려 한다.

9. 지역의 작은 빵집 사장님들이 앞으로도 번성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작고 크고는 중요하지 않다. 고객들이 찾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매년 지날 때마다 고객들의 입맛이 변하고 트렌드에 맞게 변화를 줘야 한다. 유행을 따라가는 것도 좋지만 자기 색깔도 중요하다. 한때 마카롱 전문점이 많이 생기다가 지금은 많이 없어진 상황이다. 제빵을 가르칠 때도 기본 바탕은 알려주지만, 나머지 멋은 알아서 창작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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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 콜마르브레드 대표와 콜마르브레드 죽동점 직원들. 사진=이성희 기자.


◇ 김민철 대표는?

▲2021년 호남대학교 외식조리관리학 석사 ▲대전 콜마르 브레드 대표 ▲대한민국 제과 기능장 ▲우수숙련기술자 ▲사)한국제과기능장협회 기술분과 위원장 ▲국가기술자격검정 심사위원 ▲2019년 소상공인 기능 경진대회(제19회 서울국제빵과자경진대회) 대형공예(설탕공예) 대한제과협회장상 ▲K-BIZ 중소기업중앙회 표창 ▲2018년 소상공인연합회 표창 ▲(사)한국음식관광협회 표창 ▲Pastry Cup 설탕공예 국가대표 ▲2017년 대전광역시장 표창장 ▲2015년 Top Of Patissier in Asia 2015 설탕공예 국가대표 ▲2015년 (사)대한제과협회 대전광역시지회 표창 ▲2012년 세계요리사대회 프로제빵왕 장려상 ▲2012년 한국공예대전 빵공예 동상 ▲2009년 미국 유제품 실기경연대회 최우수상 ▲2008년 전국 크림치즈 실기 경연대회 동상 ▲2007년 서울 국제 빵 과자 경연대회 설탕공예 최우수상

대담=우창희 뉴스디지털부장·정리=이유나기자·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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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그 카페 내부 전경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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