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교류와 공존]한일관계 '끝나지 않은 전쟁'과 '미래 지향'

[한일교류와 공존]한일관계 '끝나지 않은 전쟁'과 '미래 지향'

[기고] 형진의 한남대 탈메이지교양교육대학 교수

  • 승인 2022-12-08 17:32
  • 신문게재 2022-12-09 10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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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대 형진의 교수
최근 신문에서 '올 연말 일본인들의 최고 여행지 1위 한국'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또 얼마 전 학생들에게 한국어 '최고'와 일본어 '~다요(だよ)'가 결합한 '체고다요(최고에요)'와 같은 신조어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 방송에서 소개되는 요리 제목에 '나무루(나물)', '유케(육회)'같은 이름은 더 이상 생소하지 않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한국도 코로나19 상황이 주춤해지고 일본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지면서 일본으로의 여행객이 급증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일관계는 좋아진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강제징용 피해자, 근로정신대 피해자, 원폭 피해자들의 법적 소송과 일본의 진정한 사과는 한 발도 진전되지 않고 있고 답보 상태다. 답보가 아니라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대중들은 서로의 문화에 호감을 갖고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미래 지향'이라는 말이 가장 자주 등장하는 것은 한일관계를 논할 때일 것이다. 한일관계에서는 늘 "지금은 경제 우선의 시대다. 언제까지 과거에 얽매여있을 수는 없다. 미래 지향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과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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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하시 마코토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 공동대표가 10월 14일 도쿄 지요다구 마루노우치 미쓰비시상사 앞에서 징용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어느 쪽의 주장에 동의하는지는 각 개인의 역사관과 사상에 속하는 문제이므로 여기서 논하지는 않겠다. 다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대한민국은 민주주의국가이기 때문에 선거권을 가진 국민의 대다수가 원하는 쪽으로 우리 사회는 가고 있고 또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는 점이다. 과거 군사독재정권부터 문민정부를 거치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정부의 대일본정책의 방향이 다른 것은 새삼 언급하지 않아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사회를 원하는가. 어떤 한일관계를 원하는가.

답보 상태를 거듭하고 있는 위의 피해자들의 고통이 끝나지 않은 한 이 전쟁은 '끝나지 않은 전쟁'이다. 이들만이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큰 이슈가 되지 않고 있지만 1923년의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피해자들에 대한 문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영화 <박열>에서도 다루어진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은 일본에 의한 명백한 제노사이드로 일본의 연구자나 시민사회단체가 나서서 조선인 피해자 명단을 확인하고 학살에 국가가 개입한 증거를 찾아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도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조선인 희생자 수가 작게 잡아 약 6천여 명, 많게는 2만 명이 넘는다는 연구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이 문제에 적극적이지 않고 대중들도 다른 사안에 비해 관심이 적은 듯하다.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되어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2만 여 명의 조선인 문제 역시 해결되지 않고 있다. 피해 당사자는 물론 이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이 계속되는 한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이뿐인가.

일본의 식민지지배의 결과로 일본으로 건너갔고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사는 재일조선인들의 고단한 삶 또한 우리가 기억해야 한다. 재일조선인은 현재 4세, 5세로 이어지고 있지만, 민족적 차별은 물론이고 직업 선택의 제약 등 일본 사회의 마이너리티로써 여전한 차별 속에 살고 있다. 일본의 식민지지배로 인한 재일조선인의 고통 역시 '끝나지 않은 전쟁'이다. 이밖에도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개인의 끝나지 않은 고통이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서도 한쪽에서는 서로의 문화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비판적으로 볼 일은 아니다. 오히려 바람직한 흐름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경계해야 하는 것은 이런 흐름을 안이하게 '미래 지향'으로 해석하려는 일부의 움직임이다.

'미래 지향'이란 현상학의 용어로 사전적으로는 '미래는 현 존재일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있어야 할 것으로서 미래가 지향되는 한에서는 미래 역시 하나의 존재이고, 현재의 의식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의 현재의 의식이 미래로 이어지는 것이다.

일본의 식민지지배로 인해 한반도는 한국전쟁을 겪고 분단국가가 되었다. 식민지지배와 한국전쟁으로 인한 피해 당사자와 한국 사회의 고통은 80년이 다 되도록 '끝나지 않은 전쟁'이다. 이것이 한국의 현재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지향하고자 하는 '미래'를 그려야 하지 않을까. '미래 지향'이 과거를 묻어두거나 일단 뚜껑을 덮는 식의 반역사주의, 사고 정지의 표어로 사용되어서는 곤란하다.

얼마 전 행정안전부가 부마항쟁기념식에 출연 예정이던 모 가수의 선곡에 문제를 삼고 "미래지향적인 밝은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논란이 되었다. 다 묻어두고 '밝은 미래'를 지향하기만 하면 미래는 밝아지는가. '미래 지향'이 이런 식으로 소비되기 때문에 걱정이 많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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