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교류와 공존]시민과 마을중심 충청형 외교 '진행형'…"양심의 목소리 키워"

[한일교류와 공존]시민과 마을중심 충청형 외교 '진행형'…"양심의 목소리 키워"

5. 교류를 이어 공존으로
충청권 시민과 도시 일본교류 50여년
관현악 학생들 3년마다 만나 문화체험
무형의 영향력으로 '공주' 소행성 이름
대전추모공원 홍도총 알고보니 합동묘역

  • 승인 2022-12-08 17:34
  • 신문게재 2022-12-09 10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가라츠 나고야성 박물관 2019
무령왕국제네트워크협의회 매년 6월 일본 사가현 가라츠시를 방문해 무령왕탄생제를 통해 교류를 맺고 있다.
대전과 충남·북은 대일 관계는 다른 지역보다 먼저 움직이고 끈기 있게 지켜온 전통이 있다. 백제시대 교류를 말하지 않더라도 1972년 부여군의 일본 나라현 아스카무라 고시군 사이 자매결연을 맺을 것을 시작으로 역사와 문화분야 시민과 도시 중심의 교류는 진행 중이다.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있고, 양심의 목소리를 키워 우호관계를 확대할 때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이 민간교류를 실천하는 이들의 설명이다.

▲대한해협 오간 관악협주 우정

트럼펫과 색소폰, 하모니카까지 관악기를 가지고 대전 학생들이 대한해협을 넘어 일본과 교류한 지 50주년을 앞두고 있다. 1974년 3월 일본 고마쓰 가호고 취주악단이 내한해 연주를 선보인 것이 인연이 되어 1975년 충남도 고교생 밴드가 고마쓰를 찾아가 연주회를 가진 것이 시작이었다. 1979년에는 고마쓰시 취주악단이 방한대 대전고에서 시민들 앞에서 무대를 열었고, 이후 3년마다 한국관악협회 대전지회가 주축이 되어 대전과 일본 고마쓰시의 중·고교생 그리고 교사까지 민간 교류를 이어왔다. 관악단의 교류는 무용단과 합창단까지 확대됐고, 고마쓰 고등학교는 350여명이 대전으로 수학여행단으로 8차례 찾아왔다.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 교외에 윤봉길(1908∼1932) 의사를 기리는 암장지적 비석을 세울 때 대전과 교류하는 고마쓰 시민과 단체가 기금을 냈고, 2002년 역사교과서 왜곡 파동 때 해당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도록 하는 친선 효과를 발휘했다.

48년 전 고마쓰 관악교류 첫 단추를 꿴 노덕일 중구문화원장은 "공군기술교육단 군악대장 때 고마쓰 학생들의 연주를 보고 교류하자고 제안해 가장 오래된 민간교류 역사가 지금도 대전 학생들에 의해 이어지고 있다"며 "민간교류는 국가가 힘으로 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일본에 무령왕 별 뜨다

백제 중흥을 이끈 제25대 '무령왕'이 별에 붙여진 이름이 되어 국제소행성센터에 헌액됐다. 공주시의 '공주'도 세계에서 3만1779번째 발견된 소행성의 이름이 되었는데 한일 민간교류가 있어 가능했다. 윤용혁 공주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일본 천문학자인 사토 나오토(佐藤直人) 씨가 2012년과 2014년 각각 자신이 발견한 소행성에 '무령왕'과 '공주'라는 이름을 붙여 국제소행성센터에 등재했다. '무령왕' 별은 지구에서 4억㎞ 떨어진 곳에서 태양을 5년 3개월 만에 한 번씩 공전하는 소행성이고, '공주' 별은 지구로부터 5억km 떨어져 태양 주위를 3년 10개월 주기로 한 바퀴씩 공전한다. 공주 민간 국제교류 단체인 무령왕국제네트워크협의회는 2001년부터 일본과 교류를 맺어, 사가현 가라츠시에서 매년 6월 개최되는 무령왕탄생제에 지역을 대표하는 사절단으로서 참여해왔다. 또 매년 공주에서 열리는 백제문화제에 가라츠시 협의회 관계자들이 답방 형식으로 관계를 잇고 있다. 무령왕국제네트워크협의회와 관계를 맺어온 토미다 미츠히로(富田滿博) 씨의 중개로 천문학자 사토 씨가 '무령왕'을 소행성의 이름으로 짓고, 백제문화제 개최 60주년을 기념한 때 '공주'라는 별까지 등재했다.

윤용혁 공주대 명예교수는 "적대시하고 싸워서 극우 세력을 변화시킬 수 없고, 우리의 역사관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양심의 목소리를 키워야 한다"며 "교류가 있을 때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확산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주 백제문화제
공주 금강에서 백제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자매도시 시대를 열다

자매도시 결연은 백제의 본고장 충남 부여에서 시작됐다. 자매도시는 상대 도시를 깊게 이해하기 친선 관계를 맺은 도시간 약속을 말하는데 1972년 11월 부여시가 일본 나라현 고시군과 백제시대 문화교류를 계승하기 위해 충청권에서는 처음 체결했다. 백제의 수도 부여와 마찬가지로 나라현 고시군 역시 1400여년 전 수도였으며, 백제의 영향을 받은 아스카문화 탄생지다. 이어 구마모토현 후나야마 고분에서 앞서 백제 왕릉에서 발견된 금동 신발과 관 등 그대로 닮은 부장품이 발견되면서 공주시와 구마모토현 나고미마치 사이 백제문화 관련 교류가 잦아졌다. 이때부터 백제문화재 때 일본 주민들이 대거 공주를 찾았는데 그것이 교류의 첫 물꼬였다. 이때부터 일본 신문과 TV에선 공주, 부여를 특집으로 다루며 구마모토현 기쿠스이정과 자매결연의 기반을 다져나갔다.

안영진 중도일보 전 주필은 후나야먀 고분에서 백제 무령왕릉에서 발견된 것과 동일한 부장품 발견을 국내에 알렸는데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안 전 주필은 "1975년 한일의원연맹 회의가 개최된 일본 도쿄에서 취재를 마치고 훗날 나오키상을 받은 미츠오카를 만나 후나야마 고분에서 백제의 것과 유사한 유물이 발굴되었다며 가보라 하더군"이라며 "1979년 7월 김성흥 당시 공주읍장 등 대표단이 일본 기쿠스이정을 찾아 자매결연을 맺을 때 상대 정장과 그의 부인이 한복을 입고 맞이한 것은 유명한 일화"라고 설명했다.

▲대전 홍도총에 합장된 한일

1968년부터 4년간 대전 동구 홍도동 공동묘지 이전 사업에서 발굴된 무연고 유해가 1만3850기에 달했다. 그리고 서구 기성동 대전추모공원 입구 홍도총에 합장됐다. 대전 도시가 팽창하면서 주거지를 확장하고자 대전역에서 가까운 곳의 공동묘지를 이전하는 사업이었고, 유족을 확인할 수 없는 무연고 분묘를 합장했다. 홍도 공동묘지는 1935년께 조성된 것으로 관측된다. 1935년 신문 보도를 보면 대전군 외남면 연효리(連孝里)에서는 주민들이 일제히 공동묘지 설치 반대 진정서를 대전경찰서와 대전읍 외남면소 등 3곳에 제출했다는 보도가 있다. 동시에 일본인 전용의 공동묘지를 설치케 되었는바 실현된다면 마을에서 너무 접근하게 되어 위생상 큰 관계가 있으리라 생각되어 반대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1945년 8월 패망을 맞아 본국으로 돌아간 일본인들에게는 홍도 공동묘지는 그들의 선친과 형제자매가 안장된 곳이었다. 이때문에 대전을 찾는 대전태생 일본인들은 추모공원 홍도총을 참배하고 있다. 대전 홍도총에 합장된 1만3850기 중 1500여 기는 일본인 유해일 것으로 보여진다. 부산 아미동의 비석문화마을이 일본인들이 떠난 공동묘지에 마련된 생활공간이었다. <끝>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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