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한밭대와 충남대가 통합이 안 되는 이유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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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내일] 한밭대와 충남대가 통합이 안 되는 이유 4

노황우 한밭대 교수

  • 승인 2023-04-09 09:28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노황우 한밭대 교수
노황우 교수
최근 학내가 한밭대와 충남대의 통합문제를 글로컬 대학사업과 연계 추진하겠다는 발표가 나면서 시끄럽다. 두 대학 교수회에서도 통합논의 단계에서 통합을 전제로 한 사업 추진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강력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두 대학의 총장은 통합을 전제로 한 사업계획만이 사업에 선정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밀어붙이고 있다.

글로컬 대학(Global+Local) 사업은 교육부가 추진하는 지역대학 육성사업으로 학령인구 감소와 산업구조의 급격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지역사회·산업 맞춤형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과감한 혁신 계획을 갖춘 비수도권 대학 30곳을 선정해 2027년까지 5년에 거쳐 1000억원씩을 지원한다. 4월 초 사업공고를 한 뒤 지원대학으로부터 혁신과제와 비전 등을 담은 5쪽 이내의 계획서를 제출받아 5월 중에 1.5배수를 예비 선정하고 7월 본지정을 통해 올해 10개 대학을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문제는 두 대학의 총장이 구성원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통합을 전제로 한 공동사업계획서를 무리하게 제출하려는 데 있다. 과연 국립대 통합으로 학령인구 감소와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하고 지역사회·산업 맞춤형 인재 양성의 사업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가? 글로컬 대학 사업이 통합논의 절차보다 더 중요하며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가? 국립대 통합은 글로컬 대학 사업에서 공정한 경쟁에 해당하는가? 지역소멸을 오히려 가속하는 국립대 통합에 대전광역시의 투자는 적절한 것인가?

국립대학은 '대학'으로서의 경쟁력 제고뿐만 아니라 '국립'으로서의 공적 역할 또한 동시에 수행한다. 공적 역할로는 지역 산업발전이나 지역 상생을 통한 지역발전에도 기여해야 할 책무가 있고 교육복지의 최상위기관으로 차상위 계층이나 한부모 가정 등 가정형편이 어려운 자녀들도 저렴한 등록금으로 공부할 기회를 주어 사회에서 성공의 기반을 마련해 주는 계층 사다리 역할을 한다.



두 국립대학의 통합으로 최소 20%만 줄여도 재학생 6300명 정도가 줄어든다. 이는 6800명의 학생정원을 가진 서울시립대 규모다. 서울시립대는 반값 등록금을 시행하고 있는데 2022년 기준 전체 예산 1238억원 중의 833억원을 서울시가 지원했다. 쉽게 말해 대전시 고등교육예산으로 연간 1000억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행정기구 통폐합으로 고용된 행정 인원의 1/2 일자리 감소와 많은 강사와 조교들이 고용기회를 잃는다. 그리고 한밭대 주변의 원룸이나 상업시설의 상권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며 한밭대 졸업생의 경우 75%가 대전·충청지역에 취업하기 때문에 졸업생 감소로 인한 지역산업 생태계 위축과 지역특화산업 발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통합을 전제로 글로컬 사업이 선정된다고 하더라도 각 대학에 5년간 1000억원의 예산이 아닌 두 대학에 5년간 1000억원+α의 통합 예산을 받는 것이어서 각자 신청했을 때보다 예산도 반으로 작아지고 학생정원이 줄어들면 결국 대학 혁신의 사업 성과는 없고 '빛 좋은 개살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지역 정주 인재 수, 지역고용 정도 등 대학의 지역기여도 및 영향력 성과 분석(Impact)을 통한 성과관리로 예산 지원을 중단할 수 있고 예산 감액도 가능해 선정된다고 하더라도 실제 받는 금액은 더 줄어들 전망이다.

두 대학의 총장은 지금이라도 통합을 전제로 한 글로컬 사업을 취소하고 각자 참여하는 것이 현명한 결정이 될 것이다. 그리고 두 대학이 장기적인 발전 방향 논의와 구성원 내부의 공감대 형성, 설득 과정 등의 적법한 절차를 통해 행·재정 통폐합의 논의를 약속대로 진행하는 것이 옳다.

지금처럼 학과의 통폐합이나 교명 등 통합의 핵심의제가 빠진 체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사업 선정만을 목표로 무리해 작성되는 글로컬 대학 공동사업계획서는 결국 내부 혁신은커녕 담대한 정원감축을 목표로 한 통폐합 계획서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사업의 선정 여부를 떠나 두 대학의 발전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고 내부 분란만 일으키는 결과가 될 것이 자명하다.

/노황우 한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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