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효와 충, 무엇이 먼저일까?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효와 충, 무엇이 먼저일까?

김덕균 한국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단장

  • 승인 2023-06-04 08:29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2023040201000030000001271
김덕균 단장
보통 국가나 군주에 대한 국민과 백성의 도리를 충이라 하고, 부모에 대한 자녀의 도리를 효라고 말한다. 비록 충 개념이 '진심을 다한다'는 의미에서 출발했더라도 군주와 국가에 대한 충성개념으로 사용되었다면 공적 범주에 해당하고, 효는 가정과 개인의 사적 범주에 속한다. 여기서 동양적 개인-가정-국가로 이어지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질서와 "효자 집안에 충신 난다"는 얘기도 나왔다. 문제는 가정에서의 효와 국가에서의 충이 충돌할 때의 일이다.

19세기 후반 일제의 명성황후 시해 사건과 단발령 시행은 전국의 의병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날로 몰락하는 나라 구하기 운동에 백성들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이인영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런데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심상치 않던 부친의 병세였다. 나라의 운명도 부친의 운명도 촌각을 다투고 있었다. 그를 지도자로 추대하려는 사람들이 "국가의 일이 급하고 부모 자녀의 정이 경한데 어찌 공사를 미루리오"라고 설득하자, 이인영은 부친과 작별하고 의병 총지휘관으로 서울 진공 작전에 나섰다. 1907년 곳곳의 의병들을 모아 연합부대를 결성하고 13도 창의군의 총대장이 되어 서울로 진격 작전을 펼칠 때 부친 사망 소식을 접했다. 충과 효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던 이인영은 효의 현장 고향 집으로 달려갔다. 이후로 의병부대는 퇴각하고 결국은 패하고 말았다.



효의 현장으로 달려간 이인영은 삼년상을 치르다 그만 일제 헌병에 잡혔다. "어찌 전장의 최고 지휘관이 부친이 돌아갔다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느냐"는 헌병의 비아냥에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는 것은 짐승과 같고 짐승은 신하가 될 수 없다. 그러면 그것이 불충인 것이다"고 당당히 답했다. 공적 책임자가 사적 업무로 자리를 뜰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인간의 당연한 도리가 공적 업무의 기본이 된다는 효 우선의 논리로 응수했다.

전혀 다른 사례도 있다. 세종 때 김종서 장군 얘기다. 장군은 두만강 동북지역에서 여진족을 정벌하고 국경에 6진을 설치, 오늘날의 국경선을 정립한 인물이다. 장군은 오랜 세월 최전방지대에 있으면서 효를 다하지 못함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마침 노쇠한 모친 봉양을 위한 사직 상소를 올렸지만, 세종은 국방의 위중함을 들어 허락하지 않았다. 그때 세종은 단지 충을 우선하며 효를 무시한 게 아니었다. 장군의 모친에게 직접 약과 음식을 내려 치료하도록 선처했다. 충신의 효를 나라에서 대신한 것이다.



최전방에 있던 장군이 잠시 휴가를 내어 모친 병환을 돌보고 있을 때의 일이다. 모친은 "너는 빨리 네 직책으로 돌아가라. 네가 능히 성상께 충성을 다한다면 나는 비록 죽더라도 유감이 없을 것이다"고 하며 아들을 돌려보냈다. 어머니의 이 말은 충과 효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던 장군의 마음을 다잡아주었다. 나라의 중차대한 책무를 맡고 있는 신하가 충성을 다함은 마땅한 도리이다.

하지만 병든 모친 봉양을 뒤로한 채 국경으로 달려가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자녀의 도리상 있을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이때 어머니의 "돌아가라"는 이 한마디 말은 충효를 아우르는 결단이었다. 돌아가는 것이 나라에 대한 충이고 자신에 대한 효라는 것이다. 결국 모친의 이 한마디는 세종(王), 어머니(母), 김종서(子) 삼자의 미묘한 충효의 입장 차이를 극복하고 아우르는 중요한 단서가 됐다.

충과 효, 무엇이 먼저이고 나중일까? 상황 따라서 달리 봐야 하지 않을까? 핵심은 관점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충과 효에는 피아(彼我)가 있다. 본인도 중하지만 상대 입장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부모와 군주, 국가 입장에서 보면 무엇이 우선인가 분명해진다. 부모 입장에서 전장을 등지고 고향길을 택한 지도자의 선택, 과연 부모가 반겼을까? 아니면 "(현장으로) 돌아가라" "나라 위해 끝까지 싸워라"라고 했을까? 6월 호국보훈의 달, 개인주의가 판치는 이 시대 한 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김덕균 한국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 “이런 정체는 처음"… 원촌육교 공사에 출근길 마비
  2. 대전 분양시장 미분양 행보 속 도안신도시는 다를까
  3. 무너진 발화지점·내부 CCTV 없어… 안전공업 원인규명 장기화 우려
  4. 여야 6·3 지방선거 대전 5개 구청장 대진표 확정
  5. 안전공업 참사 이후에도 잇단 불길…대전·충남 하루 새 화재 11건
  1. [전문인칼럼] 문평동 화재 참사가 우리에게 남긴 것
  2. 사기 벌금형 교사 '견책' 징계가 끝? 대전교육청 고무줄 징계 논란
  3. 네거티브 난무 공천 후폭풍도…지방선거 충청 경선 과열
  4. 대전 민주진보교육감 단일화 경선, 성광진 후보 승리 "책임지는 교육감 될 것"
  5. 특성화 인센티브에 D등급 신설까지… 충청권 대학 혁신지원사업 '촉각'

헤드라인 뉴스


[현장] “이런 정체는 처음"… 원촌육교 공사에 출근길 마비

[현장] “이런 정체는 처음"… 원촌육교 공사에 출근길 마비

"평소보다 일찍 나왔는데도, 도저히 움직일 생각을 안 하네요. 도로에 30분 넘게 갇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네요." 대전 천변도시고속화도로 원촌육교 긴급 보수 보강 공사로 도로가 통제되자 교통 혼잡이 빚어져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지난 30일 원촌육교 옹벽에서 일부 지반침하와 배부름 현상이 발견되자 행정당국이 긴급 보수에 나선 것. 행정당국은 안전 확보를 위해 해당 구간 일부 차로를 한 달가량 전면 통제하고 긴급 보수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이로 인해 출근 시간대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해당 구간은 물론 인근 간선 도로까지..

고유가 피해지원금 비수도권 15만원·소상공인·산업 지원도 강화
고유가 피해지원금 비수도권 15만원·소상공인·산업 지원도 강화

중동 정세 장기화에 따른 국민 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가 소득 하위 70%와 차상위 계층 등 모두 3580만명의 국민에게 고유가 피해지원 예산을 편성했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3월 31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13회 국무회의에서는 모두 26조 2000억원 규모의 2026년도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하고 이날 국회에 제출했다. 구체적으로는 고유가 부담경감을 위해 10조 1000억원, 저소득층·소상공인·취약노동자·청년 등 지원 2조 8000억원, 에너지·신산업 전환과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2조 6000억원, 지방정부 투자 여력 확충..

`종량제 봉투 논란`, 이 대통령 “재고가 충분하다… 일부 과장”
'종량제 봉투 논란', 이 대통령 “재고가 충분하다… 일부 과장”

이재명 대통령은 3월 31일 종량제 봉투와 관련, “논란들이 좀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재고가 충분하다”며 선제적 대처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주재한 제13회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국민 실생활과 직결된 각종 생필품, 의료용품도 마찬가지다.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는데도 아주 지엽적인 부분에 일부 문제들이 과장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충분히 재고도 있고 원료도 있는데, 특정 지자체들이 준비가 부족하거나 해서 문제가 생기면 인근 지자체와 협력해서 해결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로수 가지치기 가로수 가지치기

  • 안전공업 화재 참사 희생자 마지막 발인 안전공업 화재 참사 희생자 마지막 발인

  •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이틀째 전석매진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이틀째 전석매진

  • 프로야구 개막…한화이글스 18년 만에 홈 개막전 승리 프로야구 개막…한화이글스 18년 만에 홈 개막전 승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