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헌의 세상읽기]풍요로운 가을이 신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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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헌의 세상읽기]풍요로운 가을이 신산하다

  • 승인 2023-09-06 09:44
  • 최재헌 기자최재헌 기자
풍요로운 계절 가을이 신산하게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 더위에 지쳐서 인지, 이런 저런 이슈들이 맵고 시다. 가뜩이나 어려운 국민들을 더욱 힘들고 고생스럽게 만든다. 오염수 인지, 처리된 오염수인지 표현을 하는 것부터 논란이 일고 있는 일본 방사능 오염 처리수 문제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고,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 잼버리 대회 부실문제, 해병대 수사단의 항명이냐 외압이냐의 논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 교사들의 잇따른 극단적 선택 등 나라가 너무 어수선 하다.

지난 여름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벌어진 이후 최근 궁평 2지하차도에서는 종교계와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49재와 추모제가 열렸다.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의 유가족들도 오송 참사의 유가족들을 위로하며,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아직도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고 책임자 처벌도 없다. 감찰 결과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났지만, 단체장 3명은 수사 대상에서 제외되며 유가족들이 직접 고발장을 제출했다.

최재헌
지난달 파행으로 막을 내린 새만금 잼버리 대회는 남 탓을 하거나 저세상 답변의 극치를 달리며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김현숙 장관은 부산엑스포 유치에 악영향을 주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위기 대응을 통해 세계에 대한민국 역량을 보여줬다"는 어이없는 답변을 했다. 개최지 수장이었던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SNS 소통이 과거보다 활발해져 초반에 문제가 이슈화된 것. 과거엔 국민 소득 수준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인내의 수준도 높았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진심어린 사과보다는 덤터기를 쓰지 않기 위한 책임 떠넘기기가 꼴 사나운 모습으로 남아있다.

민간인 실종자 수색 도중 숨진 해병대 채수근 상병의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한 수사도 한 달 보름 넘게 겉돌고 있다. 경찰 수사 착수는커녕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외압과 항명 논란으로 군내 힘겨루기만 부각되고 있다. 국방부가 채 상병을 죽음으로 몰아간 무리한 실종자 수색 작전의 책임소재를 가리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기보다 해병대 내부 조사의 적절성을 놓고 수사단장을 보직해임하고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것은 결국 기각됐다.

지난 7월 발생한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비극적인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경기도 고양과 전북 군산에서 초등학교 교사 2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발생했다. 아직 정확한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교원단체와 동료 교사들 사이에서는 학생 지도의 어려움과 학부모 민원, 학교 내 갈등 등이 고인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일 열린 추모 집회에 수십만명이 운집한 것은 교사들의 슬픔과 분노가 임계점에 이르렀다는 방증이다.

무엇보다 독립운동 영웅으로 알려진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이 때 아닌 소모적인 이념논쟁으로 확산하고 있다. 홍 장군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일본 제국주의 침략에 맞서 싸워 봉오동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지만 그 이후 소련 공산당에 가입했고 광복군과 독립군이 큰 피해를 당한 '자유시 참변'에 소련 편을 들며 개입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 논란이 정쟁의 대상될 일인지 참으로 안타깝다.

공자는 정치는 선악의 이분법이 아니라, 문제해결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는 일을 바르게 해주면 된다. 신영복 교수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가장 아끼는 희망의 언어로 碩果不食(석과불식, 주역의 효사에 나오는 말)을 강조했다. "석과는 먹지 않는다. 석과는 가지 끝에 남아있는 최후의 '씨과실'이다. 초겨울 삭풍 속의 씨과실은 역경과 고난의 상징이다. 고난과 역경에 대한 희망의 언어가 석과불식이다. 씨과실을 먹지 않고 땅에 심는 것이다. 땅에 심어 새싹으로 키워내고 나무로, 숲으로 만들어 가는 일이다. 이것은 절망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길어 올린 옛 사람들의 오래된 지혜이고 의지이다. 그런 점에서 석과불식은 단지 한 알의 씨앗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지키고 키워야 할 희망에 관한 철학이다."

우리가 지키고 남겨야 하는 씨과실은 무엇일까? 破邪顯正(파사현정)의 자세로 진지한 반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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