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평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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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평화 바람

최영민 대전평화여성회 공동대표

  • 승인 2024-08-04 17:18
  • 신문게재 2024-08-05 18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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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민 대표
2007년 대전평화여성회 창립 이후 평화는 항상 내게 붙어 다니는 수식어다. 단체 회의에 가면 "평화는 어떠냐?" 물어오는 것도 낯설지 않은데, 원하든 원하지 않든 평화는 내 삶과 분리될 수 없고, 평화 덕분에 평화롭게 살려고 노력해왔는지도 모른다. 다만 제대로 평화운동도 못 하고 평화 이름만 얻어 살고 있으니 그게 부끄러울 뿐이다.

함석헌 선생님은 "책에 써야만 역사가 아니라, 나의 생이 곧 과거의 기록이요, 나의 난 시대가 곧 전 시대에 대한 판결문이다"라고 하셨다. 부정하고 싶어도 우리가 숨 쉬고 말하고 행동하는 일상이 곧 역사가 되니 개인과 공동체, 과거와 현재는 두 개의 자전거 바퀴처럼 앞뒤로 굴러가게 마련이다. 만약 현재 한반도 평화에 대한 판결문을 작성한다면 어떻게 기록할 수 있을까. 생각나는 대로 이렇게 정리해봤다.

정전협정을 맺은 지 70년이 지났으나 한반도 평화의 걸림돌인 분단 문제를 풀지 못했으며 2024년 남북 관계는 파탄 지경에 도달했다. 남한은 민간단체 대북전단 살포를 방조하고, 북한은 오물 풍선을 띄워 남쪽으로 보내는 상호 쓰레기 관계를 유지하였다. 심리전을 하겠다고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으나 접경지역 남북한 주민들만 고통에 시달렸다. 남북 화해와 협력의 상징인 상호 남북화해협력성명과 공동선언의 역사는 지워지고, 한미일, 북중러 신냉전의 골이 깊어졌다.

남한은 한미동맹을 넘어 한국 미국 일본의 3국 안보협력을 제도화는 각서를 체결했고, 북 핵미사일 위협뿐 아니라 인도 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전보장까지 신경 써야 했다. 북한은 러시아와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조약'을 체결하였고, 각각 자국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이 일어나면 쌍방이 개입할 수 있음을 명시했다. 남한과 북한 위정자들은 안보 수단으로 다른 나라와 군사조약을 맺고 각서를 주고받았으나 군사동맹이 안보 불안과 전쟁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것을 망각하고 기만하였다. 한반도는 평화 유지라는 미명으로 전쟁 준비와 군사동맹 자가당착에 빠졌고 세계 패권전쟁에 더 깊숙이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정리하고 보니 2024년 현재 한반도 시계는 1953년에 멈춰 있다. 북한의 남침을 막기 위해 미군이 전시작전권을 가지고 남한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겠지만, 미국은 2024년 현재 약 60개 국가에 800여곳 안팎 군사지기를 운영하고 있고, 약 170개 국가와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며 전 세계 군비의 40%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고 한다. 이 정도면 미국은 상시적인 전시국가이며, 주한미군 주둔이 한반도 평화를 담보한다고 할 수 없다.

다가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와 해리스 중,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어야 한반도 평화에 득이 될까? 사실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어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것 같다. 과거 트럼프와 김정은 빈손 회동과 오바마의 대북 전략적 인내가 가져온 학습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알려면 변하지 않은 곳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넬슨 만델라). 여전히 평화의 사람들은, '우리 민족끼리'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가자던 호시절을 기억하고 있고, 그때가 다시 오리라 믿고 있다. 이런 신뢰의 바탕에는 우리 안에 식민지 직간접 경험, 분단국가에 태어나 반공과 냉전, 규율과 복종, 군사주의와 가부장주의 굴곡진 역사를 살아내면서도 그동안 이뤄온 평화의 성과와 자산 역시 쌓여있기 때문이다. 전쟁은 승패가 없고, 군사동맹은 동상이몽에 불과하다. 부디 우리 안의 다져진 저력으로 이 땅에 평화의 바람이 일어나길 고대한다.

/최영민 대전평화여성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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