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고조사의 필요성과 중대재해 예방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기고] 사고조사의 필요성과 중대재해 예방

정용하 안전보건공단 대전세종광역본부 광역사고조사센터장

  • 승인 2024-11-04 11:08
  • 수정 2024-11-06 14:52
  • 신문게재 2024-11-05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사진_정용하 광역사고조사센터장
정용하 안전보건공단 대전세종광역본부 광역사고조사센터장
예전에는 편성된 시간표에 따라 방송하는 지상파나 케이블 TV를 주로 시청했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컨텐츠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내가 선호하는 컨텐츠를 직접 선택해서 시청할 수 있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직업은 못 속인다'라고 했던가. 그 많은 OTT 콘텐츠 중에서 자연스레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항공사고 조사를 다룬 다큐멘터리였다.

안타깝게도 실제로 발생했던 항공기 사고사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해당 다큐멘터리는 사고내용 및 조사과정, 그리고 조사과정을 통해 밝혀낸 사고원인과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제시된 대책은 무엇이었는지에 관한 내용이었다. 목격자와 조사관 등 관계자의 인터뷰 및 실제 교신기록 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상자료 등을 통해 사고 당시 상황을 매우 긴장감 있게 재현하고 있었다.

특히, 이 다큐멘터리에서 꽤나 감정을 이입하면서 본 내용은 사고조사관들의 끈질긴 사고원인 찾기의 과정이었다. 사고원인을 찾기 위한 수많은 자료검토와 더불어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모의실험을 실시하고 심지어는 사방으로 흩어진 파편들을 찾아 모아 항공기 외형을 재구성하는 등의 힘겨운 조사과정을 통해 확인하게 된 사고원인을 담담하게 설명하는 사고조사관들의 모습에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매번 볼 때마다 감탄하면서 시청하고 있다.

충청권역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사망 등 중대재해에 대한 사고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우리 대전·세종 광역사고조사센터 조사원들의 모습도 다큐멘터리에서 보여지는 항공사고 조사관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조사원들은 재해자가 사고과정에서 남긴 흔적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는 사고현장에서 사고를 유발한 기인물과 가해물을 확인하고 안전조치 등은 적정했는지 살펴본다. 사고가 발생하기까지의 과정 등을 관계자 면담 등을 통해 되짚어 보며 증거물을 찾기 위해 잔해더미를 뒤지기를 마다하지 않고 이렇게 찾아낸 증거물들을 이리저리 맞춰보며 사고의 원인을 유추해 본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고원인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대표적인 예로는 재해자를 구조하는 과정에서 사고현장이 훼손된 경우다. 이런 경우 현장조사만으로는 사고 당시 상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사고원인을 밝혀내야 하는 조사원들은 큰 압박감을 받게 된다.

이런 경우 마지막 수단으로 재연시험을 하게 된다. 올해 실시한 재연시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불시에 작동한 산업용 로봇에 근로자가 끼여 사망한 사고였다. 수차례 현장조사를 했지만 해당 로봇이 왜 작동했는지 명확하지 않았고, 사업장에서는 해당 로봇이 작동될 수 없는 조건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던 터라 사고원인을 밝히는데 어려움이 컸었다. 그래서 해당 로봇이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조건을 사전에 면밀하게 검토해 여러 조건을 정한 후 순서대로 재연시험을 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해당 로봇은 작동되지 않았고, 초조하게 시험을 지켜보고 있던 중 드디어 로봇이 작동되어 원인이 확인되자 현장에 있던 조사원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렇게 힘겨운 과정을 거쳐 사고원인을 밝히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고책임에 대한 시시비비(是是非非) 가리기에 앞서 중대재해가 발생하게 된 원인을 밝혀내고, 이를 공유함으로서 동일한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우리공단에서는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사업장의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홈페이지(www.kosha.or.kr)와 전국에 설치된 산업안전전광판을 통해 지속적으로 사망사고 속보를 게시하고 있으며 홈페이지 자료실을 통해 중대재해사례 OPS를 업종별로 제공하고 있다.

누군가 일하다 죽거나 다치지 않을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 책임과 권한이 있는 모든 이가 사망사고 속보 및 중대재해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우리의 일터에는 중대재해가 발생할 만한 위험요인은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 위험요인이 확인되는 즉시 이를 개선해 나가며 이러한 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촘촘하게 구축하고 이행한다면 우리의 일터에서 중대재해는 반드시 예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정용하 안전보건공단 대전세종광역본부 광역사고조사센터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청주시 외평~북이 등 2개 도로 노선, 제6차 국도·국지도 예타 대상 선정
  2. 대전 미분양 1년 새 23% 증가… 중구 미분양 대폭 증가
  3. [주말사건사고] 폐차장 화재부터 공장 폭발까지...대전·충남 사고 잇따라
  4. 충청 명운 가른다…정기국회 현안입법 예산 초당적 협력 시급
  5. 한국마사회 글로벌 심판 영입… 서울경마 신뢰 높인다
  1. 보완수사 기한 줄이고 절차 강화… 경찰 수사 완결성 시험대
  2. [2027 수시로 간다-대학의 색, 미래의 선택] 의료현장에 AI·데이터 더한다… 건양대가 여는 '데이터 의학'
  3. 국세청, 태국에 세정 선진 경험 전수… 글로벌 최저 한세 협력
  4. 포항 해수욕장 제사 반대 10만 서명운동 본격화
  5. 지방 국립대 등록금 전액 지원…지역 사립대 '직격탄' 우려

헤드라인 뉴스


`행정수도 완성` 결실의 문턱으로… 공동선언의 물결

'행정수도 완성' 결실의 문턱으로… 공동선언의 물결

"2004년 행정수도 위헌 판결과 2010년 MB 정부의 수정안 파동은 더 이상 없다."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역사적 흐름인 '행정수도 완성'이 올 가을 결실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다. 허허벌판이던 행정중심복합도시는 지난 22년간 44개 중앙행정기관 이전 동력을 토대로 행정수도 면모를 갖춰왔고, 이제 마지막 퍼즐인 '행정수도특별법 제정안' 통과를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집무실(2029년)과 국회 세종의사당(2033년) 이전도 법률에 의해 뒷받침되며, 국가균형성장 가치를 대세로 전환하고 있다. 행정수도특별법 연내 제정을..

박수현 충남지사, "지천댐 추진 주민 설득 부족…피해 지원책은 다시 검토"
박수현 충남지사, "지천댐 추진 주민 설득 부족…피해 지원책은 다시 검토"

정부가 청양·부여 지역 지천댐 건설 추진을 최종 결정한 데 대해 박수현 충남지사가 "정부의 결정은 존중한다"면서도 주민 설득과 설명 과정이 미흡했던 점에 깊은 아쉬움을 표했다. 다만, 박 지사는 지천댐 건설을 지역의 새로운 성장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파격적이고 실질적인 국가적 지원을 강력히 요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박 지사는 31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7일 정부가 발표한 '청양·부여 지천댐 건설 추진 결정'과 관련한 충남도의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앞서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을 100% 수용하겠다..

위기시 레버리지 등 투자상품 조정... 금융당국, 긴급조치권 확대 추진
위기시 레버리지 등 투자상품 조정... 금융당국, 긴급조치권 확대 추진

단일종목 레버리지 사태로 보완책을 고심 중인 정부가 시장위기 상황일 때 금융투자상품의 내용을 조정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증시 변수를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이번 일을 계기로 증시 긴급조치권의 적용 대상을 금융투자상품으로 넓혀 필요시 적기 대응하도록 조정 권한을 미리 확보한다는 취지다.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시장 안정화와 투자자 보호가 필요한 상황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포함한 금융투자상품 내용을 변경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 개정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7월 30일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추가 대책 하나로 해당 상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제17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여자부 8강 제17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여자부 8강

  • 제17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 3~4학년부 4강전 제17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 3~4학년부 4강전

  • 제17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 5~6학년부 예선 제17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 5~6학년부 예선

  • 가을을 재촉하는 비 가을을 재촉하는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