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뫼비우스의 띠에 갇힌 한국축구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뫼비우스의 띠에 갇힌 한국축구

  • 승인 2026-07-16 21:25
  • 신문게재 2026-07-16 18면
  • 금상진 기자금상진 기자
2020030201000132900002801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 든 한국 축구가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단순히 경기에서 진 것을 넘어 한국 축구를 지탱하던 시스템 자체가 무너진 상황이다. 현재 한국 축구의 상황은 걷고 또 걸어도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게 설계된 '뫼비우스의 띠'에 비유된다. 겉으로는 위를 향해 나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과거의 관행과 실패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갇혀 있는 형국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월드컵이 끝날 때마다 체질 개선과 한국형 축구 철학 정립을 외치며 혁신하는 시늉을 한다. 하지만 매번 당장 눈앞의 성적이 급하다는 핑계로 근본적인 변화를 포기하고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반복해왔다. 감독이 바뀔 때마다 한국 축구가 착실하게 정립해온 자산은 무시됐고 시행착오가 이어졌다. 파행 속에서 선임된 감독 선임과 축구협회의 무능한 행정에 팬들의 피로감은 임계점을 넘어 간지 오래다. 구름 관중을 몰고 다녔던 국가대표 A매치는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며 관중석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초라한 이벤트가 됐다.

이번 참패가 더욱 뼈아픈 이유는 바로 '황금세대' 이후의 미래가 지금보다 훨씬 더 암울하다는 것이다. 대표팀의 기둥이었던 손흥민에게 이번 월드컵은 사실상 마지막 무대였으며, 김민재와 황희찬 등 주축 선수들 역시 다음 월드컵 때는 30대 중반이 된다. 이강인과 배준호 같은 젊은 재능들이 성장하고 있지만, 이들이 과연 현재의 황금세대를 뛰어넘는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 심각한 것은 아시아의 맹주를 호령했던 상황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중동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유소년 전력이 무섭게 급상승하고 있다. 현장의 유소년 선수들은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선수들과 직접 부딪쳐 보면 예전처럼 큰 실력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가 아시아의 정상이라는 자부심에 취해 제자리를 맴도는 동안 주변국들은 무서운 속도로 한국을 추월하고 있다.

감독이 사퇴하고 축구협회장도 물러난 상황에서 서둘러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해야 하는데 느닷없이 청문회를 하겠다고 한다. 한국 축구의 비정상적인 구조를 뿌리째 파헤치고 개혁의 발판으로 삼는 청문회라면 환영해야 마땅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스타 선수들을 불러 관심을 끌어모으는 정치 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팬들이 원하는 것은 쇼가 아니라 축구협회의 비정상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뿌리째 파헤치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 아니라 축구협회의 행정 절차와 인사 시스템이 어떻게 규정을 위반하고 국민의 눈높이를 무시했는지 그 구조적 모순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 단순히 사령탑을 바꾸고 축구협회장을 새로 뽑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특정 인물에게 권한이 집중된 구조를 타파하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회복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 한국 축구는 시스템 붕괴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일본이 100년을 내다보고 축구 시스템을 설계했듯, 우리도 지금 당장 성적에 급급해할 것이 아니라 유소년 시스템부터 뿌리까지 완전히 뜯어고치는 대수술을 감행해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연줄이 아닌 실력 중심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혁신의 시작이다.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뫼비우스의 계단에서 당장 내려오지 않는다면, 한국 축구의 앞날은 더 깊은 추락뿐이다. 이번에도 한국 축구 개혁의 기회를 놓친다면 2026년의 참패는 훗날 한국 축구의 암흑기를 알리는 서막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제는 겉치레를 버리고 시스템을 근본부터 다시 쌓아 올리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금상진 기자 jodpd@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선도지구 발표… 둔산 신청 구역들 '희비교차'
  2. 대전 위장전입해 아파트청약… 부정청약 분양권 몰수
  3. "연구관리 전문기관 통폐합 졸속 추진 중단" 촉구
  4. 유성선병원, 천성교회 성금 1천만원 취약계층 진료에 사용
  5. 건강관리협회 대전충남지부, 한부모·조손가족 등 무료검진 지원
  1. 입영 앞둔 청년, 병역검사로 백혈병 발견… 숨은 질환 찾아
  2. 대덕특구 입구에 복합과학체험랜드 이달 착공… 과학 정체성과 차별성 '관건'
  3. 대전 노후계획도시 선도지구 둔산 2곳·송촌 1곳 '낙점'
  4. 앵커 시행 한 달 앞… 지역혁신 전략 시험대
  5. 농산업 혁신 이끄는 '영농 히어로' 5팀 선정

헤드라인 뉴스


통합 국군사관학교 대전 자운대에 창설… 당정 공식 결정

통합 국군사관학교 대전 자운대에 창설… 당정 공식 결정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한 4년제 국군사관학교가 대전 자운대에 들어선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16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국군사관학교를 대전 유성구 자운대에 창설하기로 결정했다. 전날까지 유력하게 검토되던 자운대 설립안이 당정 협의를 거쳐 공식화된 것이다. 새로 출범하는 국군사관학교는 육·해·공군 사관생도를 통합 선발해 4년간 교육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생도들의 잠재력을 살릴 수 있는 자율적인 학사 운영을 도입하고, 각 군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군별 훈련과 전공교육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

한은, 기준금리 0.25%포인트 올린 2.75%로 인상
한은, 기준금리 0.25%포인트 올린 2.75%로 인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2.75%로 인상했다. 3년 6개월 만에 이뤄진 기준금리 인상이다. 이번 인상은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 2%를 넘어서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불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방원기 기자

대덕특구 입구에 복합과학체험랜드 이달 착공… 과학 정체성과 차별성 `관건`
대덕특구 입구에 복합과학체험랜드 이달 착공… 과학 정체성과 차별성 '관건'

연간 100만 명이 찾은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 교육·놀이·공연을 아우르는 '복합과학체험랜드' 조성사업이 이달 착공한다. 시민이 과학 융합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예정으로 유사한 성격의 대전컨벤션센터(DCC),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마중물프라자와 차별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주목된다. 국립중앙과학관은 국비와 시비 590억 원을 들여 주차장 부지에 '복합과학체험랜드(가칭)'를 조성하는 공사를 이달부터 시작한다. 첨단 과학기술을 국민이 쉽고 흥미롭게 경험하는 체험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면서 지난해 102만 명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제헌절에 대해 공부해요’ ‘제헌절에 대해 공부해요’

  • 나에게 맞는 대학은? 나에게 맞는 대학은?

  • 초복 앞두고 북적이는 삼계탕집 초복 앞두고 북적이는 삼계탕집

  • ‘집 밖이 더 낫다’…쪽방촌의 힘겨운 여름 나기 ‘집 밖이 더 낫다’…쪽방촌의 힘겨운 여름 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