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나사렛대학교 석오이동녕연구소에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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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나사렛대학교 석오이동녕연구소에 기대한다

이정은 (사)대한민국역사문화원 이사장

  • 승인 2025-01-13 10:45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이정은
이정은 (사)대한민국역사문화원 이사장
충남 천안의 나사렛대학교에 석오이동녕연구소가 설립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지난해 11월에 설립되었다 하니 한 달 남짓. 이제 첫걸음을 떼는 중일 것 같다.

석오 이동녕 선생(1869~1940)은 70평생을 나라의 독립과 민족의 자유를 위해 바친 분이다. 석오 선생은 29세 때 이승만과 독립협회의 의회설립운동을 했고, 안창호와 신민회 운동을 통해 낡은 왕조국가의 틀을 깨고 국민이 주인 되는 공화국에의 꿈을 추구했다.

1919년 3·1독립만세 소리가 터져 나왔을 때 상해에서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초대 의장이 돼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정하고 새로운 국가사회의 기본원칙과 방략을 담은 헌법격인 대한민국 임시헌장을 제정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출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석오 선생의 외유내강의 인품과 조용한 헌신은 갈등과 파란 많았던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지켜내며, 임시정부가 독립운동의 구심점이 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김구 등 임시정부 요인들은 석오 선생을 깊이 존경하고 따랐다.



석오 선생은 1869년 10월 6일 지금의 천안시 동남구 목천읍 동리에서 태어나 자랑스러운 충남인, 자랑스러운 천안 사람이다. 천안시는 목천면 동리의 생가를 복원하고, 기념관을 조성했으며, 2019년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천안시 동남구 영성동 남부오거리에 석오 이동녕 선생 동상을 세웠다. 2023년말에는 이동녕 전기도 펴냈다. 이러한 기념사업에도 불구하고 석오 선생과 천안지역 독립운동, 독립운동가에 대한 지속적인 자료수집과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아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나사렛대학교에 석오이동녕연구소가 출범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나사렛대 석오이동녕연구소는 앞으로 이런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

첫째, 자료센터가 되기를 기대한다. 석오 선생의 삶과 투쟁은 국내와 만주, 연해주, 중국 상해에서 기강 등 광대한 지역에서 전개되었다. 또한 그의 활동에는 일본 제국주의의 흥기, 대한제국 멸망, 중국의 신해혁명, 제1차 세계대전, 러시아 혁명, 3·1운동, 만주사변, 중일전쟁 등 국제적 혁명과 전쟁, 격변과 그 속에서 대한민국의 독립과 건국의 역사가 관련되어 있다. 석오 선생을 둘러싼 심층적인 자료를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수집해야 한다. 이것은 우리 근대사의 지평을 넓히고, 대한민국의 건국 과정을 밝히는 일이다. 석오 선생의 삶은 그 바탕에서 재조명해야 한다. 또한 천안지역 유관순, 이동녕 이외에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있다. 이분들에 대한 자료수집과 조명이 필요하다. 석오이동녕연구소가 그 중심에 있어야 할 것이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언론은 새로운 자료 발굴에 항상 관심이 높다. 자료수집은 홍보 효과가 매우 크다.

둘째, 견실한 연구센터로 키우기를 기대한다. 미국 동부의 명문 대학 프린스턴대학교에는 리히텐슈타인 민족자결연구소(The Liechtenstein Institute on Self-Determination, 약어 LISD)가 있다. 3·1운동과 함께 많이 들어온 우드로 윌슨 대통령의 '민족자결주의'라는 이름을 내세우고 있다. 유럽의 소왕국 리히텐슈타인의 왕자 한스 아담 2세의 기부로 설립된 이 연구소는 대학과 사회, 또는 국제사회가 협력하여 역사적 사건과 정신을 기반으로 오늘날의 세계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강구하는 연구소로 만든 것이다. 나사렛대의 부설 연구소로서 석오이동녕연구소가 그릴 수 있는 가장 멋진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석오 선생이 살았던 시대는 19세기 말 20세기 전반 자본주의, 제국주의, 민족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무정부주의 등 온갖 종류의 사상적 모색과 실험이 시도되고 충돌했던 시대였다. 이 시기에 대한 더 깊은 연구를 통해 우리 주체적 분석과 정리가 있어야 오늘 대한민국의 혼돈에서 가닥을 잡고 우리가 나아갈 길, 그리고 세계가 나아갈 길을 더 선명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석오의 연구는 곧 대한민국 전사(前史)의 정리와 함께, 국민통합, 한국 독립정신의 세계화, 즉 K-Spirit과 연결되어 있다. 나사렛대는 국제적인 대학으로 세계와 지역사회, 국가를 연결해 석오이동녕연구소를 좀더 큰 비전을 갖고 견실한 연구소로 키워갈 수 있기를 바란다.

셋째, 리더십문화센터로 키우기를 기대한다. 나사렛대는 학생들에게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섬김의 정신을 실천하게 하는 훌륭한 대학이다. 석오 이동녕 선생은 겸손하고 조용히 섬기는 리더십의 대표적 인물이다. 한국사회는 식민지 지배, 남북분단, 전란, 사상과 이념 및 지역감정의 극심한 대립과 갈등에다 치열한 생존경쟁 사회를 거쳐오는 동안 리더십 문화가 황폐해 온 것 같다. 사회 각 부문에서 석오 선생과 같이 조용하고 겸손하게 섬기는 리더십 문화가 건강하게 자리잡게 하는 중심기관이 필요하다. 석오이동녕연구소가 한국 사회의 섬김의 리더십 문화를 새롭게 세우고 이를 확산하는 중심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정은 (사)대한민국역사문화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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