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107. 글쓰기에서 인공지능(AI)이 사람을 이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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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홍철 칼럼] 107. 글쓰기에서 인공지능(AI)이 사람을 이길 수 있을까?

  • 승인 2025-02-13 12:00
  • 신문게재 2025-02-14 18면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인공지능(AI) 기술은 1950년대에 시작되었지만, 2010년대부터는 가히 'AI 시대가 열렸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AI에 의해서 많은 충격을 받아왔습니다. 알파고가 바둑에서 당대 최고수인 이세돌을 꺾는 것을 목격하였습니다. AI와 사람의 협업으로 소설이 완성되었다는 얘기도 듣고 있지요. 저의 글쓰기 작업도 AI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쓴 글을 챗GPT에 넣으면 이미지를 생성해 줍니다. 역사적 사실을 비롯해서 이미 검증된 것들을 일일이 찾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나, AI에 물어보면 아주 짧은 시간에 방대한 양의 정보들이 제공됩니다.

과학기술의 여러 분야에서 AI가 차지하는 역할은 이루 말할 수 없으나 글쓰기와 관련하여 생각해 본다면, AI의 언어능력에 의존하다가 인간의 언어능력이 퇴화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지금까지는 AI의 언어적 능력을 사용하면서 자신의 쓰기 능력을 향상하는 '도구'로 쓰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이미 AI는 도구라는 한계를 뛰어넘었습니다. 실용적 글쓰기 분야에서는 AI가 인간을 대체해서 언론, 마케팅, 법률, 기술 문서 등에서 중요한 도구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AI에는 단어와 문장들을 쏟아내는 정보를 훨씬 뛰어넘는 능력도 있지요. 달리 2를 작동시켜 기가 막힐 정도로 인상적인 예술 작품을 그려낼 수도 있고. 유방 X선 사진도 상당 수준 판독을 하지요.

그러나 논의를 글쓰기에 국한할 때, 글쓰기는 창의성도 중요하지만, 저자의 삶과 저자가 살아낸 시대를 봐야 합니다. 그러나 AI에게는 저자로서의 삶이 있을 수 없지요.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았는데, 그 작품은 작가의 창의성뿐만 아니라 그가 경험한 시대적 아픔이 작품에 반영되지 않았을까요? 따라서 아직은 AI를 통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역량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수준까지 인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AI의 제안이 최종적인 선택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내 삶이 담긴 표현을 찾아내는 것이지요.

인간의 글쓰기와 AI의 글쓰기를 비교한다면 당연히 창의성 면에서 AI가 뒤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AI는 기존의 데이터의 조합과 패턴 학습을 기반으로 창작을 하게 되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창조는 아닐지라도 창의성에 근접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인간이 상상력을 발휘해 독창적인 소설을 쓰거나 강렬한 감정을 담은 시를 창작하고 있지만, AI도 기계 학습 모델을 활용해 특정 문체를 모방하거나 기존 서사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생성해 기존 소설을 참고해서 후속작을 써내기도 합니다.



이렇게 최근 우리는 생성형 AI가 인류의 글쓰기 판도를 바꿀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언어학자이자 교육자인 나오미 배런 미국 아메리칸대학 명예교수는 '쓰기의 미래'라는 저서를 통해, 중요한 제안과 당부를 했습니다. 그는 글쓰기에 있어서 AI의 도구적 역할을 넘어 협업을 통해 인간의 글쓰기를 향상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 뒤 한 걸음 물러서서 철자, 문법, 고쳐쓰기, 교정과 심지어 손수 쓴 글씨까지 인간이 갖는 쓰기 기술 중에서 보존할 만한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런 문장으로 책을 마무리합니다. "우리는 기술이 진화함에 따라 우리들의 선택들도 달라질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각자의 대답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어떤 결론에 도달하든 간에, 중요한 것은 AI가 보여주는 효율성 앞에서 현혹되거나 경외심에 사로잡혀서 우리가 인간의 글쓰기에 부여한 가치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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