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안전한 디지털 인증시대의 도래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안전한 디지털 인증시대의 도래

진승헌 ETRI 인공지능데이터보안연구실 책임연구원

  • 승인 2025-03-27 17:30
  • 신문게재 2025-03-28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clip20250327094639
진승헌 ETRI 인공지능데이터보안연구실 책임연구원
우리는 매일 스마트폰을 열어 메시지를 주고받고, 소셜미디어를 이용하거나 이메일을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바로 인증(Authentication)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인증 방식은 패스워드를 통해 이뤄져 왔으나, 최근 그 한계가 명확해지며 패스워드를 사용하지 않는 '패스워드리스'(Passwordless) 인증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패스워드 인증 방식은 보안에 취약하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사용자는 일반적으로 단순한 패스워드를 쓰거나 동일한 패스워드를 여러 서비스에 재사용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해커들에게 쉬운 공격 표적이 된다. 예를 들어, 사용자를 속여 패스워드를 탈취하는 피싱 공격(Phishing), 무작위로 패스워드를 반복 시도하는 무차별 대입 공격(Brute Force), 그리고 유출된 정보로 다른 서비스까지 공격하는 크리덴셜 스터핑 공격(Credential Stuffing)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등장한 패스워드리스 인증은 크게 생체 인증, 하드웨어 보안키, 일회용 코드(OTP) 및 푸시 인증 등으로 구분된다. 생체 인증은 지문이나 얼굴 인식 등 개인 고유의 생체 정보를 활용해 인증하는 방식으로, 애플의 Face ID처럼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며 강력한 보안을 제공한다. 하드웨어 보안키는 USB 형태의 기기를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꽂는 방식으로 인증하며,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직원의 로그인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이러한 하드웨어 보안키를 사용 중이다. 일회용 코드 및 푸시 인증은 로그인 시 이메일이나 스마트폰 앱으로 실시간 코드를 전송하거나 사용자가 직접 승인 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 네이버와 카카오가 이미 이를 활용하고 있다.

패스워드리스 인증은 보안성을 높일 뿐 아니라 사용자 경험 개선 측면에서도 매우 효과적이다. 사용자는 복잡한 패스워드를 외우거나 주기적으로 변경하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로그인 과정이 생체 인증이나 하드웨어 보안키와 같은 간단한 동작으로 대체돼 빠르고 편리해진다. 또한, 기업으로서는 패스워드 관리 업무, 패스워드 분실 등으로 인한 고객 지원 비용과 같은 불필요한 운영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인증 과정이 단순해짐에 따라 고객 만족도와 서비스 이용률을 높이는 부가적 이점까지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패스워드리스 인증도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생체 인증의 경우 생체 정보가 한 번 유출되면 변경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또한 최근 발전하고 있는 딥페이크 기술로 인해 얼굴 인식을 우회하는 공격 사례도 등장해 이에 대응하기 위한 실시간 라이브니스 감지(Liveness Detection)와 같은 보안기술 도입이 필수적이다. 하드웨어 보안키 역시 분실 시 복구가 어렵다는 단점이 존재하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키 백업이나 클라우드 저장 방식과 같은 시스템 구축이 요구된다.

패스워드리스 인증은 이미 글로벌 기업들이 중심이 되어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국내 기관들도 점차 이를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최근들어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해 사용자의 행동을 분석해 추가적인 인증을 요구하는 지능형 인증기술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패스워드리스 인증의 확산에도 몇 가지 현실적인 장애가 존재한다. 특히 금융권이나 공공기관은 이미 패스워드와 함께 SMS 문자나 모바일 앱을 통한 2차 인증(2FA)과 같은 추가적인 인증 방식을 널리 사용하고 있어, 새로운 인증 방식을 도입하는 데 상대적으로 신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관 간 서로 다른 인증 방식이 혼재될 가능성이 크며, 이러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기관이 쉽게 적용할 수 있는 통일된 기준과 가이드라인 마련이 요구된다. 결국, 패스워드리스 인증은 보안성과 사용자 편의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효과적인 대안이지만, 생체 정보보호, 보안키 관리, 표준화 문제 등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앞으로 기술적 발전과 정책적 지원을 통해 패스워드리스 인증이 널리 보급된다면, 더욱 안전하고 편리한 디지털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진승헌 ETRI 인공지능데이터보안연구실 책임연구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시흥시, 별빛 축제 ‘거북섬’ 점등식
  2. "아산으로 힐링 가을여행 오세요"
  3. 대전 유성 노인회서 견학갔다가 80대 실종 9일째…인력 600여명 투입 '희망을'
  4. 행정수도와 거리 먼 '세종경찰' 현주소...산적한 과제 확인
  5. 대전 방공호와 금수탈 현장 일제전쟁유적 첫 보고…"반전평화에 기여할 장소"
  1. 호수돈총동문회, 김종태 호수돈 이사장에게 명예동문 위촉패 수여
  2. 초등생 살해 교사 명재완 무기징역 "비인간적 범죄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3. 대전A고 학교운영위원장 교권침해? 24일 '교보위' 촉각
  4. [경찰의날] 대전 뇌파분석 1호 수사관 김성욱 경장 "과학수사 발전 밑거름될 것"
  5. [S석 한컷]서포터석에서 탐탐이 치는 K-리그 기자! 음치-박치-엇박자 서포터 현장팀 체험

헤드라인 뉴스


사실상 큰산 넘은 CTX… 행정수도 완성에 발맞춰야

사실상 큰산 넘은 CTX… 행정수도 완성에 발맞춰야

대전과 세종, 충북을 급행철도로 연결하는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가 민자적격성조사 문턱을 넘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비례)이 행정수도 세종 완성을 위한 CTX의 조기 개통 로드맵 마련을 주문했다. 황 의원은 21일 대전 동구 한국철도공사 본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철도공사(코레일)·국가철도공단·에스알(SR)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50번에는 행정수도 세종 완성이 있고, 그 주요 내용을 보면 전국 접근성 개선에서 서울에서 1시간 전국 주요 도시에서 2시간 접근 가능한 교..

2025 AAPPAC 대전총회 개막…"지역의 영감이 세계로 확산되다"
2025 AAPPAC 대전총회 개막…"지역의 영감이 세계로 확산되다"

과학과 예술의 도시, 대전시가 세계 공연예술의 중심에 우뚝 섰다. 21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한 '2025 아시아·태평양 공연예술센터연합회(AAPPAC) 대전총회'가 3일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지역적 영감에서 세계적 영향으로(From Local Inspirations to Global Influences)'를 주제로 열린 이번 총회에는 세계 20개국 80여 개 공연예술 기관 관계자가 참석해, 지역이 품은 창의성과 상상력이 세계로 확산되는 길을 함께 모색했다. 첫 번째 세션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K-컬처'에서는 한국 문화예술이..

대전 방사능 위협 여전한데…유성구 뭐했나
대전 방사능 위협 여전한데…유성구 뭐했나

대전 유성구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원자력안전 교부세 신설이 수년째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입법이 좌절된 이후 올해 초 또다시 관련법이 제출됐지만,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성 나아가 144만 대전시민의 안전과도 직결된 사안인데 행정당국의 이슈파이팅 부족으로 현안 관철은 멀기만 해 보인다. 21일 취재에 따르면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대전유성을)이 대표발의 한 이른바 '원자력안전교부세법'(지방교부세법 일부개정안) 7월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현재 위원회 차원에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최고의 와인을 찾아라’ ‘최고의 와인을 찾아라’

  • 제80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제80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