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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조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운영위원장 |
그런데 요즘 이 금강수목원을 둘러싸고 논쟁이 한창이다. 한쪽에서는 이 부지를 택지나 산업단지로 개발해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자고 주장이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곳을 자연 그대로 보전해서 시민들의 영원한 휴양공간으로 남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무엇이 '발전'인가를 두고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셈이다.
우리 인류는 오랫동안 '발전'이라는 명제를 쫓아 살아왔다. 특히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개발을 통한 발전'이 당연한 공식처럼 여기고 있다. 자연 상태에 사람이 자원과 기술을 동원해서 물리적인 변화를 만들고, 거기서 경제적 자산을 축적하는 것이 곧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산을 깎아 길을 내고, 강을 막아 댐을 만들고, 논밭 위에 공장과 아파트를 짓는 것을 발전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런 개발 덕분에 우리 사회가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고 편리해진 부분도 분명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다. 깨끗했던 공기는 탁해지고, 맑았던 강물은 오염되고, 수많은 생명이 살 곳이 없어졌다. 자연재해는 잦아지고 기후 변화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무분별한 개발만이 발전이 아니며, 오히려 자연을 파괴하는 개발은 장기적으로 우리 삶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퇴보가 될 수 있다는 반성을 시작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말이 '지속 가능한 발전'이고 현재의 중요한 의제가 되었다. 유엔에서 정한 17가지 지속가능발전 목표(SDGs)에는 경제 성장이나 산업화 같은 목표도 사람들의 삶의 질을 중심에 두었고 깨끗한 물과 위생, 기후 변화 대응, 해양, 육상 및 수중 생태계 보전 등 핵심 내용은 보전이다. 이는 결국 자연을 지키고 보전하는 것이야말로 미래 세대가 지속해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발전이라는 것을 전 세계가 인정한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개발하지 않고 그대로 놔두는 '보전'이 오히려 우리에게 자산이 되고 삶의 바탕이 되어 사람들의 발전이 된다는 의미다.
금강수목원 사례가 이 '보전이 곧 발전'이라는 명제를 우리 눈앞에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이곳은 이미 수십 년간 수많은 사람에게 휴식과 치유,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며 그 가치를 증명해 왔다. 울창한 숲은 맑은 공기를 제공하고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는 터전이 되어 생태계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자연의 소중함을 배우고, 어른들은 복잡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이런 비물질적인 가치, 생태적인 가치, 그리고 공동체가 함께 누리는 사회적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소중한 자산이다.
만약 이곳을 밀어버리고 산업단지나 아파트를 짓는다면 어떨까? 단기적으로는 땅값이 오르고 일자리가 생기는 등의 경제적 이익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대가로 우리는 수십 년간 쌓아온 자연 자산과 충청인의 추억이 깃든 공간을 잃게 된다. 장기적으로 보면, 자연 친화적인 도시 환경이 주는 이점을 포기하는 것이 된다. 이것을 진정한 '발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단기적인 경제적 이익에 눈이 멀어 장기적인 삶의 질과 환경 가치를 희생하는 것은 오히려 퇴보에 가깝지 않을까?
세종 시민단체들이 금강수목원을 민간에 매각하려는 움직임에 반대하며 정부가 매입해서 시민의 품으로 돌려달라고 외침의 까닭이다. 보전이 발전이라는 묵직한 질문에 이제 우리는 대답해야 한다. /최병조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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