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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휘 의장 |
올해는 한국과 몽골 수교 35주년이자 대전과 울란바트라가 교류·협력한 지 11주년이 되는 해이다. 하지만, 그동안 양 의회 교류는 기대만큼 활발하지 못했다. 최근 두 나라 사이 문화와 교육 분야에서 교류가 점점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대전시의회의 방문은 새로운 협력의 장을 열기에 시의적절했다. 서로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실질적 동반성장의 출발점이 됐다.
이번 방문의 가장 큰 진전은 대전의 역량을 각인시켰다는 것이다. 그동안 울란바트라시에게 대한민국의 도시는 서울과 부산뿐이고, 대전은 생소한 도시였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연구개발을 극대화하고 국가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과학기술집적지를 조성해 집중 육성해왔다. 50여 년 전 대전은 그 중심에 있었다. 대전은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한정된 과학기술 자원을 선택과 집중을 통해 극대화했고, 산·학·연 복합단지로 발전시켜 오늘날 국가 연구개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대한민국 과학수도로 거듭났다.
현재 대전은 26개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밀집해 전국 최대 연구장비 인프라를 갖췄고, 세계적 연구 역량과 혁신인재 양성을 이끈 대한민국 대표대학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포함한 19개 대학, 2만여 명이 넘는 석·박사급 연구 인력, 2,600개의 첨단기업이 자리잡고 있다. 그 결과, 대전은 세계 100대 과학기술 클러스터 17위, 과학기술 집약도 세계 7위·아시아 1위 도시로 꼽히고 있다.
몽골 국회에서 대표단을 접견한 장발린 간바타르 의원은 과학기술에 특화된 대전과의 협력을 '새로운 자극과 기회'로 표현하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중공업부 장관 등을 역임하는 등 정치·행정 경험이 풍부한 몽골 국회의원이다.
특히 울란바트라시 부시장은 자국의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꺼내며 과학수도 대전의 참여와 역할을 요청했다. 지하철, 비닐하우스 농법, 화석연료 등 에너지 대체, 쓰레기 수거·처리, LPG 난방 전환 등 몽골이 당면한 24개 중요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교통, 과학기술, 환경,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 대전 기업의 해외 진출을 기대해 볼 수 있어 추진방안을 적극 모색해 볼 생각이다.
이와 함께, 울란바트라시 바양골구의회와 맺은 업무협약은 향후 신도시 개발 사업 진출 협력, 정례적 교류와 공동 세미나 등 다양한 형태의 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더욱 기대되는 부분이다.
울란바트라는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거대한 도시로 현재, 도시화와 산업화가 한창 진행 중이다. 단기간 인구집중으로 도로, 건물, 난방 등 도시기반시설 부족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성장을 갈구하는 젊은 인구층과 뜨거운 교육열은 고도성장기 대전의 과거와 닮았다.
몽골은 성장 잠재력이 큰 세계 10대 자원부국이다. 세계 생산량을 좌우하는 구리(세계 2위), 인(세계 3위), 석탄(세계 4위), 희토류(세계 매장량 16%) 등 광물자원은 우리의 미래 산업과도 긴밀히 연결돼 있다. K-드라마, K-팝·뷰티 등 한류 대중문화에 열광하는 몽골 청년과 우리나라의 고도 경제성장을 배우려는 몽골의 호의적 의지는 대전과 울란바트라가 단순한 우호 관계를 넘어 소중한 동반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온 몽골 유학생은 2024년 기준 중국, 베트남에 이어 세 번째로 많고, 인구 대비로는 압도적 1위다. 대전에도 몽골 유학생 297명이 있고 그중 KAIST에 25명이 재학 중이다. 추세도 2020년 대비 2.3배로 꾸준히 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방문 중 가장 뿌듯한 점은 대전을 몽골에 널리 알렸다는 점이다. UBS울란바트라 방송국 인터뷰에서 도시브랜드 평판지수 1위, 주민생활만족도 1위 도시라는 점을 자랑하며 대전을 소개했다. 대전시의회 대표단은 시민의 대표로서 지방외교의 몫을 충실히 해냈다.
이제는 한국과 몽골이 함께 성장하는 시대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번 방문이 양 의회 간 우호와 신뢰를 굳건히 다지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는 문화·상징적 교류를 넘어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를 함께 창출하고, 공동의 지역문제를 해결해 시민 삶의 질을 향상시켜 더 많은 협력의 결실을 이루길 기대한다.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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