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일의 세상읽기]피델리스 의원을 추도하며

  • 사람들
  • 뉴스

[한성일의 세상읽기]피델리스 의원을 추도하며

한성일 편집위원(국장)

  • 승인 2025-10-22 14:49
  • 신문게재 2025-10-23 18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한성일 목요언론인클럽 회장 사진
성 피델리스(Saint Fidelis)는 가톨릭에서 매우 존경받는 성인 중 한 분이다. 성 피델리스는 믿음의 충실함을 상징하고, 이름 그대로 '항상 신앙에 충실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피델리스'는 라틴어로 믿음과 성실, 충실함을 뜻한다. 1577년 독일 지그마링겐에서 출생한 성 피델리스는 젊은 시절에는 법률가로 활동했고, 정의롭고 청렴한 판결로 유명했다. 그러나 세속적 성공보다 신앙과 봉사의 삶을 택해, 프란치스코회 계열인 카푸친 수도회에 입회했다. 수도사로서 가난한 사람을 돌보고, 개신교 지역에서 복음을 전하는 선교 활동을 하다가, 1622년 반가톨릭 세력에 의해 스위스 그루뷘덴에서 순교했다. 교황 베네딕토 14세가 1746년에 성인으로 시성했다. 성 피델리스는 특히 법조인, 병사, 선교사의 수호성인으로 여겨진다. 법조인 출신답게 성 피델리스가 세례명인 이상민 전 국회의원이 10월15일 선종하던 날 을지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대학 3년 후배인 이 전 의원 부인 손을 맞잡고 위로하면서 함께 많은 눈물을 흘렸다. 대학 10년 선배 학연에, 같은 엑스포아파트 주민으로 30년을 넘게 살았으니 지연까지 깊은 셈이다. 이 전 의원이 국회의원이 되기 전 변호사시절부터 우리 신문에 법조인 칼럼을 쓰는 인연으로 알고 지냈으니 인연의 끈이 제법 긴 편이다. 내가 아는 이 전 의원은 바른 소리, 곧은 소리 이전에 유머 감각이 매우 탁월한 분이어서 이 전 의원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요절복통하는 일이 많았다. 매주 토요일 밤 TV 조선의 정치 토크쇼 ‘강적들’은 이 전 의원이 출연할 당시 가장 인기가 많았던 프로그램으로 기억된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할 말은 하고 보는 강직한 성격의 이 전 의원이 전하는 직설적인 정치비평은 톡 쏘는 사이다보다도 시원했다. 최고 권력자에 대해서도 쓴소리과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그의 용기를 높이 사고 박수를 보냈다. 평생 정의와 평등의 가치를 추구한 이 전 의원을 추모하고 편안한 영면을 기원하는 추모 행렬이 줄을 이었던 것도 우리나라에서 그런 정치인을 다시 만나기 쉽지 않다는 아쉬움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와 동행해 여러 차례 성지순례를 함께 다녀오신 김정수 바르나바 신부님이 대전평화방송 사장 신부 임기를 마치고 천안 신부동 성당 주임신부로 가 계실 때 이상민 전 의원이 김정수 신부님을 찾아뵙고 소중한 인연을 이어왔다고 한다. 김정수 신부님은 이 전 의원에 대해 항상 가까이 곁에서 좋은 일에 격려를 보내주신 의원님이었다고 회고했다. 김정수 신부님 초대로 이 전 의원과 함께 세종시의 어느 가톨릭신자분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가서 점심을 함께 한지 몇 달 안 되는데 이 전 의원은 김정수 신부님께 와인을 선물로 드리고 그날 점심값도 계산했다. 가톨릭 신앙을 가지신 분이라 신부님을 남달리 섬기셨던 것 같다. 필자에게도 잊지 못할 고마운 추억이 있다. 4년 전 필자가 박사학위 논문 제목을 ‘허위조작정보 규제에 관한 연구’로 정하고 전문가 14분을 심층인터뷰해 분석하는 논문을 쓰게 됐는데 그때 당시 3선 의원이던 박광온 전 의원이 페이크뉴스 관련 법안을 가장 많이 발의했던 의원이었다. 그래서 5선 의원이던 이 전 의원이 박 전 의원을 소개시켜 주셔서 국회에 가 박 전 의원을 만나 심층인터뷰를 진행하고 논문을 완성시켰던 일화가 있다. 사적으로는 매우 친절하고 다정다감하셨고 늘 재치있는 유머로 웃음을 주신 분이었고, 공적으로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꾸짖으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위해 가장 용감하게 목소리를 낸 멋진 정치인이셨다. 투명하고 깨끗한 정치, 사회적 약자를 대변해온 이 전 의원은 필자의 동네인 유성구 전민동에서 2004년 17대 총선을 통해 처음 국회에 입성한 뒤 21대까지 5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 전 의원은 한국 천주교회가 추진해온 사형 폐지 운동을 주도해왔고,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주장해왔다. 이 전 의원의 유머러스한 발언은 종종 정치적 긴장 속에서도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그의 유머 감각은 '쓴소리'와 같은 직설적 발언과 함께 정치적 인물로서의 이미지를 더 친근하게 만들었다. 정치적 혐오와 불신이 높은 현대 정치에서 탁월한 유머로 대중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역할을 했던 '미스터 쓴소리'. 직설적이고 냉철한 비판으로 진영을 넘어 국민 우선의 정치, 대화와 화합을 중시하는 자세로 평가받았던 이 전 의원이 하늘나라에서 편히 영면하시길 기도드린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시흥시, 별빛 축제 ‘거북섬’ 점등식
  2. "아산으로 힐링 가을여행 오세요"
  3. 대전 유성 노인회서 견학갔다가 80대 실종 9일째…인력 600여명 투입 '희망을'
  4. 행정수도와 거리 먼 '세종경찰' 현주소...산적한 과제 확인
  5. 대전 방공호와 금수탈 현장 일제전쟁유적 첫 보고…"반전평화에 기여할 장소"
  1. 호수돈총동문회, 김종태 호수돈 이사장에게 명예동문 위촉패 수여
  2. 초등생 살해 교사 명재완 무기징역 "비인간적 범죄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3. 대전A고 학교운영위원장 교권침해? 24일 '교보위' 촉각
  4. [경찰의날] 대전 뇌파분석 1호 수사관 김성욱 경장 "과학수사 발전 밑거름될 것"
  5. [S석 한컷]서포터석에서 탐탐이 치는 K-리그 기자! 음치-박치-엇박자 서포터 현장팀 체험

헤드라인 뉴스


사실상 큰산 넘은 CTX… 행정수도 완성에 발맞춰야

사실상 큰산 넘은 CTX… 행정수도 완성에 발맞춰야

대전과 세종, 충북을 급행철도로 연결하는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가 민자적격성조사 문턱을 넘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비례)이 행정수도 세종 완성을 위한 CTX의 조기 개통 로드맵 마련을 주문했다. 황 의원은 21일 대전 동구 한국철도공사 본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철도공사(코레일)·국가철도공단·에스알(SR)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50번에는 행정수도 세종 완성이 있고, 그 주요 내용을 보면 전국 접근성 개선에서 서울에서 1시간 전국 주요 도시에서 2시간 접근 가능한 교..

2025 AAPPAC 대전총회 개막…"지역의 영감이 세계로 확산되다"
2025 AAPPAC 대전총회 개막…"지역의 영감이 세계로 확산되다"

과학과 예술의 도시, 대전시가 세계 공연예술의 중심에 우뚝 섰다. 21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한 '2025 아시아·태평양 공연예술센터연합회(AAPPAC) 대전총회'가 3일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지역적 영감에서 세계적 영향으로(From Local Inspirations to Global Influences)'를 주제로 열린 이번 총회에는 세계 20개국 80여 개 공연예술 기관 관계자가 참석해, 지역이 품은 창의성과 상상력이 세계로 확산되는 길을 함께 모색했다. 첫 번째 세션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K-컬처'에서는 한국 문화예술이..

대전 방사능 위협 여전한데…유성구 뭐했나
대전 방사능 위협 여전한데…유성구 뭐했나

대전 유성구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원자력안전 교부세 신설이 수년째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입법이 좌절된 이후 올해 초 또다시 관련법이 제출됐지만,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성 나아가 144만 대전시민의 안전과도 직결된 사안인데 행정당국의 이슈파이팅 부족으로 현안 관철은 멀기만 해 보인다. 21일 취재에 따르면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대전유성을)이 대표발의 한 이른바 '원자력안전교부세법'(지방교부세법 일부개정안) 7월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현재 위원회 차원에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최고의 와인을 찾아라’ ‘최고의 와인을 찾아라’

  • 제80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제80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