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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원기 경제부 차장 |
"지난번 싸준 김치 잘 먹었어, 오래 장사해줘." 머리가 백발인 노신사는 주인장에게 말했다. "하는 데까지는 해보겠는데 영 손님이 적어져서 말이야." 주인장은 말끝을 흐렸다. "사람만 많으면 더 할 텐데, 올해는 유독 춥네." 주름진 손으로 빈 반찬 그릇을 치우며 행주로 식탁 물기를 훔치는 주인장의 말에 유난히 힘이 빠졌다.
자영업자들에게 혹독한 겨울이 찾아오고 있다. 생계를 유지하는 마지막 수단이 사라지고 있다. 통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은행 대전세종충남본부가 발표한 '대전지역 자영업 현황 및 잠재 리스크 점검' 보고서를 보면, 감소세를 지속하던 대전지역 자영업자의 폐업률이 최근 도·소매업을 중심으로 늘고 있다. 2024년 기준 대전 자영업자의 폐업률은 10.39%로, 전국 평균(9.5%)을 뛰어넘는다. 전국 7대 특·광역시 중에서 울산(10.42%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업종별로 보면 음식숙박업 19.4%, 도소매업 18.0%, 개인 서비스업 11.6%, 건설업 9.4%, 운수창고업 8.4%, 제조업 6.8% 순으로 폐업률이 높다.
어쩌면 수많은 단골과 일상의 시시콜콜함을 공유하던 이 식당도 폐업의 길로 들어설지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단골이라 여기던 식당이 어느 순간 사라지는 모습을 이따금 경험한다. 나의 점심을 책임져주고, 내부를 집처럼 훤히 꿰고 있던 옛 단골 식당을 떠올리니 이곳도 하나의 추억으로 사라질까 괜스레 가슴이 뭉클하다. 백발의 노신사의 유일한 말동무일지도 모르는 이 식당을 더 자주 애용해야겠다. 내 집 드나들 듯 간단한 안부와 덕담을 주고받으며 인사를 건네는 내 단골 식당도 더 찾아야겠다. 지역 경제 활성화는 어려운 게 아니다.
방원기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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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원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