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다문화] 축적된 시간의 무게를 담은 한 그릇의 자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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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다문화] 축적된 시간의 무게를 담은 한 그릇의 자장면

  • 승인 2026-03-22 11:33
  • 신문게재 2026-01-11 1면
  • 충남다문화뉴스 기자충남다문화뉴스 기자

1946년에 제정된 '졸업식 노래'는 오랜 시간 졸업식의 상징이었으나, 최근에는 간소화된 식순과 다양한 축가로 대체되며 졸업식 풍경이 크게 변화했습니다. 과거 졸업식 필수 코스였던 자장면 외식 문화 또한 먹거리의 다양화와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경향에 따라 그 위상이 예전만 못하게 되었습니다. 시대의 흐름 속에 졸업식의 모습과 대표 음식은 달라졌지만, 졸업의 순간은 여전히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3-4]박진희 명예기자 사진1_(출처제미나이 이미지 생성)
<졸업식 노래>

(1절)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며 우리는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

(2절) 잘 있거라 동무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부지런히 더 배우고 얼른 자라서 새 나라의 새 일꾼이 되겠습니다.

(3절)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우리들

냇물이 바다에서 서로 만나듯 우리들도 이다음에 다시 만나세.

졸업식 노래는 윤석중이 작사하고, 정순철이 작곡한 우리나라 동요다. 1946년 초등학교 졸업가(卒業歌)로 제정되었으며, 1절은 재학생이, 2절은 졸업생이, 3절은 다 함께 부르도록 구성돼 있다.

대한민국 학제는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또는 6년)을 기본으로 한다. 매년 2월 졸업식을 갖고, 3월에는 입학식을 한다. 졸업생을 배출하는 2월이면 재학생이든 졸업생이든 '졸업식 노래'를 부르게 되니, 모르긴 몰라도 7080세대 대부분은 수십 년이 흐른 현재도 막힘없이 술술 불러 젖힐 터이다.

오늘날 졸업식 풍경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교복은 거의 사라졌고, 졸업식도 짧게 끝난다. 4분의 4박자인 '졸업식 노래' 대신 밝고 빠른 템포의 축가와 답가가 식장에 울려 퍼진다.

달라진 졸업식 풍경 중 하나는 식(式)을 마친 후 참석자들의 행보다. 2000년대 이전에는 졸업식이 끝나면 온 가족이 중국집으로 향하곤 했다. 너나없이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던 시절 중국집의 중화요리는 특별한 날에만 먹던 고급 음식이었다. 평소 먹을 수 없던 특식을 나누며 상급학교로 진학하거나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아들딸을 축하하고 격려하는 것이 의식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특히 자장면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던 대중적인 중화요리다.

자장면은 잘게 썬 소고기 또는 돼지고기와 여러 가지 채소, 해물 등을 춘장과 함께 볶은 되직한 양념을 삶은 밀국수에 얹어서 비벼 먹는 한국식 중화음식이다. 자장면은 중국 산둥(山東) 반도의 볶은 톈멘장을 얹은 국수, 차오장멘(妙醬麵)에서 유래된 음식이라고 한다. 1883년 인천이 개항하고 중국인들이 거주하게 되면서 중국 음식점이 생겨났는데, 자장면은 1905년 개업한 공화춘(共和春)에서 처음 팔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요리'라는 단어가 중화요리로 통용된 것도 이때부터인 듯하다.

춘장의 기원인 톈멘장은 밀가루에 소금을 넣어 발효시킨 장(醬)이다. 단맛이 나는 톈멘장에 캐러멜색소를 첨가한 것이 춘장이다. 1960~1970년대에 정부가 펼친 분식장려운동 덕분에 자장면은 이후 수십 년 동안 서민 음식의 상징으로 군림한다. 하지만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소비자들의 욕구와 고공 행진하는 물가로 인해 자장면은 더 이상 서민 음식의 대명사로 불리지 않게 된다. 자장면의 고명이 달걀 프라이에서 오이채로 바뀌고, 종국에는 통조림용 옥수수나 완두콩으로 대체되는 사이 자장면의 위상은 수직 하강 국면에 이른다.

특별한 날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차고 넘친다. 맛과 건강을 동시에 챙기는 똑똑한 소비자들은 자장면을 칼로리, 당분, 나트륨 성분이 높은 3고 요리라며 꺼리기에 이르렀다. 국제암연구소는 춘장 속 캐러멜색소를 발암물질 중 2B 급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2월 말, 한 곳에서 10년 넘게 장사하던 자장면 맛집의 이전 소식을 들으며 잊으려 해도 잊히지 않는 '졸업식 노래'를 흥얼거려 본다. 옮겨간 장사처에서 내내 따뜻한 봄날을 나기 바라며.
박진희 명예기자(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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