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정회고록] “남기고 싶은 이야기”(7회) 심대평 前 충남지사의 훈훈한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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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정회고록] “남기고 싶은 이야기”(7회) 심대평 前 충남지사의 훈훈한 리더십

김 용 교
前 충남도정책기획관
前 아산시 부시장

  • 승인 2026-02-24 11:23
  • 수정 2026-02-24 15:29
  • 신문게재 2026-02-25 9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1995년 8월 충남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심대평 지사는 수해 현장을 직접 누비며 피해 복구를 독려하고 중앙정부와 소통하는 등 전방위적인 위기관리 행보를 펼쳤습니다. 심 지사는 격무에 시달리는 기획계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새벽에 사무실을 깜짝 방문하여 방충망 설치를 지시하는 등 세심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공직 사회의 사기를 높였습니다. 도청 기획계는 정확한 통계와 치밀한 전략이 담긴 자료를 지원함으로써 도지사가 효율적인 복구 대책을 수립하고 도민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도록 묵묵히 뒷받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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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대 심대평 민선 충남지사가 1995년 7월1일 구 충남도청사에서 취임식을 하고 있다.
김용교 부시장
김 용 교
前 충남도정책기획관
前 아산시 부시장
(1)새벽에 「기획계」사무실을 예고없이 방문하다

나는 1994년 6월 11일부터 충남도 기획관실 「기획계장」을 맡고 있었다. 1995년 8월 30일 0시 30분경에 지사님께서 도청 3층 기획계 사무실을 예고 없이 방문하셨다. 유덕준 내무국장 (후에 행정부지사 역임)과 정병희 비서관 (후에 도의회 사무처장역임)이 수행하였고, 갑작스런 방문에 우리들 모두는 깜짝 놀랐다.

조이현 주무관 (후에 당진시 부시장 역임), 추욱 주무관 (후에 농림국장 역임)등 기획계 직원 7명은 에어컨도 없는 무더위로 상의는 모두 러닝을 입고 있어서 지사님 뵙기가 민망하였다.

며칠째 철야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을 위로 격려차 들르신 것이다. 긴 말씀은 하지 않으셨다. "고생들이 많네. 집에는 잠깐씩이라도 다녀들 오는가?" 하시면서 직원들 손을 일일이 꼬-옥 잡아주셨다.

1995년 8.19~8.28까지 11일간 전국적으로 장맛비가 내렸다. 장대비였다. 특히 충청, 중부 지역에 장시간 많은 양을 내리는 「호우」와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내리는 「폭우」가 번갈아 가며 연속적으로 쏟아지면서 충남 서해안, 삽교천, 금강 주위가 물바다를 이루었고 사상 유례없는 인적·물적 피해를 입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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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8월,충남도는 집중호우로 목불인견,망연자실의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11일간 전국에 걸친 누적 강우량을 보면 대천지역이 813mm로 가장 많은 비를 내렸고, 서산 730mm, 수원 690mm, 온양 659mm, 청주 543mm 였다. 반면 보은은 297mm, 군산은 322mm로 충남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가 내렸다. 전남과 남해안 지역 등은 강우량이 미미하였다. 대천 지역의 경우 8월 25일 하루 강우량이 362mm로 100년 빈도의 수치였다.

우리나라 연평균 강우량이 1200여 mm로, 이의 68%가 11일 동안 내린 셈이었다. 피해 규모도 과거 호우 피해와 비교할 때 역대급으로 컸다. 전국적으로 24,146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였는데 이중 충남이 17,593명으로 73%를 차지하였고 전남 40명, 경남 100명, 전북 246명 등이었다.

농경지 피해도 총 22.148ha중 충남이 19.411ha였다. 전국의 87%였다. 무엇보다도 전국적으로 65명의 인명피해 중 충남에서 28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었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었다. 1995년 당시 가격으로 전국적으로 4,563억 원의 피해액이 집계되었는데 충남이 2,292억 원으로 절반을 차지하였다. (서울 42억, 전남 10억, 경남 56억원 등)

1995년 7월 1일 역사적이고 본격적인 민선 자치시대를 야심차게 출범시킨 심대평 지사에게는 취임 한 달 반 만에 이처럼 큰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충남도 재해대책 본부는 인명구조, 인명피해 최소화에 최우선을 두고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하여 밤낮없이 응급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도지사도 그날 아침 7시에 공관을 나와 부여 수해 현장을 둘러보고 피해 농민들에게 "힘내시라" ,"극복할 수 있고, 극복해야 한다"며 자신감을 불어 넣어 주었다. 보령~서산~태안~아산 피해 현장을 순방하면서 응급복구 요원들과 식사도 함께 하면서 고마움 표시와 위로·격려를 하였다.

32 향토 사단을 방문하여 응급복구에 투입된 장병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면서 위문품을 전달하기도 하였다. KBS에 출연하여 도민들에게 절대로 좌절하거나 용기를 잃지 말고 민·관·군 모두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고 호소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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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간 내린 폭우는 대천지역의 경우 누적 강우량이 813mm였다.
수해 현장을 가보면 눈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여기저기 산사태가 속출하였고, 도로는 끊기고, 교량은 동강이 나고 수확을 앞둔 벼는 물에 잠겼다. 축사는 무너졌고, 집마당에는 토사가 쌓였다. 가재도구는 나뒹굴고, 먹을 물도 없었다.

심 지사는 대전일보에 칼럼을 기고하기도 하였다. 도지사 구술을 받아 정리하였는데 핵심은 이런 내용이었다.

"수해 현장을 가보니 「망연자실 (茫然自失)」할 수 밖에 없었다. 중앙부처와도 계속 소통하면서 최선을 다하여 자구노력을 기울이자. 응급복구와 항구 복구에 최선을 다하겠다. 좌절하지 말자. 용기를 잃지 말자. 자신감을 갖자로 요약되었다."

수해현장으로, 군부대로, 방송으로, 신문사로, 시청·군청, 중앙으로 도지사의 위기관리 대응에 따른 보폭은 입체적이었고 시간은 5~10분 간격으로 쪼개어 쓰고 있었다.

그날도 밤늦게까지 수해 현장을 살펴보고, 수재민을 만나고, 복구 요원들을 격려하고 도청에 들러 재해대책본부장의 현황을 청취하고 마지막에 「기획계」에 들르신 것이다. 무더위에 창문을 열어 놓을 수 밖에 없었고, 「방충망」은 설치되지 않았다.

「러닝」 바람으로 근무하는데 여기저기서 모기가 달라붙어 손바닥으로 모기 때리는 소리가 연거푸 목격되었다. 지사님께서 창문을 쳐다보시더니 "내일이라도 당장 창문 방충망 설치 작업을 하도록" 수행했던 내무국장께 지시하였다.

날이 새자마자 업체 인력이 도착하여 방충망 설치 작업을 시작하였고 이참에 기획계 사무실뿐 아니라 도청 본관 1, 2, 3층 모든 사무실에 설치가 완료되었다.

지사님은 일주일 후쯤 밤 12시가 넘어 또 한 차례 기획계 사무실에 들르셨다. 방충망 설치 상태도 확인해보면서 수해로 인한 인명피해의 안타까운 심정을 전하셨다. 응급복구 현장의 땀 흘리며 고생하는 군 장병들의 모습을 전해주기도 하셨다.

충남도 재해대책 본부에는 도청관련실과 공직자들이 한 사무실에 모여서 시군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강우상황, 피해상황, 복구상황 등을 파악하고 대책을 지시하며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보고도 하면서 24시간 풀 가동 체제로 운영하고 있었다. 그 운영체계는 지금도 변함없이 가동되고 있다.

도청에 「재해대책본부」가 설치 운영되고 있음에도 기획관실 「기획계」는 어째서 덩달아 바쁘게 될까?

모든 공공기관이나 사기업에는 「기획부서」가 있다. 그 기획 부서의 기능을 크게 보면 조직전체의 하는 일을 「종합」 하고, 종합하면서 「조정」 하고, 그런 과정을 토대로 때로는 「통제」하면서 「단기계획」과 「미래 전략」을 구상하고 수립하는 일을 하는 곳이다.

한 예로 도지사의 대외 활동이 예정되어 있을 때 세부 시간계획을 짜고 만날 사람과 방문지역을 검토하며 대화 참고자료와 정무적 판단참고 자료도 정리하여 도와 드리게 된다.

도청 「재해대책본부」가 전투부대를 지휘한다고 하면 「기획계」는 전투부대가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기능과 역할을 하는 곳이다. 계획은 빈틈없이 치밀해야 되며 모든 자료 작성에는 몇 가지 원칙을 갖고 작업에 임하였다.

첫째 : 모든 자료에는 「관련 통계」가 정확하게 인용될 때 그 자료에 무게감이 실리고 살아있는 자료가 되면서 활용할 때 도지사의 말에 신뢰를 보내면서 도지사도 힘을 받을 수 있다.

둘째 :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대 상황이나 실상을 놓치지 않고 포함시켜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뒷북을 치게 되면서 낭패를 보게 된다.

셋째 : 논리는 앞뒤가 맞아야 하고 키워드를 드러내주어 핵심을 전달할 필요가 있으며 장황한 만연체는 공감과 확산을 어렵게 해준다.

넷째 : 도지사의 움직임에는 어느 때나 항상 품격을 갖추고, 권위가 있어야 하며, 의전상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특히 심대평 개인의 활동이 아닌 200만 도민의 대표인 도지사로서의 대표성을 염두에 두고 기획해야 한다는 것이 「기획계장」으로서의 기본 마인드임을 잊지 않고 일해왔다.

펜대 잡고 손쉽게 몇 페이지 작성하여 타자 쳐서 "됐다"고 할 일이 결코 아니다. 상품이 있으면 포장도 중요하다. 포장에 따라 받는 이의 반응은 달라진다. 같은 내용을 갖고 표현하는 방법은 다를 수 있다. 그래서 기획능력 「기획통」이란 말이 회자되기도 한다.

도청 「재해대책 본부」에서 도지사 일정에 신경쓰다 보면 정작 재해대책 현장에는 소홀해질 공산이 커진다. 그러기 때문에 기술적·기능적으로 역할을 분담하여 도정의 수레바퀴가 정상 작동되어 실·국·과·계(팀)별로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심 지사님께서는 기획계 직원 방문을 끝으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공관에 도착하면 새벽 1시가 넘을 것이다. 그렇다고 바로 취침에 들어갈 수도 없다.

그 당시에 도청에는 45개 정도의 실과가 있었다. 도지사를 직접 뵙고 대면보고를 할 수 없다 보니 보고서류, 결재서류를 도지사 공관에 넣어 드린다. 이 서류를 피곤하다고 내일로 미룰 수가 없다. 미룬 만큼 도정은 멈추게 된다.

45개 실과장이 A4용지 1매씩만 보고 드려도 45페이지를 읽어 보고 검토해야 된다는 추정이 나온다. 도지사는 참으로 바쁜 자리이다.

내일도 아침 7시에 공관을 출발하여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아침을 떼운 후, 과천 정부청사로 가서 9시 반에 건설부 장관을 방문할 예정이다. 강수현황, 피해상황, 응급복구 진척상황, 효율적 복구대책, 항구 복구 전략, 중앙정부 건의사항 등 두툼한 자료를 준비해 드렸으니 십분 활용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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