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헌오의 시조 풍경-10] 억새꽃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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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오의 시조 풍경-10] 억새꽃 축제

다울 박헌오/(사)한국시조협회 고문

  • 승인 2026-03-28 13:47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염색을 포기했단 친구들의 흰 머리칼

하나둘 따라 하니 억새꽃밭 되었구나!

우리는 철 따라 피는 꽃

인생길의 축제이다.



깡마른 모가지에 피어난 하얀 꽃술

천연이 어우러져 노을 속에 춤을 춘다.

이 또한 꽃의 계절이니

넘치도록 축배 들자.



억세게도 살아왔던 기억들 뒤로하고

무심했던 손을 내어 얼굴을 만져 보며

한가위 달빛을 잡고

백발의 꿈 휘날린다.



<시작노트>

억새꽃은 한 겨울에 핀다. 하얗게 피어나는 꽃이다. 억새는 손을 벨 듯이 서슬이 시퍼렇지만 억새꽃은 한없이 부드럽고 곱고 천연스럽다. 사람은 젊어서 억새잎처럼 손을 벨 듯이 날을 세워 살아오지만 늙어 하얀 머리칼을 가질때쯤은 부드러워진다. 힘이 없이지기도 하지만 더 많은 생각을 가슴에 품고 춤을 춘다. 억새 씨앗이 여물 듯이 많은 생각들이 여물어간다. 한없이 많은 회상을 가지고 또 드넓은 너그러움을 가지게 되지만 그 중심은 말라가는 대궁처럼 외로워진다. 억새꽃이 씨앗을 품듯이 후손과 벗과 세상에 대한 사랑이 여물어간다. 부드러운 손으로 쓰다듬고 싶은 정한이 익어간다. 회한은 무량한 꽃이 되어 흔들린다. 평생 모아온 생각들이 한가위 달로 떠올라 회한과 여한과 참회와 사랑의 고백들을 날려 보낸다. 진정 가장 부드러운 손으로 떠오르는 얼굴들을 쓰다듬고 싶다.

다울 박헌오/(사)한국시조협회 고문

박헌오-수정
박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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