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의무와 권리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의무와 권리

김흥수 경제부 차장

  • 승인 2026-05-10 11:07
  • 신문게재 2026-05-11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KakaoTalk_20191013_171443825
김흥수 경제부 차장
세금을 내는 것은 국민의 의무다. 그러나 공정한 세정 서비스를 받는 것은 국민의 권리다. 의무는 강제되지만,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 의무와 권리의 균형이 이뤄졌을 때 비로소 조세 행정은 정당성을 갖는다. 하지만 지금 대전 대덕구에서는 이 균형이 무너져 있다.

대덕구에는 독립된 세무서가 없다. 유성구와 대덕구를 함께 관할하는 북대전세무서가 유성구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덕구 일부 지역에서는 북대전세무서를 이용하기 위해 자가용으로 30~40분, 대중교통으로는 1시간 30분가량 소요되는 불편을 겪고 있다. 대전산업단지와 대덕산업단지 입주기업의 업무 담당자들은 법인세·부가가치세·소득세 등 각종 세무 업무를 처리하려면 사실상 반나절을 허비해야 하는 셈이다.

세무 행정의 형평성은 출발선부터 어긋나 있다. 인구와 세수가 대전보다 적은 광주는 세무서가 4곳인 반면, 대전은 3곳에 불과해서다. 인구수도 더 많고, 더 많은 세금을 내는 도시임에도 부족한 세무행정 인프라로 고통받는 실정이다. 특히 북대전세무서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해당 세무서의 지난 한 해 세수는 3조 7469억 원으로 전국 113개 세무서 가운데 17위에 해당한다. 대전 전체 세수의 57% 이상이 집중돼 있고, 직원 1인당 담당 세수는 258억 원에 달한다. 직원들이 민원 응대에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기에, 결국 세정 서비스에 대한 불편은 지역민과 기업의 몫이 된다. 납세의 의무만 있고, 납세자의 권리는 침해되는 것이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세청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 행정안전부에 세무서 신설을 요청했지만,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방치됐다. 이후 6년 동안 세수는 22%가량 늘었고, 직원들의 업무 부담은 더욱 가중됐다.

다행히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대전지역 세무서 신설 필요성이 공식적으로 제기됐고, 국세청 수장도 이에 공감하면서다. 올해 초 한 달간 진행된 서명운동에 대전시민 9만 7000여 명이 동참한 것도, 지역 산업계와 경제계에서 신설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현재 대덕세무서 신설안은 국세청이 직제 개편안을 행정안전부에 제출한 상태로, 행안부의 조직 신설 승인과 기획재정부의 예산 편성이라는 두 개의 관문을 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지역 의원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나아가 6·3 지방선거 출마 후보들이 대덕세무서 신설을 공약에 반영한다면, 중앙부처도 이를 외면하기 어려운 추진 동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 정치권의 역량과 지역민의 목소리가 하나로 결집될 때 비로소 6년 묵은 숙원이 풀릴 수 있다. 이번 선거는 대덕세무서 신설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다음을 기약하기까지 또 몇 년을 기다려야 할지 아무도 모른다. /김흥수 경제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단양 '시루섬 기적의 다리' 14일부터 유료 전환…성인 2천 원
  2. 2030년 완성기 맞는 세종시… 읍면동 활력 도모 방안은
  3. 이번엔 대동교… 트램 공사로 15일부터 왕복 2차로 축소
  4. 천안지역 택시 운수종사자 조합, 택시통합·행복콜 폐지 성토...'사회적 합의 우선'
  5. 성심당에 담긴 대전의 시간, 대학생들의 시선으로 풀어내다
  1. 대전 대동2지구 공공분양 계약 부진… LH, 공인중개사 활용 나서
  2. 예산 대술면, 주민 400여 명 함께한 '내꽃향 축제' 성황리 마무리
  3. 대덕구의회 파행에 뿔난 주민과 단식 돌입한 김찬술 구청장
  4. 서산 온가족축제, 추억의 교복부터 맷돌커피까지, 10월 31일 '레트로 여행' 떠난다
  5. 대전을지대병원 홍준화 교수, 지질·동맥경화 국제학술대회 '미래인재상' 수상

헤드라인 뉴스


세종 2031년까지 중앙행정기관 44곳 이전… 행정수도 발돋움

세종 2031년까지 중앙행정기관 44곳 이전… 행정수도 발돋움

정부가 2031년까지 수도권 소재 중앙행정기관 등 44개 기관의 세종 이전을 추진하면서, 세종시는 국가 균형발전을 견인하는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도약할 중대한 전기를 맞게 됐다. 수도권 일극체제를 종식하고 세종시를 실질적인 국정운영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해 사실상 모든 중앙부처를 집결시키겠단 의지다. 정부는 임시 청사를 활용하는 27개 기관을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이전하고, 나머지 17개 기관은 2031년까지 독립 청사를 신축 후 순차적으로 이전할 방침이다. 특히 정부가 '행복도시법'상 이전 제외기관으로 규정된 외교·통일·국방·법..

與野 코레일 철도공단 국감 KTX·SRT통합 대립각
與野 코레일 철도공단 국감 KTX·SRT통합 대립각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한국철도공사·국가철도공단 국정감사에선 KTX와 SRT의 고속철도 통합 운행을 둘러싸고 여야가 대립각을 세웠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두 회사의 통합으로 철도 이용객 편의 증대와 운임 인하 효과가 있었다고 호평했다. 반면, 보수야당인 통합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졸속 추진이라고 혹평하며 공세를 퍼부었다. 더불어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통합 운영 시작 이후 하루 평균 이용객이 전년 대비 12% 늘고 수서축 이용객은 28%가량 증가했으며, 국민 교통비 부담도 약 228억원 절감됐다"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2026] 국감] 지식재산처 국감, `라방 위조상품 판매` 등 쟁점
[2026] 국감] 지식재산처 국감, '라방 위조상품 판매' 등 쟁점

13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진행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지식재산처 국정감사에선 최근 라이브 방송을 통한 위조 상품 판매와 AI를 무단으로 악용하는 상업 서비스 등에 대한 대응 방안이 쟁점으로 다뤄졌다. 우선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예전에는 오프라인에서 은밀하게 위조상품을 판매했다면 이젠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 해외 온라인 플랫폼에서 라이브 방송을 타고 위조 제품이 널리 퍼지고 있다"며 해외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한 위조 상품 거래 실태와 지식재산처의 단속 및 대응 체계를 점검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위조상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어르신들의 신중한 한수 어르신들의 신중한 한수

  • 기온 뚝…‘겉옷 챙기세요’ 기온 뚝…‘겉옷 챙기세요’

  • 구직자들로 북적이는 대전 일자리박람회 구직자들로 북적이는 대전 일자리박람회

  • 대덕구의회 파행에 뿔난 주민과 단식 돌입한 김찬술 구청장 대덕구의회 파행에 뿔난 주민과 단식 돌입한 김찬술 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