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헌오의 시조 풍경-26] 막돌탑 3

  • 문화
  • 박헌오의 시조 풍경

[박헌오의 시조 풍경-26] 막돌탑 3

박헌오/한국시조협회 5대 이사장, 초대 대전문학관장

  • 승인 2026-08-14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대전 상소동의 한 노인이 30여 년간 홀로 쌓아 올린 수많은 막돌 탑들은 평범했던 산골짜기를 대전의 명소인 상소동 자연휴양림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비록 노인은 자취를 감췄으나 그가 남긴 탑들은 겨울철 얼음 기둥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며 시민들에게 휴식과 깊은 예술적 감동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이는 소외된 존재들이 모여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 성불의 현장이자, 지역의 역사적 끈기와 생명력을 상징하는 소중한 문화적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가슴으로 우는 돌

외면하면 한(恨) 된다며



한평생 돌탑 쌓고

가부좌 튼 탑 할아버지



고드름 수염을 달고

허허 웃네

엄동 도인(嚴冬道人)





<시작노트>



대전에서 금산으로 가는 국도변에 대전 사람들이 많이 찾아가는 명소가 있다. 불과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산골짜기였던 동구 상소동 대전천 상류의 개여울이다.

그런데 어느 노인이 끈질기게 돌을 주워다 쌓기 시작 하였다. 막돌 그대로를 쌓아 탑을 만드는 것이었다. 돌을 전문적으로 깨서 쌓는 석수가 공사를 맡아 쌓는 것이 아니었다. 막돌 그대로 하나 둘 탑이 되었다. 사람들이 탑을 구경하러 몰려들 만치 여러 개의 탑이 들어섰다. 노인이 왜 탑을 쌓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그 탑을 쌓아달라고 부탁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오히려 "왜 맘대로 돌탑을 쌓느냐"고 기관에서 제지하려 하다가 워낙 완강한 집념으로 탑을 쌓는데다가 그 탑들이 명품으로 탄생하여 시민들의 관심을 끌게 되니 허물수도 없는 일이 되었을 것이다. 언제부턴가 탑 쌓기가 중단된 것을 보면 그 노인이 그곳 아니면 센상을 따나신 것 같다. 눈도 귀도 없는 막돌들이 아름답게 어울려 마치 성불(成佛)한 것 같이 느껴진다. 할아버지의 혼백이 거기 머물러 살아있는 것만 같다.

마치 전쟁터에서 각자 흩어져 우는 불쌍한 아이들을 모아 고아원을 짓고 복된 집을 지어준 것만 같다. 지금은 어엿한 '상소동 자연휴양림'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겨울에는 물을 쏘아 올려 얼음 탑이 근사하게 서기도 한다. 비가 오면 쓸려가던 앞쪽의 하천부지를 중심으로 공원도 조성되어 캠핑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막돌 탑에 고드름이 주렁주렁 열리면 할아버지가 도인이 되어 수염을 쓰다듬는 것만 같다. 막돌들도 함께 아름다운 가람을 이룰 수 있다. 상소동 하소동 모두 '소'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 고려시대 백제의 금강 이남을 차별하여 하층 주민들이 사는 지역이라고 명명하였다는 '부?곡?향?소'가 생각난다. 그러나 농민들은 어울려 역사상 최초의 농민봉기로 대전에서 「망이 망소이의 난」이 일어난 것처럼 막돌들은 단단하게 어울려 영원히 살아갈 것 같다.

박헌오/한국시조협회 5대 이사장, 초대 대전문학관장

박헌오
박헌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단양군엔 3억6000만원 내라면서…105억 발전소 수익은 감춘 한국수자원공사
  2. 천안시, '백석마을아이파크' 서북구 제43호 공동주택 금연구역 지정
  3. 대전 갑천습지에 일제 금 수탈현장…무너진 동굴입구와 산책로 기초 드러나
  4.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중국전서 반전 노려야…비에 경기 지연 변수
  5. 형소법 개정 일주일 앞두고… 명칭부터 수사 인력 어떻게 달라지나
  1. 캠핑장서 아내 친오빠를 흉기로 살해한 40대…징역 16년 확정
  2. 장종태 "고속도로 안전순찰차 운영 실태 점검 필요"
  3. 천안문화재단, 10월 2일 흥타령춤축제서 '2026 대한민국 무용대상' 본선 개최
  4. ㈜엘림축산, 천안시 중앙동 취약계층 건강식품 후원
  5. 국민건강보험공단 천안지사, 천안지역 취약계층 육아용품 후원

헤드라인 뉴스


글로컬대학 ‘통합’ 곳곳서 난항… 충남대·공주대 사업 향방은

글로컬대학 ‘통합’ 곳곳서 난항… 충남대·공주대 사업 향방은

글로컬대학30 사업의 핵심 과제로 통합을 추진했던 충청권 대학들이 잇따라 통합의 벽에 부딪히고 있다. 최근 충북대와 한국교통대가 통합 협상 중단을 결정하면서 글로컬대학 지원금 환수 절차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통합신청서 제출이 부결된 충남대와 국립공주대의 향후 사업 추진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7일 충남대 등에 따르면 충남대와 국립공주대는 글로컬대학30 선정 이후 통합을 주요 혁신 과제로 추진해왔다. 양 대학은 통합을 기반으로 교육·연구 역량을 결집하고 대전·충남의 산업 기반을 연계한 지역혁신 모델을 구축한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당국, 정책금융 등 고정금리 대출 확대 주력... 금리 인상기 취약차주 상환 충격 흡수
당국, 정책금융 등 고정금리 대출 확대 주력... 금리 인상기 취약차주 상환 충격 흡수

금융당국이 금리 인상기 취약차주 상환 충격 흡수를 위해 정책서민금융상품 등 고정금리 대출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당국은 고강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연말에 연장해서 금리 인상기 차주 리스크에 '범퍼'를 남겨둘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햇살론, 보금자리론·디딤돌대출 등 정책서민금융·정책 모기지 공급 확대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고정금리 상품 공급을 확대해 변동 금리 리스크 노출을 줄이고, 연체 이전 단계에서 상환 부담을 관리하겠다는 구상이다. 당국은 이미 내년도 예산안에..

수사권 개편에 인력 몰아놓은 대전경찰… 생활치안 균형 ‘시험대’
수사권 개편에 인력 몰아놓은 대전경찰… 생활치안 균형 ‘시험대’

형사사법체계 개편을 앞두고 대전경찰이 수사 기능 강화에 인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치매노인 실종과 순찰·범죄예방 등 기존 생활치안 수요도 늘면서 인력 운용의 균형이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올해 수사인력 보강 상당 부분이 신규 충원이 아닌 기존 치안 인력을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만큼 수사권 개편 대응뿐 아니라 시민이 체감하는 현장 치안까지 충분히 고려했는지를 두고 지휘부의 판단이 중요해지고 있다. 백동흠 대전경찰청장은 올해 4월 취임 당시 각종 범죄와 재난으로부터 시민 안전을 두텁게 보호하고 사회적 약자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다시, 집으로’ ‘다시, 집으로’

  • 막바지 귀경길 막바지 귀경길

  •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 추석의 의미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 추석의 의미

  • ‘버스전용차로 시행중입니다’ ‘버스전용차로 시행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