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현장학습 유아 사망사고 교사 안전조치·예측 가능성 세밀한 판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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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현장학습 유아 사망사고 교사 안전조치·예측 가능성 세밀한 판단 필요"

  • 승인 2026-08-20 14:57
  • 이정진 기자이정진 기자
중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20일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전남 유치원 현장체험학습 안전사고 항소심 첫 재판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이정진 기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전남 지역 유치원 현장체험학습 과정에서 발생한 유아 사망사고 항소심을 앞두고 교사의 구체적인 안전조치와 사고 발생 당시 상황을 중심으로 재판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20일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숨진 유아에 대한 애도를 표하고 유가족에게 위로를 전했다. 그러면서 사고 당시 담임교사가 취한 조치와 사고를 사전에 예상하거나 막을 수 있었는지를 항소심 재판부가 세밀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에서 담임교사는 현장체험학습에 앞서 안전교육을 진행했으며 이동 중에도 유아들에게 안전수칙을 반복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전교조는 설명했다. 체험활동 현장에서도 유아들의 상태를 살피며 지원했지만, 다른 유아의 얼굴에 붙은 벌레를 제거하고 피를 닦아주는 짧은 순간 피해 유아가 교사의 시야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전교조가 밝힌 사고 경위를 보면 해당 유아는 이후 약 7분 동안 이동해 왕복 4차선 도로를 건넌 뒤 체험 장소에서 330m 떨어진 바닷가까지 갔다. 전교조는 만 4세 유아가 이처럼 예상하기 어려운 경로로 이동할 가능성을 교사가 미리 파악하고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원심에서는 담임교사에게 금고 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전교조는 항소심에서 단순히 사고 결과만 볼 것이 아니라 사고 직전까지 교사가 어떤 안전조치를 취했는지, 당시 상황에서 추가적인 조치가 실제 가능했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영환 전교조 위원장은 교사들이 사고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교육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돌발상황을 교사가 완벽하게 차단해야 한다는 식으로 책임 범위를 확대할 경우 정상적인 교육활동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 위원장은 정당한 교육활동을 수행하는 교사가 예측하기 어려운 사고까지 형사처벌의 부담으로 떠안지 않도록 국가 차원의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치원 현장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김경민 남악유치원 교사는 사고 장소 인근에서 오랜 기간 숲체험학습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유아의 움직임을 모두 예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여러 명의 유아를 동시에 인솔해야 하는 체험학습에서는 화장실 이용처럼 교사가 잠시 자리를 비워야 하는 상황조차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미 순천성남초병설유치원 특수교사는 장애유아를 인솔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복합적인 위험 상황을 소개했다. 한 유아가 위험한 장소로 움직이는 동시에 다른 유아가 반대 행동을 하는 경우처럼 교사가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김 교사는 이런 순간마다 교사가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며, 교사 개인의 판단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지원 인력과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교조는 현장체험학습의 특성상 교사가 사전에 모든 위험요소와 학생의 돌발행동을 완벽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사고가 발생했다는 결과만으로 교사의 형사책임을 인정하면 교육활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을 개인 교사가 책임져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교사들이 학생에게 필요한 교육활동보다 사고 발생 이후 자신에게 돌아올 법적 책임을 먼저 걱정하게 되고, 현장체험학습이나 야외활동 등 학생들의 다양한 경험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고 전교조는 밝혔다.

전교조는 항소심 재판부가 원심 판단의 근거가 된 업무상 과실 여부를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비춰 다시 살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사고의 발생 가능성을 당시 교사가 실제로 예상할 수 있었는지, 예상했다면 현실적으로 사고를 막을 수 있었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제도 개선 요구도 제기했다. 전교조는 국회와 정부가 학교안전법을 보완해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교육활동 과정의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교사 개인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적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이날 항소심 재판부에 사고 당시 현장의 구체적인 정황과 교사의 안전조치를 충분히 살펴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정부와 교육당국에는 교사의 법적 부담을 줄이고 학생들의 안전한 교육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전남광주=이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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