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계획대로 되지 않아 더 행복했던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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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계획대로 되지 않아 더 행복했던 육아

정대식 인구보건복지협회 대전충남지회 대전 100인의 아빠단

  • 승인 2026-09-11 13:20
  • 수정 2026-09-14 16:20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정대식 사진
정대식 인구보건복지협회 대전충남지회 대전 100인의 아빠단
첫째는 박수만 쳤고, 둘째는 멀뚱히 아빠만 바라봤다. 함께 부르기로 했던 듀엣 무대는 시작도 하기 전에 물 건너갔다.

대전·충남 100인의 아빠단 가족들과 함께한 패밀리 스위밍데이에서 즉흥적으로 장기자랑 무대가 열렸다. 원래는 첫째와 함께 노래를 부를 생각이었다. 하지만 쑥스러움 많은 첫째는 잔뜩 얼어붙어 박수만 쳤고, 낮잠 시간이었던 둘째는 기저귀를 찬 채 아빠만 물끄러미 바라봤다. 결국 무대에 오른 건 나 혼자였다.

긴장한 탓에 땀을 뻘뻘 흘리며 '아파트'를 부르고 내려왔다. 잘 부른 노래도, 멋진 무대도 아니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 첫째가 불쑥 말했다.

"아빠, 오늘 가수처럼 멋졌어!"

그 한마디에 웃음이 터졌다. 나에게는 계획대로 되지 않은 엉망진창 무대였지만, 아이에게는 아빠와 함께한 즐거운 추억으로 남은 것이다.

아이들과 더 많은 추억을 쌓고 싶어 시작한 100인의 아빠단 활동은, 나에게 육아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게 해줬다.

주말이면 첫째와 계족산에 오른다. 함께 땀 흘리고, 힘들다고 투정 부리고, 서로를 보며 웃는다. 거창한 여행이나 특별한 체험이 아니어도,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 자체가 추억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기억에 남는 순간은 '동네탐험' 미션에서도 있었다. 여름이면 유난히 손에 땀이 많이 나는 나, 첫째에게 손을 잡자고 하면 종종 거절당하곤 했다. 깔끔한 걸 좋아하는 첫째에게 아빠의 땀난 손이 반가울 리 없었다. 그런데 미션을 하며 동네를 걷던 날, 아이가 먼저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한동안 놓지 않았다. 아주 작은 변화였지만, 그 순간이 참 좋았다. 미션을 완수한 것보다 아이와 조금 더 가까워졌다는 느낌이 오래 남았다.

두 딸을 키우며 또 하나 깨달은 게 있다. 아이들은 부모의 모습을 보고 배운다는 것이다. 특히 둘째가 첫째의 행동을 따라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 사실을 실감한다. 첫째가 어릴 때 엄마 아빠에게서 배웠던 행동과 표현을, 이제는 동생에게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아이에게 좋은 것을 가르치려 애쓰기 전에, 우리 부부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부터 돌아보게 된다. 엄마와 아빠가 서로 사랑하고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사랑을 표현하고 서로를 대하는 법을 배워가는 것 같다.

처음부터 특별한 아빠가 되려던 건 아니었다. 그저 아이들과 더 많이 놀고, 더 많이 웃고, 더 많은 추억을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시간을 보내다 문득 깨달았다. 아이들만 자라는 게 아니라, 나 역시 아이들과 함께 자라고 있다는 것을.

육아는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함께 부르려던 노래를 혼자 부르게 될 수도 있고, 잡아달라던 손을 거절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예상 밖의 순간들이야말로 아이와 나만의 이야기가 되어 오래 남는다.

그래서 나는 '좋은 아빠'가 되는 것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 아빠들이 육아를 잘해야 한다는 말보다, 아이들과 더 많이 만나고 더 많이 놀았으면 좋겠다. 아이가 자라는 동안, 아빠도 그 곁에서 함께 자랄 수 있도록.

정대식( 인구보건복지협회 대전충남지회 대전 100인의 아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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