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초대석]손외수 플랜트치과 원장

[중도초대석]손외수 플랜트치과 원장

폐금모아 이웃돕기 시작한게 나눔 중독으로…동료의사들 한마음이라 가능했죠

  • 승인 2013-01-15 14:01
  • 신문게재 2013-01-16 11면
  • 대담=이승규 행정자치부장(부국장)ㆍ정리=김민영 차장대담=이승규 행정자치부장(부국장)ㆍ정리=김민영 차장
▲ 사진=김상구 부장
▲ 사진=김상구 부장
“뭐 한일이 있다고 인터뷰를 하겠다고 하노. 받았으면 그만큼 베풀어야 하지. 부끄럽다.”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를 풀어내는 플랜트 치과 손외수 원장은 천상 시골사람이다. 소위 소박하고 촌스럽다. 하지만 그는 대전지역에서 단일 치과의원으로는 가장 큰 규모를 갖고 있고, 그에 걸맞은 특별한 봉사 활동으로 유명하다. 처음에는 오해도 많이 받았다. '정치에 관심 있는 것 아니냐'며 손 원장의 행보에 의료계에서 빈정섞인 비난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정치에 손톱만큼도 관심이 없다'고 확언한다. 대신 그의 행보는 힘들고 가난한 어린시절을 보낸 그에게 다른 사람의 어려움은 남 일같이 다가오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의사들은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가 될 때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서약을 한다. 의사라는 직업인이 되지만, 의사의 사명을 공익목적에 비중을 두지 않으면 돈이 생명을 뛰어넘는 위험한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의사든지 히포크라테스의 정신과 같은 마음으로 환자를 진료한다. 하지만 요 근래 병원이 많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의사들 상당수가 처음의 마음을 잊는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봉사를 많이 한다고 알려지면 목적이 무엇이냐며 비난하는 경우도 있다. 의사로서 환자들에게 봉사하면서도 지역사회에서 자신의 또다른 모습을 찾고 있는 손외수 원장에게는 이 같은 비난은 들리지 않는다. 경남 거창 출신이지만 대전에서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는 손 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어린시절 손외수 원장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치과의사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지리산 골짜기에서 태어났어요. 가난한 농사꾼의 아들이었고 지금도 부모님은 농사를 짓고 계시지요.”

손외수 원장은 1968년 경상남도 거창에서 태어났다. 산골짜기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학교를 가려면 왕복 8㎞를 걸어야 했다. 당시 마을에서 유일하게 대학에 진학한 사람으로 꼽힐 정도였다. 공부 잘하는 큰 아들을 위해 부모님은 논과 집을 팔고 정리해 거창 시내로 거처를 옮겼다. 거창 대성고등학교에 진학한 아들을 위한 시골 부모님의 대단한 결심이었다.
어린시절 손 원장은 육군사관학교 진학이 꿈이었다. 군인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나쁜 시력 때문에 육사 진학이 불가능했다. 군인의 꿈을 쉽사리 접지 못하고 있던 그에게 군의관을 가면 장교를 할 수 있다는 정보는 그의 꿈을 다시 불태우게 했다.

“아버지가 치과대학이 6년제라고 하니까 대학을 가지 말라고 하시더라구요. 대학을 꼭 가고 싶으면 사범대 가서 교사나 하라고 하셨죠.”
원광대 치과대학을 입학한 그는 가난한 집안형편 때문에 12학기중 11학기 동안 장학금을 받아 공부했다. 필사적인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대전에서 언제 개원을 하게 됐나요?

“한신코아 주변에 치과가 엄청 많았어요. 하지만 성심껏 치료해 드리고 친절하게 환자들을 대했더니 환자가 많았죠. 우리가 시골에 살면 몇년을 모아야 논 한마지기를 사지만 치과를 하니 돈을 빨리 모으겠더라구요. 가장 먼저 돈 모아서 부모님 논 사드리고 집도 지어드렸어요. 그리고 나서 내집을 지었습니다.”

공보의 제대 후 29살에 서구 한신코아 자리에서 1996년 첫 개원을 하게 됐다.

손 원장은 경남 출신이지만 그의 아내가 대전에서 살고 있었다. 강원도에서 공보의를 했지만, 아내의 권유로 대전에서 처음 치과를 열게 됐다. 손 원장은 공중 보건의 당시 임플란트를 배웠다. 당시 치과계에서 임플란트에 대해 무관심할 때였지만, 3년동안 유명 교수에게 배우며 노력했다. 그는 학창시절 미술 조소 분야에 소질이 있었다. 여러차례 상도 받으며 미술가의 꿈도 갖고 있었을 정도였다. 그의 미술실력이 치과시술에서도 도움이 됐다. 손재주와 미적 감각이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작은 치과에서 시작한 그는 현재 치과의사 20명과 스태프 80여명과 함께 일하는 대형 치과의 대표 원장이 됐다.

- 언제부터 봉사활동을 하기 시작했어요? 계기는요?

“옛날부터 치과에서는 폐금이 나왔어요. 한번도 써본적이 없었어요. 처음에는 이것을 모아서 봉사하게 됐죠. 폐금은 환자들이 가져가면 별것 아니지만, 모으면 큰 돈이 됩니다. 폐금 모은 돈으로 연말 사회봉사단체나 방송국에 돈을 기탁했죠. 그 때가 아마도 1990년 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병원을 하다보니 이익도 났는데 대전시민들에게 대전 지역사회에서 받은 것이니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병원을 하면서 슬로건도 있었죠. 타지역에 와서 나혼자만 잘살면 안된다고 생각해 여러사람과 함께 지역사회와 함께하자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내가 돈이 많아서 도와주는 것 절대 아닙니다. 지금도 병원을 크게 운영하면서 빚이 수십억원입니다. 이자와 원금을 갚아나가면서도 지역사회에 대한 환원은 소홀히 하고 싶지 않습니다.”

- 연간 얼마정도의 사회 환원 비용을 사용하고 있습니까?

“대략 3억~4억원 정도되는 것 같습니다. 개인이 모두 부담하는 것은 아니고, 우리 병원 의사분들이 20명이니까 한 사람당 1500만원의 비용을 쓰고 있는 셈이죠. 십시일반이라고 보면 됩니다.”

손 원장의 봉사활동은 여느 봉사와는 사뭇 다르다.

“지역출신 성악가들이 많이 어려웠다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그들의 음악회를 도와주기 시작한 게 사회환원이자 봉사활동의 시작였습니다. 음악회를 할때 소요되는 기본 비용(대관, 팸플릿 등)을 지원하기 시작한거죠. 그리고 음악회를 지원 하면서 소방관 환자들을 접하고, 군인 환자들을 접하면서 사회 공익적으로 일하는 이들을 위한 음악회를 열어줘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 그렇게 사회환원에 나섰는데 뿌듯함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11월9일은 소방의 날입니다. 2~3 교대로 운영되는 소방업무 때문에 소방관들이 한꺼번에 제대로 모일일도, 예산도 없었죠. 그래서 자청했죠. 그랬더니 주위에서 처음에는 의아해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기다리는 소방관들이 많습니다. 보람되고 의미있게 잘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플랜트 치과는 매월 지역 음악인과 7080 가수들을 초청해 환자와 인근 지역주민을 위한 무료 음악회도 열고 있다. 벌써 50여차례 음악회를 개최했다. 뿐만 아니다. 주변 이웃들이 어렵다고 하면 연탄봉사도 하고, 쌀 기증, 불우 청소년 교복기증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 개인 치과의원으로는 유일하게 이동 버스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병원 원장님 중 한 분이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고 계세요. 외부 오지를 다니며 하는 봉사인데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에 버스를 구입해서 꾸미게 됐습니다. 많은 치과가 있지만 그래도 치과치료가 필요할 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곳도 생각보다 많아요.”

치과 치료상황이 그렇게 녹록지 않음이다.

치료가 필요한 곳을 찾는 것도 어려웠고, 장애인에 대한 치료를 해야하지만 주변상황이 뒷받침되지 못했다. 이를 테면 대학병원을 가야하고, 간단한 치료지만 전신마취를 해야하고, 치료비만 몇 백만원이 소요되는데 치료가 필요한 가난한 장애인은 무척 많다.

“그래서 인근 치과의원에 피해가 될 수 있어 장애인 시설이나 오지 등을 찾아 다니게 된거죠. 치료를 해주면 너무 고마워들 합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번씩 나가고, 벌써 7~8년이 넘은 것 같습니다.”
20여명의 의사들이 동업을 하고 있어 동료 의사들이 반대하면 봉사도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플랜트 치과의사 모두가 이 일을 좋아한다. 일부에서는 환자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 아니냐며 오해할 수도 있지만 이는 말 그대로 절대 오해다.

“돈이 있어서 쓰는 것이 아니라 20명의 의사들이 나눠서 봉사를 하는 것입니다. 병원이 크다보니 가능한 것이죠. 나 혼자서 하라고 하면 그렇게 못합니다. 여럿이 나눠서 하니까 작지만 모이면 큰 힘을 낼 수 있는 겁니다.”

- 의원급 치과지만 전문 분야를 세분화 한 것이 눈에 띕니다. 이유가 궁금한데요?
“나는 현재 인플란트만 하고 있어요. 치과의사들은 모두 인지하고 있을 겁니다. 혼자 치과를 하다보면 교정, 치주치료, 보존, 턱관절 등 모든 치료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래서 2003년부터 각 분야별 전문의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잘 하는 전문진료를 하다보니 의사 스스로 부담감을 덜 받아요. 환자도 좋고 의사도 좋은 방안을 구상하다 보니 이렇게 됐죠.”

- 앞으로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경영을 하다보니 사회적 책임감이 갈수록 커집니다. 열심히 일하고 사회에 관심도 가져야 합니다. 사회에 관심을 안가지면 봉사도 하지 못합니다. 남 도와주는 것도 많이 알아야 합니다. 지금까지 한 사업들 진료를 포함해 사회봉사사업을 같은 예산이라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기획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전문적으로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환자들에게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있도록 매진하는 것입니다.”

개인의 병원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다는 손외수 원장은 “지역사회와 한 몸이 된다는 마음으로 멋진 병원을 운영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대담=이승규 행정자치부장(부국장)ㆍ정리=김민영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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