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문산 동굴 굴착흔적 또 나와… 바위에 구멍과 임도

  • 사회/교육
  • 사건/사고

보문산 동굴 굴착흔적 또 나와… 바위에 구멍과 임도

1948년 위성사진 특이지점 탐사서 굴착흔
바위 구멍 착암기 흔적 여럿·임도 조성도
일제 전쟁 방공호 또는 채석장 조사 필요

  • 승인 2024-05-01 17:38
  • 신문게재 2024-05-02 1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동굴123
대전 보문산 문화동지점에서 새롭게 발견된 착굴 흔적과 바위 모습. 바위에 구멍을 낸 흔적과 평지가 조성된 바위 모습. (사진=임병안 기자)
대전에서 일제강점기 방공호 성격의 동굴이 잇달아 발견되는 가운데, 1948년 보문산 항공사진 상 특이 지점을 조사하는 중에 바위를 굴착한 흔적이 발견됐다. 바위에 구멍을 낼 때 쓰이는 착암기 자국이 곳곳에 남아 있고, 꽤 넓은 앞마당과 임도가 조성된 것을 보아 태평양전쟁 말기 방공호 가능성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일 중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중구 문화동 한밭도서관에 가까운 보문산 중턱에서 굴착 흔적을 여러 건 발견했다. 해당 지점은 1948년 항공 사진에서 보문산 높은 지점까지 임도가 개척되고, 길 끝에 모종의 공사 흔적이 보이는 곳으로 지금의 위성사진과 비교해 장소를 특정한 후 탐사했다. 여러 차례 현장조사를 통해 흙과 낙엽으로 경사진 주변 지형과 달리 바위가 수직으로 노출된 장소를 발견했고, 해당 암반에서 최소 5개의 굴착흔을 찾았다. 하나는 바위에 구멍을 뚫은 자국인데 너비가 동전 크기였고, 나머지 네 개는 구멍을 낸 곳에 바위가 떨어져 반원형으로 깎인 표면이 드러난 형태다. 풍화작용 흔적으로는 여겨지지 않았고, 석탄을 캘 때 쓰이는 착암기로 구멍을 내어 바위를 깨트리고 남은 흔적으로 추정된다. 앞서 호동과 석교동의 일제강점기 방공호 추정 동굴 안에서도 동전 너비의 착암기 구멍이 발견되었고, 일부는 발파 때 쓰는 다이너마이트 화약 구멍으로도 추정된 바 있다. 또 흙이 무너져 토사로 입구가 막힌 경우도 있었는데, 이번에 발견된 지점도 동굴 조성작업이 이뤄져 실존하나 입구까지 토사 쌓인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평평한 앞마당에 꽤 넓게 펼쳐졌고, 임도가 연결돼 있으며 물을 마실 수 있는 샘터를 함께 발견했다. 차량이 통행할 너비의 임도는 남서쪽으로 200m쯤 이어지는데 석축으로 정성껏 쌓았으나, 산 아래로 이어지는 구간은 유실되었는지 보이지 않았다. 또 돌을 쌓아 흙이 무너지는 것을 막은 오목한 샘터는 지금도 바닥이 촉촉하게 젖어 있고, 그 주변에는 둘레 3m 너비의 벚나무 3그루가 자라고 있다.

인근 주민들 탐문에서 이곳에 동굴이 존재했다는 증언이나 목격담은 수집되지 않았고, 채석장이 운영된 기억도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전 몇 곳에 채석장 흔적은 남아 있는데 동구 세천체육공원 부지나 중구 침산동처럼 철도변이거나, 평지에서 멀지 않은 야산에 있었다.



1948년 항공사진_edited
1948년 보문산 항공사진에 산 중턱까지 개척된 임도와 공사 이뤄진 모습이 보인다. (사진=대전시청 공간정보포털)
이번에 발견된 장소는,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주둔한 서대전역 일대에서 보문산까지 가장 가깝게 도착할 수 있는 지점이면서 서대전 일원을 한눈에 조망하는 전략적 위치다. 앞서 일제가 태평양전쟁에 대비해 조성한 것으로 보이는 12개의 동굴이 발견됐고 그중 9개가 보문산에 몰려 있다.

조건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현장에 남은 흔적만으로는 방공호이었을지 채석장이었을지 판단하기 어려워 보인다"라며 "다만, 더 많은 방공호를 일제가 대전에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체계적인 조사와 주민 증언이 계속 수집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건양어린이집 원아들, 환우를 위한 힐링음악회
  2. 세종시체육회 '1처 2부 5팀' 조직개편...2026년 혁신 예고
  3. 코레일, 북극항로 개척... 물류망 구축 나서
  4. 대전 신탄진농협, 사랑의 김장김치 나눔행사 진행
  5.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1. [교단만필] 잊지 못할 작은 천사들의 하모니
  2. 충남 김, 글로벌 경쟁력 높인다
  3. 세종시 체육인의 밤, 2026년 작지만 강한 도약 나선다
  4. [아이 키우기 좋은 충남] “경력을 포기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우수기업이 보여준 변화
  5. 대전웰니스병원, 환자가 직접 기획·참여한 '송년음악회' 연다

헤드라인 뉴스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완공 시기가 2030년에도 빠듯한 일정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재임 기간인 같은 해 6월까지도 쉽지 않아 사실상 '청와대→세종 집무실' 시대 전환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이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세종 집무실의 조속한 완공부터 '행정수도 완성' 공약을 했고, 이를 국정의 핵심 과제로도 채택한 바 있다. 이 같은 건립 현주소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어진동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가진 2026년 행복청의 업무계획 보고회 과정에서 확인됐다. 강주엽 행복청장이 이날 내놓은 업무보고안..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지역구 18명+비례 2명'인 세종특별자치시 의원정수는 적정한가. 2026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19+3' 안으로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구수 증가와 행정수도 위상을 갖춰가고 있으나 의원정수는 2022년 지방선거 기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에는 '16+2'로 적용했다. 이는 세종시특별법 제19조에 적용돼 있고, 정수 확대는 법안 개정을 통해 가능하다. 12일 세종시의회를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명분은 의원 1인당 인구수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인구수는 2018년 29만 4309명, 2022년..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 푸르게 지키는 일에 앞장선 시민과 단체, 기관을 찾아 시상하는 제22회 금강환경대상에서 환경과 시민안전을 새롭게 접목한 지자체부터 저온 플라즈마를 활용한 대청호 녹조 제거 신기술을 선보인 공공기관이 수상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과 중도일보가 공동주최한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2시 중도일보 4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과 신동인 금강유역환경청 유역관리국장, 정용래 유성구청장, 이명렬 천안시 농업환경국장 등 수상 기관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