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승철]현대인의 구걸 방식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심승철]현대인의 구걸 방식

[중도마당]심승철 을지대병원.류머티스내과 교수

  • 승인 2011-01-03 12:56
  • 신문게재 2011-01-04 20면
  • 심승철 을지대병원.류머티스내과 교수심승철 을지대병원.류머티스내과 교수
지하철에서 한 학생이 미국인이 서로 대화하는 것을 보고('I will google it, 내가 인터넷에서 찾아볼게) 같이 있던 친구에게 얘기했다. '미국이 경제가 어렵긴 어려운가 보다. 구걸하려고 한국에 온 걸 보니.' 인터넷 검색엔진인 구글(google)의 영어 발음이 우리나라 말의 '구걸'과 비슷해 생긴 에피소드다. 현대인들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매일 구걸을 한다. 모르는 지식을 가르쳐 달라고 구걸하고 새로운 일이 없는지 알려달라고 애원한다.

▲ 심승철 을지대병원.류머티스내과 교수
▲ 심승철 을지대병원.류머티스내과 교수
구글이 얼마 전 설립 12주년을 맞았다. 1998년 9월 27일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래리 페이지(Larry Page)와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이 공동으로 설립한 검색엔진으로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하는 '구글하다'라는 신조어를 사전에 올릴 정도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2005년 6월 전 세계 위성 영상지도 서비스인 구글 어스(Google Earth)를 내놓아 인간이 거의 하느님 수준으로 전 세계를 꿰뚫어 볼 수 있게 됐다.

언뜻 보면 정말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 모르는 것이 있어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수많은 사람이 서로 가르쳐 주겠다고 줄을 서 있고, 사전 살 필요 없고, 귀찮은 숙제도 대신 해준다.

인터넷에서 가능한 일들을 좀 더 알아보자. 때 되면 알아서 지인들에게 연하장도 자동으로 보내주고, 오늘의 운세도 가르쳐 주고, 시계가 째깍거릴 때 마다 가슴 떨리는 국제 전화도 무료로 하고, 영화도 무료로, 카지노에서 도박도 하고, 도박에서 돈 날리면 대출도 즉석에서 받고, 쇼핑은 물론 결혼상대도 구하고, 요양병원에 부모님이 잘 계신지 안 가봐도 모니터로 수시로 볼 수 있고 그리운 사람 찾기도 가능하다.

이런 전지전능의 인터넷은 제2의 바벨탑이 되어가고 있다. 인터넷 광고의 규모는 지난해 1조원이 넘어 감에 따라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사기를 당하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최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 지난해 종합일간지의 인터넷판 뉴스에 딸린 광고 가운데 선정적인 광고 건수는 전체의 11.8%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광고는 다른 광고에 비해 소비자 피해가 즉각적으로 발생하고, 피해의 범위도 넓으며 피해가 발생해도 광고주의 이동과 은닉 등으로 피해구제가 어려운 것이 특징이어서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있어 인터넷은 일상생활이자 문화가 되어가고 있다. 많은 청소년들은 인터넷이 제공하는 온갖 유해한 환경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으며, 자제력이 약한 청소년들은 급속도로 인터넷에 빠져들고 있다.

최근 연예인들의 군면제, 사기도박, 연예인과 모 작사가와의 고소 사건 등을 접하면서 과거와 달리 수많은 현대인이 써가는 '주홍글씨'에도 우려를 감출 수 없다. 악플을 다는 주 연령층이 초등학생이라는 얘기에 더 이상 할 말을 잃게 된다.

필자는 구걸하면 '품바'가 가장먼저 떠오른다. 젊은 시절 '품바'라는 마당극을 보고 감탄했던 기억 때문이다. 품바란 타령의 장단을 맞추고 흥을 돋우는 소리라는 뜻이었는데, 지금은 장터나 길거리로 돌아다니면서 동냥하는 걸인의 대명사가 되었다. 품바란 가진 것 없는 허(虛), 텅 빈 상태인 공(空), 도를 깨달은 상태에서의 겸허함을 의미한다고 하며, 품바에 함축된 의미는 '사랑을 베푼 자만이 희망을 가진다'는 것이라고 한다.

인터넷을 없애기엔 이미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그 편리함에 푹 빠져 헤어 나올 수 없는 상태다. 우리 각자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감을 느끼고, 월드컵 때 보여주었던 한 민족으로서의 자긍심으로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면 실낱 같은 희망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코로나19 환자 증가세…재확산 조짐
  2. 충남대 반도체공동연구소 착공 지연… 교육부 공모사업 난항
  3. 충남교육청 학교복합시설 '부여 반다비 국민체육센터' 건립 속도
  4.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을 위한 정치적 다원주의와 지방자치
  5. "소리 대신 마음을 적다, 글씨로 세상과 잇다"
  1. 충남도, 상하이서 산학연 협력 구심점 마련… 디지털·친환경 전환 협력 가속
  2. [문예공론] 마음 닦고 입 닫고
  3. 대전 문창동서 50대 보행자 도로횡단 중 교통사고 사망
  4. 충남도, 늘어나는 빈집 해결 위해 다각도 노력
  5. 씨엔씨티에너지-한솔제지, 에너지 효율 혁신 손잡아

헤드라인 뉴스


헌정사 첫 與野 충청대표 시대…지역현안 탄력받나

헌정사 첫 與野 충청대표 시대…지역현안 탄력받나

국민의힘 새 당 대표로 충청 재선 장동혁 의원(보령서천)이 26일 선출되면서 행정수도특별법과 대전충남특별법 연내 통과 등 충청 현안 탄력이 기대된다. 장 의원의 전당대회 승리로 헌정 사상 처음으로 진보와 보수를 여야 당대표 충청 시대가 활짝 열렸기 때문이다. 장 신임 대표는 국회 도서관에서 속개된 제6차 전당대회 당 대표 결선투표에서 22만301표를 얻어 21만 7935표를 얻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에 2366표 차로 신승했다. 이로써 장 대표는 앞으로 2년간 국민의힘 당권을 쥐게 됐다. 충청권으로선 현안 관철의 호기를 맞은..

세종 `골대 사망사고` 검찰 송치… 후속조치 어디까지?
세종 '골대 사망사고' 검찰 송치… 후속조치 어디까지?

<속보>=지난 3월 세종시 풋살장 골대 전복으로 인한 초등생 사망 사고와 관련, 시청 소속 공무원 2명이 형사 입건 돼 검찰에 송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도일보 3월 14·15·24일 연속 보도> 26일 세종시와 경찰에 따르면 지난 3월 13일 세종시 고운동 소재 근린공원 공공 풋살장에서 초등학생 A 군(11)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세종시 시설관리사업소 팀장, 책임자 등 모두 2명이 지난 5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돼 경찰 수사를 받았으며, 같은 달 대전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됐다. 현재 검찰의 수사 보완 요청에 따라 경찰이 추가..

9월 충청권 3858세대 공급된다… 전국 3만 8979세대 분양
9월 충청권 3858세대 공급된다… 전국 3만 8979세대 분양

가을 분양 성수기를 맞아 대전을 비롯한 충청권에 3858세대의 아파트가 공급된다. 전국적으로는 3만 9000여 세대가 분양에 나서면서 주택 수요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6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9월 전국 분양 아파트는 53개 단지, 총 3만 8979세대다. 지역별 공급을 보면 수도권 28개 단지(2만 5276세대)에서 분양을 앞두고 있으며, 지방은 25곳 1만3703세대가 공급에 나설 전망이다. 충청권에선 충남 2043세대, 충북 1042세대, 대전 773세대 등 3858세대가 분양에 나선다. 충남에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배롱나무와 어우러진 유회당…고즈넉한 풍경 배롱나무와 어우러진 유회당…고즈넉한 풍경

  • 다문화 사회 미래전략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 다문화 사회 미래전략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

  • 학사모 하늘 높이…충남대 학위수여식 학사모 하늘 높이…충남대 학위수여식

  • 코로나19 환자 증가세…재확산 조짐 코로나19 환자 증가세…재확산 조짐